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셰프 강레오, 인생에 속성코스는 없다
- 문화/문화와 방송
- 2012. 12. 25. 07:00
스타 셰프 강레오의 강연100℃, '인생에 속성코스는 없다'
어릴 때 학원에 다니지 않았던 사람은 드물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 손에 이끌려 이런저런 학원에 다니면서 공부를 하였었다. 그 학원에서는 '단기 집중 코스' 혹은 '내신 1등급을 향한 속성코스' 등의 문구를 내건 플랜카드가 걸려있었을 것이다. 그런 학원을 부모님께서 굳이 욕심을 내서 어릴 때부터 보낸 이유는 우리가 공부를 잘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보냈기 때문이기도 하고, 우리가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도록 속성코스를 통해 공부를 시키기 때문이다.
이것은 겉모습만 보면, 학습 능력 향상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방법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그렇게 학원에 다니며 '속성코스' 혹은 '단기집중코스', '장기집중코스' 등의 프로그램에 짜맞춰서 수동적으로 공부를 하다 보면, 결국 자신은 아무것도 혼자서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이전에 이범 선생님께서 이 일을 지적한 적이 있으셨었다. 그렇게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남이 시키는 대로 공부하고, 자신 스스로 한 번도 공부 계획을 세워보지 못한 아이들은 커서도 무엇하나 스스로 할 수 없다고…. 실제로 대학교수들 사이에서는 대학생 자신이 아니라 그 부모님께서 수강 계획을 세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무엇보다 더 문제는 그렇게 '속성코스' 같은 것을 통해 학생의 삶을 수동적으로 보내게 되면, 결국 인생도 수동적으로 살 수밖에 없게 된다는 점에 있다. 인생에는 속성코스 같은 것은 없다. 그저 자신이 어떻게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 노력하는지에 따라서 자신이 사는 인생이 결정된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인생의 속성코스는 어디 없나?'며 길을 찾는다. 그러다 막막하니 남들처럼 아무 생각 없이 대학에 가고, 대학에서 스펙만 쌓느라 대통령 선거 같은 것에는 관심도 없고, 그저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닐까.
오늘, 나는 여전히 '인생의 속성코스'를 찾고 있거나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지 않고, 늘 남이 하는 대로만 따라가는 사람들에게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이 이야기는 성공 조급증에 걸려 있는 사람들이나 누군가가 계획을 세워주지 않으면, 자신의 작은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는 사람들이 능동적으로 바뀔 수 있도록 작은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스타 셰프 강레오 씨이다.
지금은 스타 셰프 반열에 올라 높은 지명도를 얻었지만, 지금의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절대 쉽지 않았다. 강레오 씨가 처음 요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요리사 집안에서 태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3대가 사는 집에서 태어났기 때문이었다. 3대가 함께 살다 보니 워낙 음식 준비할 것이 많아 식사 시간은 거의 전쟁터 수준이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할머니께 '네가 제일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 부엌을 맴돌며 열심히 음식 준비를 도왔었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이 요리에 관심이 생기고, 자신이 가장 잘하는 종목이 되었다.
그는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에 본격적으로 요리를 배우기 시작하였고, 각종 자격증을 따면서 고3 때 바로 호텔에 취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호텔에서 일하다 유학파 사람들을 보았었는데, 그 사람들이 뿜어내는 범상치 않은 아우라를 보며 '나도 유학을 가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다 그는 '나도 유학을 가겠다'고 결심을 굳히고, 고3 졸업 후에 바로 군대에 갔다가 제대를 한 후에 무작정 런던으로 떠났다.
