커리어코치 정철상이 청년에게 건네는 따뜻한 독설
- 문화/독서와 기록
- 2015. 8. 15. 07:30
"교수님, 취업이 너무 어려운데 역시 저는 명문대가 아니라서 그런 걸까요?"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들어가거나 유망한 중소기업에 들어가는 일은 졸업을 앞둔 모든 대학생이 꿈꾸는 가장 이상적인 다음 계단이다. 무거운 가방에 들어있는 토익책과 영어 단어장, 태블릿 PC, 자기소개서 잘 쓰는 법 같은 책을 덜어내고, 한층 더 가볍게 다음 계단을 목표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대학생이 이 계단을 오르지 못해서 뒷걸음질을 치거나 고꾸라지기도 한다. 대학 졸업을 미루면서 스펙 쌓기에 몰입하는 청년을 보는 일이 드물지 않고, 대학 졸업을 하더라도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 이름표를 붙인 채 벌써 깡소주를 마시는 모습이 드물지 않다.
정부에서 취업을 위해서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최저임금은 언제나 조금 오르는 데에 그치는 동시에 재벌가를 위한 규제 완화를 해를 갈수록 확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기업에 들어가서 고소득자가 되는 것을 꿈꾸지 않겠으며, 안정적인 공무원을 꿈꾸지 않을 수 있을까?
늘 기업의 규제 완화를 하는 박근혜, ⓒJTBC
취업 시장에서 대기업 직원과 공무원이라는 두 개의 선택지만 바라보는 일은 우리 사회가 이렇게 만들어버렸다. 더욱이 바깥 사회에서 그치지 않고, 안쪽 사회인 가정에서도 대기업과 공무원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세뇌 아닌 세뇌를 시키고 있기에 우리가 선택지를 늘리는 과정은 어려운 일이다.
청춘들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는 일부 어른들이 세뇌 아닌 세뇌를 시킨 것도 한몫할 것이다. 언젠가 모 대기업의 인사 담당자가 "대기업에 입사 못하는 사람은 실패한 인생"이라는 식으로 말해서 기겁했었다. 어떻게 대기업 입사 여부를 기준으로 인생 성패를 논한단 말인가!
실제로 내가 만난 대기업 직원들은 자기가 성공했다고 평가하지 않았다. 물론 겸손의 뜻이었겠지만, 대다수는 여느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장래 커리어 고민 때문에 찾아오는 상담 의뢰자 상당수가 대기업 직장인들이라는 게 그 증거다. 그들에게도 물어봤다. 도대체 왜 그 좋은 직장에서 갈등하느냐고. 대답은 이랬다.
일이 너무 많다. 날마다 야근이다. 경쟁적이다. 진쟁터가 따로 없다. 진급하려고 눈치 보는 분위기가 너무 싫다. 상사가 얄밉고 싫어도 내색할 수 없다. 상사를 보면 내 미래가 암울하다.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없다. 부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결제 한 번 받으려면 한두 달은 기다려야 한다. 담당 업무가 너무 단조롭다. 기계 부속품 같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근무 지역이 수도권이 아니다…….
어떤가. 대기업에 대한 환상이 어느 정도 깨지지 않는가. (p34)
윗글은 오늘 소개할 커리어코치 정철상 님의 <따뜻한 독설>에서 읽은 글이다. 얼마 전에도 <한국인은 미쳤다> 책을 통해서 대기업에서 겪는 일상은 우리의 상상과 달리 언제 뒤처져서 해고될지도 모르는 무서운 과잉 경쟁에 스트레스가 쌓이는 곳이라는 사실을 말했던 적이 있었다.
확실히 시험을 쳐서 정규직으로 근무할 수 있는 공무원은 요즘처럼 자주 해고가 되는 시기에 이상적인 직업으로 보일 수 있고, 고물가 시대임에도 최저임금은 그에 맞춰 오르지 않는 시기에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대기업은 이상적인 선택 수단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보자.
조금 더 생각해보면 우리는 이게 직업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정부가 사회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올바른 노력을 했다면, 우리는 지금처럼 공무원과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도전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까닭은 정치가 산으로 가면서 우리 시민의 삶이 피폐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경제적 불황도 한몫한다고 말할 수 있지만, 엘리트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국 정치는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도 엘리트주의가 만연하게 하면서 끊임없이 엇박자를 냈다. 그래서 이 모양이다.
커리어코치 정철상의 따뜻한 독설, ⓒ노지
커리어코치 정철상 님의 <따뜻한 독설>에서 이런 이야기가 주제가 되는 건 아니지만, 책을 소개하는 글을 쓰기 위해서 나는 그 말을 꼭 하고 싶었다. 우리가 단순히 취업이 되지 않는 이유는 '취업의 문이 너무 좁은 탓'이 아니라 '취업의 문이 좁아질 수밖에 없는 원인'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니까.
취업의 문이 좁아지면서 우리는 덩달아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도 줄어버리고 말았다. 여기서 다른 사람은 쉽게 취직되는데, 내가 되지 않는 이유는 당연히 엘리트주의에 기반을 둔 사회에 비추어보면 '낮은 스펙'으로 원인을 찾을 수밖에 없어 우리는 과잉 스펙에 집중하는 모습을 쉽게 보여준다.
