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가림을 굳이 고칠 필요 없다. 낯가림이 무기다.
- 문화/독서와 기록
- 2015. 8. 11. 07:30
소리 없이 강한 사람들… 낯가림이 무기다!
내가 중학교에 다녔던 시절에 나는 빈번히 학교 폭력에 노출되었었다. 지금은 살이 많이 쪘지만, 당시에는 몸이 약하고, 툭 하면 눈물을 흘리면서 우는 탓에 반 내에서 고립되어 있었다. 남자아이들만 다니는 중학교에서 여자아이처럼 눈물을 자주 흘리는 아이는 그렇게 심심풀이 장난감이었다.
중학교에서 그런 생활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람이 많은 곳을 싫어했다. 평소에도 낯가림이 심해서 친척들이 모이는 곳에 가더라도 항상 아무도 없는 구석에서 혼자 책을 읽곤 했다. 학교 폭력은 내가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 나가서 어울리는 일은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결정적 계기였다.
특히 반에 들어갈 때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아이들의 눈치를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고는 했는데, 나를 괴롭히던 무리를 지은 아이 중 한 명은 "개새끼야 눈치 보면서 들어오지 마라."라면서 바로 머리를 강하게 손바닥으로 내려치기도 했다. 그러다 눈물이 고이면, 운다면서 또 맞았었다.
왕따, ⓒ주간현대
가장 중요한 시기였던 10대의 절반을 그렇게 보냈더니 성인이 되어서도 한동안 낯가림이 심했고, 대인기피증을 앓을 정도였다. 언제나 '사회 생활하려면 낯가림은 고쳐야 한다'. '네가 바뀌지 않으면 답이 없다.'는 말을 들었기에 이런 모습을 애써 고치려고 해보았지만, 도무지 쉽게 잘되지 않았다.
책을 읽으면서 터득한 소통 방법을 실천하기 위해서 종종 블로그 모임에 참석하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속이 안 좋아 끙끙거려야 했다. 블로그를 통해 글을 읽은 적이 있을 사람들은 '괜찮으세요?' 하고 걱정해주었지만, 매번 평범한 자리에 있는 것조차 힘든 내가 참 스스로 너무 한심했었다.
비록 그렇게 사람들이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아니라 지스타 같은 행사에 참석할 때에도 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속이 좋지 않아 행사 기간 동안 최대한 탄수화물은 피하고, 배고픔을 크게 느끼지 않을 정도로 한 끼만 먹거나 물만 마셨다.
낯가림이 무기다, ⓒ노지
한때는 낯가림을 억지로 고치려고 애썼지만, 여러 책을 읽으면서 나는 굳이 이것을 고치지 않고 장점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최근에는 부담감을 크게 느끼지 않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데에 자연스러움이 생기게 되었다. 긴 시간이 걸렸지만, 조금씩 나아진 것이다.
이번에 만난 <낯가림이 무기다>이라는 책은 이렇게 나처럼 낯가림이 심한 사람에게 '고칠 필요가 없습니다. 낯가림이 바로 당신을 위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이라고 말해주는 책이었다. 그동안 '성공' 같은 요소를 말하면서 내향적인 성격을 외향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책과 딴판이었다.
낯을 가리기에 우리가 자연히 터득하는 사람을 관찰하는 태도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태도는 우리가 일방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만 주야장천 떠들기만 하는 사람과 달리 더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요소가 된다고 말한다. 특히 나는 아래의 부분이 상당히 책에서 인상적이었다.
낯을 가리는 사람 중에는 '나는 커뮤니케이션이 서툴기 때문에 영업이나 판매, 접객 등은 절대로 맞지 않는다.'고 믿고 있는 사람이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의 포인트는 뛰어난 말주변이 아닙니다.
좋은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입니다.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존중이 있느냐 없느냐는 상대에게도 반드시 전해지기 마련입니다.
얼마만큼 뛰어난 말주변으로 이야기를 해도 존중이 없다면 절대로 신뢰를 받지 못하며, 반대로 말수는 적어도 상대에 대한 존중이 있다면 확실한 신쇠를 얻을 수 있습니다.
즉, 낯을 가려도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존중이 있다면, 영업이나 접객의 전문가가 될 수도 있고, 그에 걸맞은 신뢰를 쟁취하는 것도 가능한 것입니다. (p125)
그저 책의 저자가 너무 긍정적으로 낯가림을 말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낯을 가리는 한 사람으로서 책을 읽는 동안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라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특히 굳이 낯을 가리는 것을 고치는 게 아니라 이 점을 활용해서 매끄러운 소통법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
나는 낯가림이 조금 불편하기는 하지만, 반드시 고쳐야 하는 단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때때로, 낯가림이 심해 사람들의 눈치를 보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감정적 미움을 사지 않을 방법을 행동하기 전에 생각해보고 조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니까. 결국, 그 행동이 신뢰인 거다.
<낯가림이 무기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래, 낯가림이 심한 건, 단순히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을 겪는 게 아니라 좀 더 사람을 배려할 수 있는 장점.'이라고 생각할 수 했다. 요즘처럼 지나치게 가벼운 말이 쉽게 SNS와 현실에서 퍼지는 때에,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는 게 더 이득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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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낯가림=서투른 커뮤니메이션'은 아니라고 말한다. 낯을 가리는 사람은 '타인의 마음을 거리낌 없이 마구잡이로 휘젓지 않는 배려가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그동안 낯가림이 심해서 사람과 좀 더 가깝게 어울리거나 자신의 주장을 하지 못해 아팠던 사람이라면 꼭 권해주고 싶다.
왜냐하면, 그동안 어쩔 수 없는 나의 단점으로 여겼던 낯가림이 알고 보면 내가 인간관계 속에서 좀 더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으니까. 낯가림이라는 게 어른들의 말대로 안 좋은 게 아니라 요즘처럼 지나치게 타인과 상처받기 쉬운 시기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단지 낯가림이 심한 사람이 아니라 억지로 말하지 않아도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소통법을 알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남에게 숱한 '단점'으로 지적한 낯가림과 내성적인 성격, 그 모두가 우리를 더 단단하게 할 기회임을 책을 통해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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