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청소년 상담센터 소장 송기환이 방황하는 십대에게 전하는 1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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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100℃] 스무 살 청소년 상담센터 소장 송기환이 말하는 10초의 시간


 우리는 작년에 정말 소름이 끼칠 정도로 학교에서 잔인한 폭력이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을 언론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기사를 접하더라도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어지는 그 잔인함에 많은 사람이 '어쩌다 우리 학교와 아이들이 이 지경이 되었나'고 한탄을 금치 못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뭐, 나는 어릴 때부터 항상 그런 모습을 직접 보아왔기에 크게 동요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알고서도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하고, 피해 학생이 아니라 가해 학생을 두둔하는 모습에 짜증이 심하게 났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도 어느 지역의 학생이 자살하였다는 소식을 며칠 전에 들을 수 있었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그리고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우리 학교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도대체 어떤 일이 생겨 이토록 상황이 손도 쓰지 못할 정도로 최악으로 치닫게 되었을까?


 이 질문은 우리가 올해 2013년에 내내 명심해야 하는 질문이고, 앞으로 우리 학교와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반드시 잊어서는 안 되는 질문이다. 겉으로는 '알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내면에서 얼마나 많은 아픔이 사람을 오랫동안 괴롭히는지 학교 폭력과 가정 폭력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른다. 나는 요새도 간간이 어렸을 때 겪었던 좋지 않은 경험을 꿈으로 꾸는데, 그때마다 '도대체 그런 쓰레기들이 왜 아직도 숨을 쉬고 있는 것이냐? 내가 왜 이런 고통을 계속 겪어야 되지?'라는 생각에 앞에 사람이 있든 없든 온갖 욕설과 저주를 퍼붓는다. 뭐, 이 모습이 썩 좋은 모습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어렸을 때 감당하기 어려운 폭력에 노출된 사람은 많은 시간이 지나더라도 이렇게 때때로 휘둘릴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오늘, 나는 어렸을 때 가정불화와 학교에서 겪었던 집단 따돌림과 학교 폭력으로 자살을 시도하였으나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진 후 새로운 삶을 사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놀라지 마라.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나보다도 어린 스무 살이며, 그 스무 살이라는 나이에 청소년 상담센터 소장을 역임하고 있는 송기환 씨이다. 송기환 씨의 이야기는 그저 가볍게만 보았던 아이 교육 문제에 관하여 많은 것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송기환, ⓒ강연100℃


 그는 어렸을 때 자신에게 많은 사랑을 준 아버지를 그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잦은 음주 이후 폭음으로 화를 내면서 집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일을 잦아졌고, 그는 자기 어머니와 함께 그 상황을 피해 찜질방에 도망쳐 있기도 했었다. 그는 그 상황에서 서울로 이사하게 되어 어머니와 함께 서울로 왔었지만, 그의 어머니는 결국 그 삶을 못 이겨 도망쳐버리고 말았다. 그의 집은 아버지의 폭동으로 가정불화가 깊어지면서 결국 가정이 붕괴하여버리고 말았다. 그는 자신의 친구 집에서 친구와 친구의 어머니가 다정한 모습을 볼 때마다 소외감을 느끼기가 일상다반사였고, 자연스럽게 컴퓨터만 잡고 게임만 하게 되었다.


 그런 생활을 하며 중학교에 입학하여 처음 시험을 쳤을 때, 그의 성적은 정말 좋지 못한 점수뿐이었다. 그는 그때부터 열심히 공부하여 반에서 3등을 했었고, 친구들로부터 '멋지다', '너 최고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그런 말들을 들으면서 어머니가 없어도 무시당하며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과 멋있게 살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그 뒤에 그는 중학교 1학년 기말고사에서 전교 9등이 되었고, 자신에 대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게 되었다. 하지만 자신이 그런 성적을 거두자 그의 아버지는 그에게 지나치게 많은 기대를 하면서 그를 옥죄기 시작했다.


 그는 아버지의 그런 감시에서 벗어나고자 기숙사가 있는 특목고를 선택했다. 처음 특목고를 들어갈 때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적응이 너무 어려웠다. 그래도 그는 '열심히 해봐야지'라는 생각 하나만으로 열심히 노력했지만, 그의 첫 시험은 내신 9등급이라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결과를 받게 되었다. 그 때문에 심한 자괴감에 빠진 그는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 공부에 더 매진하였으나 그것이 집단 따돌림의 희생물이 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그와 같은 기숙사를 쓰는 룸메이트가 그에 대한 험담을 함부로 하고 다녔고, 그는 쉽게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괴롭힘을 친구들로부터 당했다. 한때는 침대에서 자고 있을 때 친구라는 무뢰배들이 몰려와 그를 구타하며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그는 '이놈들은 나를 사람으로 여기고 있지 않구나. 내가 왜 이런 대우를 당해야 하지?'라는 회의감이 들어, 짐을 챙겨 집으로 도망치듯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는 아버지께 자신이 겪었던 일을 모두 말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네가 병신이라 당한 거지. 맞으면, 맞은 만큼 때리면 될 것이 아니냐? 공부하기 싫어서 핑계를 대는 것이 아니냐?"라고 말하며 그를 이해해주기는커녕 그를 벼랑 끝으로 몰기만 했다. 그의 아버지는 그에게 항상 '공부해라 공부해라 공부해라'고 강요하고, 모욕적인 말을 퍼부으며 폭력을 그에게 휘둘렀다. 그는 모든 의욕을 잃고,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 그냥 죽자' 라는 생각으로 그냥 올라가서 바닥으로 머리를 향한채 뛰어내리고 말았다.