그런데 문제는 자신의 스펙이 부족한 탓이 아니라 취업을 하려는 개인의 자세와 방향이 다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저자 정철상 교수님은 <따뜻한 독설> 책을 통해 그런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한다. 커리어코치로 일하면서 자신이 상담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례로 들면서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정철상 교수님, ⓒ정철상의 커리어노트
물론,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당장 내일 내가 쓴 자기소개서와 이력서와 하게 될 면접으로 취직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만약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이 책은 마법의 책으로, 당장 수백 수천만 원의 입찰가가 붙어도 나무랄 수 없다. 책은 그저 '해결방안에 가까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어떤 분야든 전문가가 되는 엘리트 코스가 있다. 어떤 대학에서 어떤 전공으로 학위를 받고, 어떤 기관에서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자격증을 취득하고, 어떤 조직에서 어떤 경험을 쌓고, 누구에게 가르침을 받고, 어떤 어떤 코스를 밟아야만 성공한다는 식이다.
직업도 마찬가지다. 앞에서 언급한 '전문가'라는 단어에 의사, 작가, 화가, 음악가, 사진작가, 변호사, 엔지니어, 디자이너, 건축가, 심리상담가, 커리어코치, 정치인, 경영인, 대학교수, 모델, 가수, 연예인, 영화감독, 운동선수 등을 대입해 다시 읽어보라.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그러나 대학에서 학위를 받는다고, 자격증을 취득한다고 모두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많은 사람이 특정 정규 교육 과정을 밟으면 전문가로서의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맹신하는데, 이건 착각이다. 어쩌면 남들이 많이 선택하는 가장 무난한 길을 특별한 노력 없이 편하게 따라가려는 의도가 그 뒤에 숨어 있는 게 아닐까.
물론 일정 경로는 필요하다. 하지만 남들이 가는 경로를 따라 가기만 해서는 앞서나간 전문가들을 따라잡을 수 없다. 엘리트 코스에서는 같은 코스를 밟은 사람들끼리 피 터지게 싸워서 이긴, 그러니까 재능 있는 단 1%의 승자만이 전문가의 길을 걷게 된다. 거기서 살아남지 못한 나머지 사람들은 들러리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p205)
'그렇다면, 이 책을 읽는 의미가 없지 않느냐? 나는 합격 방법을 알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책이 가지는 의미가 '합격 방법' 부분에서는 퇴색할지도 모르지만, '합격' 자체에는 오히려 빛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우리가 평소 외면한 것을 똑바로 볼 수 있도록 해준다.
ⓒ따뜻한 독설
아마 취업이 되지 않거나 취업을 했더라도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문제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을 바라보더라도 내면에 가진 비전과 일하는 태도에 눈을 두지 않고, 오직 겉으로 드러나는 스펙에 눈을 두는 사람은 진짜 원인을 알 수 없다.
저자는 자신에게 상담해오는 사람들이 언제나 겉의 원인에 두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원하는 직업을 후회 없이 선택하는 과정 5단계' 등을 비롯한 꿈과 현실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경험을 담아 이야기한다.
때때로 날카로운 독설에 흠칫하기도 하겠지만, 취업을 준비하는 우리가 가슴에 새겨들어야 할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취업과 진로는 여전히 어려운 문제다. 우리가 걸어가는 길은 좁고, 앞에서 기다리는 문 또한 작다. 이 길을 넓히고, 문을 크게 하기 위해서는 정치가 바뀌어야 하고, 내가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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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취업을 위해서 자기소개서를 써본 적은 없지만, 블로그 활동을 하면서 다른 기업에서 모집하는 블로그 서포터즈 지원을 위해서 자기소개서를 써본 적이 꽤 있었다. 그렇게 짧거나 긴 자기소개서를 통해 서포터즈에 합격한 사례도 있었고, 찬물을 마셨던 사례도 있었다. (1회 때는 됐다가 2회 때는 되지 않았던 사례도.)
그래서 나는 취업 경험이 없더라도 다른 부분에서 책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고, 대학 진학과 함께 1인 블로그 활동 두 개의 선택지를 둔 지금 시점에서 참고할 수 있는 귀한 경험이 되었다. 블로그 사회도 알고 보면 경쟁이 상당히 심하고, 실패가 성공보다 더 많은 곳이다. (머쓱)
아무튼, 정철상 교수님의 <따뜻한 독설>에서는 우리가 가만히 고개를 돌리고 있던 사실에 다시 고개를 돌릴 수 있는 이야기를 읽어볼 수 있었다. 자칫, 취업과 진로를 고민하다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갈지도 모르는 우리에게 현실적으로 해야 할 일의 목록을 제시해주는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인상 깊었던 글과 정철상 교수님께서 책에서 소개한 이나모리 가즈오 선생님의 책을 소개한 글의 링크를 남긴다.
사실 인생에 대해, 사회생활에 대해 아직 잘 모르는 초보자들은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줘도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하게 느낄 수 있다. 운전을 배우든, 골프를 배우든, 프로그래밍을 배우든 그 어떤 것을 배우든 초보자는 교육자가 무슨 말을 해도 온전하게 다 알아듣지 못한다., 당연하다. 머리로 익힐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몸에 익을 때까지 계속해야 한다.
기술적인 것보다 더 중요한 건 각자가 가진 그릇일 수도 있다. 당신이 담고자 하는 만큼 당신의 그릇부터 키워야 한다. 모든 건 자신의 그릇만큼 채울 수 있게 마련이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온몸으로 부딪치고 배우고 익히며 행동해나가겠다는 의지다. 머리로만 생각하지 말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 취업이 어렵다면 과거로부터 누적된 스스로의 행동을 되돌아보자. 오늘 당신의 행동을 바꾸면 미래도 바뀐다. (p247)
: '정철상' 교수님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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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나모리 가즈오' 선생님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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