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전사고로 두 손을 잃은 동양화가 석창우, 운명아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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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전사고로 인한 절단장애를 극복한 동양 화가 석창우, "운명아, 가라!"


 "나는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이야…."라는 말을 하면서 자신의 실패를 정당화하고, 자신이 이루고자 했던 목표를 포기했던 경험이 한두 번쯤은 누구나 겪어보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 이외에도 "네까짓 놈이 뭘 한다고 그래? 네놈이 겨우 그 수준이지."라는 말을 주변 사람들에게서 들으며 심한 좌절을 하기도, 반항하기도 했었을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지독히 사람의 본질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특히 단기적인 결과에만 목숨을 거는 많은 부모와 선생이 그런 말로 아이의 꿈을 짓밟아버린다.


 나는 아직도 주변에서 그런 시선을 적잖게 받고 있다. 나는 이미 블로그를 통해 나만의 길을 추구하기로 완전히 못을 박았으나 여전히 주변에서는 '얼마 벌지도 못하는 그런 일로 도대체 뭐하면서 살겠느냐?'는 시선이 적잖다. 하물며 내가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대학도 나오지 않은 20대이기에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나는 안 되는 놈이야.'라는 체념을 하지 않고, 그런 운명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다. 세상을 사는 것에 있어서 무엇이든지 내가 마음먹은 대로 쉽게 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남이 시키는 대로 일을 하며 사는 것은 얼마나 재미없는 인생인가? 세상은 우리가 어떤 마음을 먹고 사는가에 따라서 크게 달라진다. 비록 그렇게 사는 인생이 비단길이 아닌, 두 발에 흙탕물이 가득 묻는 진흙탕 길이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희열을 느낄 수 있는 길이다.


 '나는 안 돼. 나 같은 놈이 뭘 하겠어? 그저 부모님과 주변 어른이 시키는 대로 살면, 뭐라도 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운명을 남의 손에 맡기는 사람들에게 "나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의 길을 가며 빛나고 있는 사람을 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 주변에는 정말 '쓰레기'라고 말할 정도로 인생을 허망하게 사는 사람도 있지만, 자신보다 상상할 수도 없는 어려움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은 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추구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강연100도씨에서 볼 수 있었던 선천적이거나 후천적인 장애를 극복하고, 웃으면서 '저는 행복합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오늘은 평범히 공대를 졸업하여 전기기술자로 일하며 삶을 살았지만, 감전사로고 양손을 절단하는 장애를 겪었지만… 그 장애 속에서 삶을 포기하지 않고, 훌륭히 이겨내어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동양 화가 석창우 씨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석창우 씨의 이야기는 '나는 뭘해도 안 되는 놈이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래, 내게는 멀쩡한 두 손과 두 발이 있어. 나도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끊임 없이 하면 될 수 있을 거야,.'라는 용기를 얻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KBS1 강연100도씨


 석창우 씨는 평범한 전기기술자였지만, 29살에 전기 안전점검을 하던 중에 전기에 감전되어 양팔을 절단하는 것과 동시에 뇌출혈 수술까지 했었다. 많은 사람이 양팔을 잃은 것에 대하여 심한 절망을 하였을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그는 '동료가 아니라 내가 다친 것이 다행이다. 비록 양팔은 다쳤지만서도 걸을 수 있는 것이 너무 다행이다'고 자신의 그 상황에 감사해 했다. 그는 1년 반 동안 계속된 12번의 수술과 생사를 넘나드는 고통 끝에 병원에서 살아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는 집에서 '이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는 고민에 빠져 있는데, 4살이 된 자신의 아들이 그에게 그림을 그려달라고 왔다. 그는 양팔을 잃고 아들에게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다는 미안한 마음에 의수로 연필을 잡아가며 온종일 매달린 끝에 그림을 그려서 아이에게 주었다. 어린 아들에게 그림을 그려주는 모습을 본 아내와 그의 처형이 그에게 "평범한 사람들보다 더 그림을 잘 그린다"고 말하며 그에게 그림을 배워볼 것을 권했다.


