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극복한 도서관 사서 신명진, 사람이 사람에게 전하는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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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100℃] 장애를 극복한 서울도서관 사서 신명진, 사람이 사람에게…


 우리는 누구나 한 번쯤 '난 이것밖에 안 되는 인간이야'라고 절망한 적이 있었을 것이다. 나도 그랬었다. 하지만 내게는 이충권 선생님이라는 아주 소중한 만남이 그 절망을 벗어날 수 있게 해주었다. 이충권 선생님께서는 수업하실 때마다 '노력하면 할 수 있다. 어디까지나 올라갈 수 있다'는 말씀을 통해 용기를 주셨었고. 그저 '난 이것밖에 안 되는 인간이다'고 스스로 한계를 그렸던 내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었다. 아마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 적잖을 것으로 생각한다.


 사람이 어느 사람으로부터 절망을 만나기도 하지만, 사람이 어느 사람으로부터 희망을 만나기도 한다. 특히 신체가 멀쩡한 우리와 달리 조금 신체가 불편한 사람들은 사람으로부터 희망을 얻었을 때, 정말 평범한 우리가 보더라도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삶을 산다. 그 이야기들을 나는 강연100도씨에서 접할 수 있었고, 블로그를 통해 사람들에게 이야기하였었다. 내가 그 이야기를 한 이유는 사람들이 '이런 사람도 이렇게 열심히 살면서 행복할 수 있다. 하물며, 나라고 못하겠는가?'라고 생각하며 용기를 얻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마 모르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자신의 삶을 조금 뒤돌아보면… 정말 힘들었던 때 나와 함께 해준 사람의 얼굴이 떠오를 것이다. 비록 나처럼 친구가 거의 없고, 사람과의 왕래가 없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최소 한두 명쯤은 있지 않을까. 우리는 그렇게 사람이 사람에게 전하는 희망을 통해 그 힘들었던 순간을 버틸 수 있었고, 그 시련을 뛰어넘어 지금에 당도할 수 있었다.


 오늘, 난 남과 달리 조금 불편한 신체를 가진 자신에게 한계를 정해두고 '난 이것밖에 안 돼.'라고 생각하며 살았지만, 여러 사람의 만남을 통해 '그래. 나도 할 수 있어'라는 자신을 가지고 세상을 향해 도전하면서 사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어렸을 때 양다리와 한쪽 팔을 잃어버린 도서관 사서 신명진 씨이다. 신명진 씨의 이야기는 분명히 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도서관 사서 신명진, ⓒ강연100도씨


 그가 남과 다른 장애를 맞닥뜨리게 된 것은 불과 그가 다섯 살 때의 일이었다. 그는 인천의 소래포구에서 살고 있었는데, 당시 소래포구에는 염전을 옮기는 기차가 있었다. 그는 어머니가 아팠던 날에 할머니 댁으로 가던 중 철로 위에 있던 기차에서 뛰어놀던 동네 형들을 보고 기차에서 함께 뛰어놀았다. 그렇게 놀던 기차가 갑자기 움직이자 형들은 모두 뛰어내렸으나 마냥 무섭기만 했던 5살의 그는 어느 줄 하나를 잡았었는데…정신을 잃고 말았다. 사고가 난 이후 모든 사람이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정말 큰 사고였었다.


 그러나 그는 수술 끝에 가까스로 목숨을 건지게 되었다. 그의 사고소식을 듣고 병원을 찾은 어머니는 간호사로부터 작은 포대기에 감싸진 한 아이를 받았다. 그의 어머니는 간호사에게 "우리 아이는 다섯 살이기에 이렇게 작지 않다."고 말하였었지만, 간호사는 포대기 안에 있는 그 아이가 '신명진'이라고 그의 어머니께 알려주었다. 그렇다. 그는 수술 후에 이미 양다리와 팔 한쪽이 절단된 상태였었다. 그 사고 이후 어머니는 매일 같이 옥상으로 올라가 자신이 아들을 그렇게 만들었다는 죄책감과 미안함에 수십 번을 죽으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옥상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만약 뛰어내려서 같이 죽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병실을 찾는 일이 수차례 반복되었다. 그것을 멈춘 것은 그의 아버지가 그의 어머니께 한 "매일 죽을 생각만 하면 어떡해? 우리가 명진이의 손과 발이 되어줘야지."라고 질타하며 한 말씀이었다.


