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이수미, 지금의 나를 키운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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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100도씨] 피아니스트 이수미가 들려주는 절망 속에서 이룬 피아니스트의 꿈


 우리 사람은 인생을 사는 데에서 늘 행복한 일, 기쁜 일만 만나면서 살 수는 없다. 아무리 피하려고 애를 쓰더라도 실패, 절망, 슬픈 일들은 계속해서 우리 앞에 나타나고, 우리는 힘든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그 아픔은 우리가 모자라기 때문에 겪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제대로 가고 있기 때문에 겪는 아픔이다. 실패를 겪지 않고 성공을 할 수 없는 것처럼 절망 없이 행복을 얻을 수는 없다. 그게 우리가 사는 세상을 움직이는 법칙이기도 하고, 성공한 사람들이 밝은 웃음을 지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학교와 부모님은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그런 힘든 상황 속에서 이겨내는 방법을 가르쳐줘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많은 학교와 부모님은 아이들 앞에 위험 요소를 없앤 도로를 만들어 그 길로만 가게 하려고 한다. 그 도로를 간다면, 위험 요소를 만날 확률이 줄어들기도 하겠지만… 절대 우리 앞을 가로막는 벽을 만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런 길을 가더라도 작은 돌부리에 넘어지기 마련이다. 그렇게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서 가면 되는데, 다시 일어서는 법을 모른다면… 그것으로 끝이다. 너무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오늘, 나는 우리 모두가 꺼리는 그 절망 속에서 자신의 꿈을 잊지 않고, 정말 굳건히 버티며 꿈을 이룬 한 피아니스트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보통, 우리는 피아니스트나 클래식과 관련하여 세계적으로 조명을 받는 사람들은 늘 화려하고, 반듯하게 닦인 길을 걸어왔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폴 포츠나 우리나라에서도 뒤늦게 알려져 꿈을 이룰 수 있었던 성악가 김승일, 최성봉 그 두 명처럼 모두 힘든 길을 걷고 있다. 오늘 할 이야기의 주인공 피아니스트 이수미 씨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피아니스트 이수미, ⓒKBS1 강연100℃


 지금 이수미 씨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피아니스트이지만, 어릴 적 그녀의 집은 피아노를 배우는 데에 상당히 어려운 집이었다. 그녀의 부모님은 IMF로 사업이 실패하여 노점으로 생계를 이어가야만 했던 힘든 집이었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 주변 사람들이 '너의 부모가 창피하지 않으냐?'고 많이 물어보기도 했었지만, 그녀는 오히려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친구들을 부모님께 소개해 드리곤 했었다. 지금도 이 이야기를 하면, 부모님은 여전히 '너무 고마웠고, 너무 가슴이 아팠다'고 말씀하신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 같으면, 그런 부모님이 부끄러울 수 있었으나 그녀는 노점으로 힘들게 삶을 사는 부모님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리고 중학교 1학년이 되었을 때, 그녀를 무료로 레슨해주고 있던 한 교수님으로부터 학비가 무료인 독일의 교육제도에 관하여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 교수님은 그녀를 위해 '너만 하겠다면 추천서를 써주겠다'는 제의를 하였고, 그녀는 고민하다 부모님께 상담하였는데… 부모님께서는 '네가 원한다면, 정말 하고자 한다면 그 길을 선택하라'며 그녀에게 말했다. 그녀는 그때 바로 독일로 가기로 결정했다. 그녀가 유학을 간다는 소식에 주변에 있는 많은 사람이 소중한 돈을 조금씩 보내주셨고, 그 돈을 받으며 '내가 정말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각오는 했었지만, 그녀의 독일 생활 시작은 정말 힘들었다. 그녀가 독일에 가서 처음 지냈던 곳은 하숙집이었는데, 하숙집에서 도둑으로 억울하게 누명을 썼었고, 한인 상담소에서 만난 신부님의 도움으로 나올 수 있었다. 하숙집에서 나와 기숙사에서 살았는데, 생활비가 만만찮았다. 매달 부모님께서 50만 원을 보내주셨지만 턱없이 부족했었다. 그나마 도착하지 않을 때도 있어 그녀는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비를 충당했고, 어떤 때에는 물만 마시면서 보내거나 심할 때는 영양실조로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었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넉넉한 용돈을 받는 유학생들이 정말 부럽기도 했었지만, 그녀는 한 번도 부모님을 원망하지 않았다. 그녀가 피아노를 시작하게 된 것은 부모님께서 계셨기에 가능했고, 그녀가 겪은 모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도 부모님께서 계셨기 때문이었으니까. 단 한 가지… '오로지 앞만 보고 달리겠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그녀는 손가락에 피멍이 들 정도로 많은 시간을 들여 정말 열심히 피아노를 연습했다. 그렇게 우연히 베트남 출신 교수님으로부터 '오디션을 보자'는 제안을 받게 되었고, 그 오디션에서 합격하여 그녀는 독일 음악 중고등학교에 입학하여 무료로 피아노를 배울 수 있게 되었다.