 죽을 줄로만 알았던 그는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그는 그때 '아, 죽음은 사람의 의지와 관계없이 갈리는구나.'는 생각과 함께 '내가 왜 살아남았을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뭘까?' 등 많은 고민을 하며 자신을 되돌아보았다. 그는 그동안 자신이 가난한 결손 가정을 가진 자신의 환경을 부인했었지만, 자실 시도 후에 비로소 그 상황을 인정하여 받아들였다. 그리고 '무엇을 하고 싶었을까?"는 고민을 하면서 학교를 몇 달 동안 다니다가 자퇴를 하고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찾기 시작했다.


 그런 생활 중에 10년 만에 그는 어머니를 다시 만나게 되고, 어머니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나둘씩 찾았다. 그는 교육 신문기자로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글을 쓰다 또래의 아픔을 공유하는 청소년 상담센터의 소장이 되었다. 지금 그는 "내가 살아있고, 움직일 수 있는 것이 행복이라고 느낍니다."고 말했다.



 송기환 씨가 강연100도씨 무대에서 한 이야기는 자기자랑이 아니다. 자신이 얼마나 힘든 일을 겪었으며, 거기서 목숨을 포기하였으나 가까스로 살아남은 뒤에 지금은 어떻게 삶을 살고 있는가를 이야기한 것이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가볍게만 여겼던 가정불화가 아이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될 수 있는지, 그저 아이에게 '공부해라 공부해라 공부해라'고 보채는 것이 얼마나 많은 압박감을 심어주는지 잘 알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부모라는 입장에서 자신의 아이가 무조건 자신이 시키는 대로 하기를 바라는 것은 부모의 마음이 아니다. 그건 그냥 자신의 아이를 노예로 취급하며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고통을 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그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나는 이 글을 통해서 교육 문제에 관하여 가볍게 생각하고 있기만 했던 사람이 그 잘못된 인식을 고칠 수 있었으면 한다. 송기환 씨는 기적적으로 살아남았지만, 당신의 아이는 살아남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도 입 밖으로 말하지 못한 채 혼자 고민하며, 혼자 괴로워하며 '죽음'이라는 단어를 가슴에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 아이는 절대 그렇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자신의 욕심으로 아이를 대하는 것이 아닌, 아이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본 뒤에 아이를 대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른 부모의 도리이자 선생의 도리이자 교육이 지향해야 하는 궁극적인 자세다.


 송기환 씨는 자살하기 위해서 뛰어내리는 그 10초가 자신의 인생을 가장 크게 바꿀 수 있었던 계기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마치면서 "짧지만, 생과 사를 가르는 시간은 10초입니다. 어떤 결정을 내리는 순간에 감정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딱 10초만 호흡을 가다듬어보세요."라고 말했다.


 나는 이 말의 의미를 몸소 경험해보았기에 알고 있다. 내가 '죽자'는 생각으로 뛰어내리려고 아파트 베란다 앞에 섰을 때 약 10초가량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나는 바닥에서는 나를 괴롭히는 괴물들의 모습을 보았었다. 그래서 나는 뛰어내리지는 않았다. 내가 그대로 죽어버리면 이것은 그들에게 좋은 일밖에 되지 않고, 반드시 멋지게 잘 사는 것이야말로 그들에 대한 복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재가 괴롭기는 했지만, 나는 그때 머릿속에 내가 아직 하고 싶어도 해보지 못한 무수히 많은 일이 지나쳤다. 그래서 나는 그때 뛰어내리지 않을 수 있었고, 지금까지 나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있다. (그 때문에 고소공포증이 생겨버렸지만)


 이 글은 20살 청소년 상담센터 소장 송기환이 방황하는 10대들에게 '목숨을 포기하자마라'고 전하는 글이기도 하고, 한때 사는 것을 포기하려고 했던 내가 '그것보다 더 멋진 삶을 살면 된다.'고 전하는 글이기도 하다. 10대들이 겪는 어려움을 어른이 조금 더 한발 쩍 더 물러서서 이해해주면 좋겠고, 힘든 상황에 놓여있는 10대들이 힘을 낼 수 있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희망'을 이야기하는 몇 개의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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