 그의 부모님은 그를 절대 과잉보호하지 않았다. 특별히 대하기보다는 그의 동생이나 그의 다른 친구와 마찬가지로 똑같이 그를 대했다. 그런 생활 속에서 재활 훈련이 끝났을 때, 그의 나이는 불과 7살이라는 어린 나이였다. 그는 의족을 낀 채 생활을 하였지만, 너무 어렸던 탓에 장래를 인식하지 못했다. 어렸던 시절의 그는 다른 친구들과 자신을 비교했을 때 '나는 단지 친구들보다 성장이 더딜 뿐이다'고 알고 있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팔과 다리가 성장할 줄 알았지만, 그렇지 못했다. 그는 할머니께 "왜 난 팔과 다리가 안 자라?"라고 물어보았었는데, 할머니는 그에게 '너는 다시는 팔과 다리가 자라지 않는다'고 냉정하게 말씀해주셨다. 그 솔직한 답변에 그는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때 그의 나이는 겨우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그는 만화 드래곤볼에 등장하는 피콜로가 싸우다가 팔을 잃으면, 팔을 재생하는 모습을 보며 정말 부러워했었다. 왜냐하면, 그의 팔을 다시 재생될 수 없었으니까. 어렸던 시절의 그는 마냥 현실을 받아들이며 지냈었지만, 그에게 찾아온 사춘기는 자신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는 자신에 대해 고민을 하며 '나는 다른 사람과 다르다. 나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자격지심으로 점점 더 작아졌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한계를 직접 정해놓고, 틀 안에 갇혀있는 삶을 살았다.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에 그는 작은 회사에 다니고 있었는데, 우연히 그곳에서 휠체어를 탄 한 장애인을 만나게 되었다. 그는 평소 자신과 같은 장애인을 만날 기회가 없었기에 그 장애인에게 "이렇게 사는 데에 불편한 것이 없으세요?"라고 물어보았었다. 그러자 그 장애인은 선뜻 "불편한 것은 없다. 나는 수영 선수다"는 답을 그에게 들려주었다. 그는 그 사람의 말에 놀라 "저도 할 수 있을까요?"라고 되물었고, 그 사람은 "물론. 가능해."라고 말했다. 그 말에 그도 수영에 도전하게 되었고, 수영장의 물에 뜨는 데에만 3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는 끊임없이 노력한 끝에 25m를 수영할 수 있게 되었고, 그때부터 '나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그의 가슴 속에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그는 2003년 장애인 체전에서 동메달을 따고, 2009년에는 금메달까지 따는 영광을 안았다. 수영을 하면서 자신감이 생겨 백두산과 몽골의 체첸궁산까지 등산하는 여러 가지 도전을 하였다. 그중에 그와 친했던 한 친구가 마라톤을 좋아했었는데, 그는 그 친구를 따라 마라톤을 시작했다. 한국 국내 마라톤 대회는 6시간이 지나면 결승선을 치웠지만, 외국에서는 도전자가 포기하지 않는 이상 결승선을 치우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도전했을 때 결승선이 없으면 허망함만 느낄 것으로 생각했기에 국내 마라톤 대회가 아닌, 2011년 뉴욕 마라톤 대회에 출전했다.


 뉴욕에서 뛰는 42.195km는 정말 멀게만 느껴졌다. 그는 중간에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어지기도 했었지만, 그때 그에게 말을 걸어오는 외국인 아주머니가 있었다. 그는 얼떨결에 대답을 하기도 하였고, 중간에 넘어지기도 하자 많은 사람이 그를 부축해주었다. 그는 그 사람들 덕분에 다시 일어서서 앞으로 조금씩 나아갔고, 그의 곁에는 많은 사람이 함께 뛰어주고 있었다. 그가 지치고 힘들어할 때마다 "넌 할 수 있어. 계속 가자. 여기만 가면 돼!"라고 힘을 주며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그에게 주었다. 그렇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면서 마침내 결승선을 통과할 수 있었다. 그는 마냥 기쁠 것 같았던 그 순간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기분을 느끼며 자신과 함께 뛰어준 사람을 부둥켜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에게는 자신과 함께해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도서관 사서 신명진, ⓒ강연100℃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그렇게 마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저는 그때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살면서 내가 무언가를 혼자서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그 모든 것이 나 혼자 힘으로 한 게 아니었다는 것을 말이죠. 무언가를 해내던 매 순간마다 항상 제 옆에는 누군가가 있었습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게 가장 큰 위로이고, 말없이 지켜봐 주는 게 가장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제가 느꼈듯이 여러분 곁에 있는 친구, 가족은… 분명, 큰 힘이 되리라 믿습니다. 여러분 역시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되고, 용기가 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신명진 씨는 크게 성공한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실패한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 그는 자신이 정했던 한계를 벗어나 도전하는 삶을 사는, 아주 멋진 인생을 사는 사람이다. 우리가 그의 이야기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스스로 정한 한계는 반드시 이겨낼 수 있다는 점이다. 비록 세상이 '넌 안 돼'라고 말한다고 하더라도 우리 주변에는 나의 그 도전을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는 앞으로도 더 당당히 도전할 수 있을 것이고, 마침내 '안 돼'라고 말하던 사람들에게 "봐, 할 수 있잖아?"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강연100도씨 무대에서 한 이야기는 분명히 많은 사람에게 용기를 주었으리라고 생각한다. 양다리를 잃고, 오른쪽 팔을 잃어 '난 어차피 안 되는 사람이야.'라고 스스로 한계를 정했던 그는 여러 사람의 응원에 힘입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내 주변에는 응원해주는 사람이 없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노력도 하지 않은 채 '내가 할 수 있을까?'는 질문만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떤 일을 정말 열심히 노력한다면, 그 일을 응원해주는 사람은 반드시 나타나기 마련이다. 신명진 씨가 뉴욕 마라톤 대회에서 42.195km를 달릴 때 그의 곁에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준 사람들처럼, 우리가 열심히 노력한다면 반드시 그런 사람이 나타난다.


 나는 이 글이 '난 안 돼'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한계를 두고 있는 사람이 '나도 할 수 있어'라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한, 나 자신이 바로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되고 용기가 될 수 있는 소중한 사람임을 알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나라도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고, 나도 누군가로부터 희망을 얻기에… 세상은 마치 보름달처럼 사람이 사람에게 전하는 희망을 통해 밝아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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