 그 칭찬 속에서 그는 '아, 그래. 내가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결심하여 다음날 그림을 배우기 위해 화실을 찾아갔다. 하지만 화실에서는 양손이 없으면 색색의 물감들을 다루기 어렵고, 양팔이 없는 사람을 가르칠 수 없다며 거절당했다. 그렇게 그는 몇 개의 화실을 찾아가보았지만, 그 역시도 "더 쉬운 취미생활을 찾아보라"며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포기한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그를 '끈기없는 사람'이라고 비난하지 않을 테지만, 그는 자신이 처음 받은 칭찬이었던 그림을 꼭 그리고 싶었다.


 그러던 와중에 그는 문득 서예의 사군자를 떠올렸다. 사군자는 먹물로만 그림을 그리기에 자신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서예 선생님을 찾아갔었고, 그를 본 서예 선생님은 많이 망설였으나 그가 "제가 포기할 때까지만 가르쳐주세요."라고 사정하며 부탁하니 흔쾌히 수락해주셨다. 그렇게 그의 인생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그러나 처음 시작한 서예는 그의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붓을 잡고 있기가 어려워 그는 붓에 구멍을 뚫어 갈고리에 끼워서 그림을 그렸고, 먹물을 발로 갈면서 피가 날 정도로 했다. 시작 초기에는 정말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일반 사람들이 손으로 먹을 가는 것처럼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높이가 맞지 않았던 작업대를 낮추고 작업을 하던 터라 몸살이 나기도 하고, 코피도 나기도 했었다. 그래도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했기에 마냥 즐겁게 그림을 배웠다.


 그는 손 있는 사람의 5배를 노력하자는 생각으로 하루 10시간씩 계속 연습했다. 그렇게 3년 후 서예대전에 공모하여 입상을 하였고, 우연히 접한 서양의 누드 크로키를 보고 반해 그 누드 크로키를 수묵으로 그려보자는 생각으로 시도하여 수묵 크로키를 탄생시켰다. 그는 이 일을 지금까지 26년째 계속해오고 있으며, 수십 차례의 개인전시회와 단체초대전을 치렀다. 지금은 미국, 중국, 독일, 프랑스 등 세계 각지에서 인정받으면서 개인초대전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고, 올 초에서는 파리에서도 초대전을 하고 왔었다.



ⓒKBS1 강연100℃


 일부 사람들은 '그림에 재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어디까지나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노력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비딱한 발상에서 나온 생각이다. 공대를 졸업하여 평범히 전기기술자로 일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양손을 절단했던 사람이 전혀 다른 길을 찾아 다른 사람의 시선에도 흔들리지 않고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왔다. 당신이라면 과연 이렇게 해낼 수가 있겠는가? 평범한 우리는 그저 양손을 잃었다는 것만으로도 '죽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 절망만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석창우 씨는 강연100도씨에서 청취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저를 동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하지만 저는 양팔이 없는 것이 저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양팔이 없기 때문에 저는 오직 그림 하나에만 매달릴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반 사람보다 훨씬 더 빨리 삶의 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온몸을 사용하기에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저 자신만의 내면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기에 즐기면서 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었던 것은 아내와 가족들 덕분입니다. 아내는 처음 그림을 그릴 때 '돈을 내가 벌테니, 당신은 그림에 열중하세요'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지금도 저의 아내는 제가 눈을 뜨면 세수를 시켜주고, 양치도 해주고, 밥도 먹여주고, 옷도 입혀주고… 제 손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30년 전에 제게 찾아온 두 팔을 잃은 것은 어떤 운명이었습니다. 분명 이후에도 비극적인 운명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을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림을 그리면서 그 운명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 운명은 뿌리칠 수가 있습니다."


 석창우 씨의 이야기는 단순히 성공한 동양화가의 형식적인 성공 이야기가 아니다. 비극적인 운명과 맞닥뜨렸으나 훌륭히 그 비극적이 운명을 딛고 일어선 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이 자신에게 닥친 힘든 시련과 비극적인 운명 속에서 '나는 이렇게 살 수밖에 없나? 어릴 때 어른들이 말한 대로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어.'라고 생각하며 주저앉아 있을 것이다. 나는 그 사람들에게 석창우 씨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운명은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가르쳐주고 싶다. 우리의 삶은 우리가 어떻게 사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이니까.


 오늘 한 이 이야기가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용기를 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우리 앞에 닥친 어려움은 우리가 길을 제대로 가고 있기에 만난 것이다. 그 어려움만 넘으면, 우리는 드디어 원하는 목표에 다다를 수 있다. 이제 앞으로 조금이다. 한 걸음만 더 내디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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