고3을 졸업하고 군대에 갔다가 제대를 한 청년이 과연 어느 정도의 수준이었을까? 그가 런던으로 무작정 떠날 때에는 그 어떤 준비도 되어있지 않았었다. 그저 '런던에 가면 일자리는 쉽게 구해지겠지…'라는 생각으로 갔었는데, 일자리는 쉽게 구해지지 않았으며, 그 당시에 언어도 배운 것이 없어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번번이 퇴짜를 맞기 일쑤였었다. 하루에 레스토랑 30곳을 돌아다니며 '일을 구하고 있습니다. 저 좀 써주세요.'라는 말만 외워서 다녔다. 그렇게 각고의 노력 끝에 그는 겨우 한 곳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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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추천받아 그곳에 가게 된 것은 좋았지만, 그곳에서의 일은 순탄치 않았다. 피에르 코프만은 그를 보며 "내가 하늘이 노랗다고 하면, 노란 거야. 그걸 인정할 수 있으면, 너 나와."라고 처음 말하였었는데, 그는 갖은 준비를 다 갖추어 나갔었다. 그렇게 3일이 지나고 나니, 피에르 코프만 셰프는 "맵고 짠 음식을 많이 먹고, 대한민국에서 왔고, 프랑스 요리에 대한 지식도 없고, 매운 고춧가루 음식 때문에 프랑스 요리를 배울 수 없다. 돌아가라."는 말을 그에게 하였었다. 그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에, 무보수라도 일을 하겠다고 하여 악착같이 버텼다.
그런 식으로 청소만 하면서 한 달이 지나자 두 번째 달에는 차비를 받을 수 있었다. 또 그렇게 한 달을 버티어 석 달째에 접어들자 그는 셰프 피에르 코프만에게 성실과 끈기를 인정받아 정식 월급을 받게 되었다. 처음 두 달 동안은 보험처리도 되지 않아 주방에서 사고를 당하게 되면, 모든 것은 순순히 자신이 책임져야만 했던 위험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 상황 속에서도 악착같이 버티자 결국 그는 인정을 받아 정식으로 전설적인 요리사의 제자가 될 수 있었다.
그는 그 이후에 하루 18시간~20시간 정도 일을 했었다고 한다. 어느 날은 새벽 1시에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맥주 한 잔을 마시고자 맥주캔을 땄었는데, 알람이 울러서 눈을 떠보니 맥주캔을 딴 채로 쇼파에서 잠이 들었던 것이었다. 강레오 씨는 이때를 회상하며 "더 열심히는 못 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정말 열심히 했었고, 나 자신에게도 칭찬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그는 좋은 셰프들을 계속 만나고, 한 포지션씩 올라가며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되었다.
아마 강레오 씨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 사람, 정말 대단한 끈기를 가지고 있구나'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다. 무보수로 두 달동안 허드렛일을 하고, 자신이 배우고 싶은 일에 손도 대지 못하게 하였는데― 그렇게 버틸 수 있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가 만약 요령을 피우며 빨리 무엇을 하고자 속성코스를 따라가고자 했었다면, 지금의 그는 없었을 것이다. 밑에서부터 한 단계, 한 단계씩 천천히 올라왔기 때문에 지금의 그는 이렇게 인정을 받는 셰프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강레오 씨는 자신의 이야기를 끝마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속성코스는 없다고 말씀드린 것과 이 이야기가 상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나이 80을 넘어서도 이 옷을 입고 요리를 하고 싶습니다.
너무 빨리 가려고 하시지 마시고, 원하는 일이라면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습니다. 어짜피 평생 할 일이니까요.
내가 일단 소질이 있고, 내가 평생을 행복해 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는지 찾아보세요.
그 일을 평생 즐기면서 하시면, 굳이 내가 성공에 조급해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으실 것입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속성코스' 혹은 '단기집중코스'가 있는 학원에서 배우거나 그런 코스를 강요하는 부모님, 그리고 학교에서 배웠기 때문에 인생도 '속성코스'를 따라가려고 하는 성향이 있다. 그러나 인생에서는 절대 속성코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래 끓여낸 곰탕이나 사골 육수가 진하듯 인생도 그러한 법이다. 나는 오늘 이 글을 노력은 하지 않고, 그저 단순히 속성코스만 따라다니며 '인생에도 어디 속성코스가 없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유이가하마, 너 방금 재능이 없다고 했지?"
"어? 아아, 응."
"그 인식을 수정하도록 해.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는 사람이 재능 있는 사람을 부러워할 자격은 없어. 성공 못 하는 사람은 성공한 사람이 얼마나 피땀 흘려 노력했는지 상상조차 못하니까 항상 제자리걸음인 거야."
유키노시타의 지적은 신랄했다. 그리고 반론의 여지가 없을 만큼 지극히 타당했다.
-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1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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