 그 당시만 해도 '내가 잘하는 건가?'라는 의심을 했었고, 언제나 자신에게 '남들이 5시간 연습하면, 너는 10시간 연습해야 해. 그래야만 남들이 먹고 노는 시간에 너는 연습을 할 수 있다'는 일념으로 연습을 피나도록 했다. 그래서 6년 만에 독일연방 청소년 국제 콩쿠르 대회에 나가게 되었다. 독일에서 열리는 대회였지만, 전 세계에서 모인 청소년이 경쟁하게 되는 대회였다. 그 대회에서 그녀는 대회 42년 만에 최초로 만장일치로 1등을 하게 되었다.



피아니스트 이수미, ⓒ강연100도씨


 우리는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일이라면, 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도망치기만 해서는 절대 앞으로 나아갈 수 없고, 내가 이루고자 하는 꿈을 이룰 수 없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이수미 씨가 그 절망 속에서 도망쳤다면, 지금의 그녀는 없었을 것이다. 한국의 폴 포츠라고 불리는 성악가 김승일 씨가 어려운 환경에서 삶을 포기한 채 방탕한 생활을 하였다면, 뒤늦게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지금을 맞이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기적의 소년이라 불리는 최성봉 씨가 절망 속에서 꿈을 포기하였다면, 지금처럼 자신의 노래를 통해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 모두가 견디기 어려운 절망 속에서 훌륭히 시간을 이겨냈기에 가능했다.


 이수미 씨는 자신의 이야기를 마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콩쿠르 입상하고 나서 저처럼 어렵게 공부하는 친구들로부터 정말 많은 편지를 받았습니다. 그 친구들에게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것이었습니다.

 가난한 거, 힘들고 괴로운 거… 그 절망 속에서 시간을 버텨내야만 한다는 것. 그 모든 것이 결국 살이 되고 피가 된다는 것…. 그래야 나중에 웃으면서 말할 수 있거든요. '아, 그때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거구나'라고 하면서요.

 저를 키운 것도 절망이고요, 제 음악의 깊이를 만든 것도 절망입니다.

 여러분, 앞을 보고 달리신다면, 정말 간절히 원한다면 꿈을 꼭 이룰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어떤 꿈을 향해 정말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데 지금이 너무 힘들다면, 그것은 잘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길을 바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올라가고자 하는 산의 정상은 깔딱고개가 있어 정상에 다다르기 직전에 정말 포기하고 싶어지는 구간이 있다. 지금 바로 그 구간을 지나고 있는 것이다. 그 구간만 지나면, 순탄히 정상을 향해 갈 수 있는데… 너무 많은 사람이 코앞에 있는 정상을 보지 못한 채 등을 돌려 내려가 버린다.


 나는 이 글을 통해 지금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어지는 사람들이 다시 힘을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목표로 삼고 있는 꿈을 이룬 사람도 모두 똑같은 경험을 하였다. 피겨의 여왕 김연아가 지금처럼 모두의 관심 속에서 화려하게 빛날 수 있는 것은 그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그러니 포기하지 말고,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글 몇 가지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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