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총결산, 나는 조금 더 어른이 되었을까
- 일상/일상 다반사
- 2016. 12. 31. 07:30
병신년 2016년, 대학 복학으로 시작해서 대학 여행으로 마무리하다
2016년 한 해를 시작할 때는 2016년이 이렇게 다사다난한 1년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아마 나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그럴 것이다. 2016년 말미 한국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게이트 사건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2017년을 맞이하는 우리의 가장 큰 문제로 남았다.
사회정치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끝이 없다고 생각한다. 2016년은 우리 한국 사회가 어디까지 엉망진창이 되어있는지 시험받아 그 결과가 낙제점을 면치 못한 한 해였다. 그런 답답함 속에서 나는 어떻게 2016년을 보냈을까? 한 해의 시작과 마지막이 겹치는 오늘은 잠시 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나의 2016년 시작은 다소 무거운 기분이었다. 2015년과 달리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를 공공연하게 말하지 않았다. 2016년은 6년 만에 대학 복학을 했기에 '어떻게 대학생활을 해야 할까?'는 걱정과 함께 목표에 대해 조금 방황을 했었다. 그래서 2016년 시작은 가볍지 않았고, 너무나 길어 보였다.
그러나 초기의 걱정과 달리 올해 2016년 한 해 또한 굉장히 빠르게 지나갔다. 수강신청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한숨을 쉴 때는 같은 대학에 다녔던 고등학교 친구의 도움을 받았고, 새로운 학교에서는 정말 조용하게 다니면서 불필요한 트러블이 발생하지 않았다. 대체로 순조롭게 시작한 한 해였다.
2016년 5월에는 KBS 간판 퀴즈 프로그램 <1대 100>에 출연하여 내 모습이 방송으로 나오기도 했고, 여름에는 느닷없이 과거의 나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과감한 도전을 해보기도 했다. 학교에서 진행한 <겐카이정 홈스테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4박 5일 동안 일본에서 시간을 보냈다.
당시 배를 타고 출발하는 날에는 묘한 설렘이 있었지만, '과연 내가 1학기 동안 기피한 단체 생활을 잘 해낼 수 있을까?'는 걱정을 마음 한켠에서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겐카이정에서 보낸 4박 5일의 시간은 절대 후회하지 않을 재미있는 시간이었고, 나름대로 수확이 있었던 시간이 되었다.
2016년에 나는 조금 더 어른이 되고 싶은 목표를 가지고 있었는데, 대학에서 홀로 조용히 지내는 일에서 벗어나 홈스테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건 그 목표를 향한 발돋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2학기에는 처음으로 누군가와 함께 공동 프로젝트를 해야 하는 '탄뎀'이라는 수업에 과감히 손을 뻗었다.
일본인 친구와 팀이 되어 매번 여러 가지 테마를 정해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체험학습을 하는 일은 약간의 부담이 있었다. 그 부담을 안고서도 탄뎀 수업은 참 잘 들었다고 생각한다. 우물 안의 개구리 상태에서 벗어나 일본어를 공부하는 데에 내가 주의해야 할 점과 개선점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사람이 누군가와 친구가 되는 일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함께 보내는 시간을 쌓아야 하고, 서로 신뢰와 배려가 있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못지않게 독재적인 나는 그 일이 무척 어렵다. 단순히 고집이 세다면 모르겠지만, 어릴 적 겪은 학교 폭력과 사람에 대한 트라우마가 아직 진하게 남아 있으니까.
그러나 대학에서 참여한 탄뎀 프로그램과 대학에 다니면서도 꾸준히 읽은 여러 책과 크고 작은 기회는 그 트라우마를 좀 더 이겨내기 위한 도전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드림 멘토 김수영 씨와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일과 겐카이정 프로그램 참여는 멋진 행운이었다.
공부보다 책을 읽는 동안 대학은 순식간에 2학기 말을 맞이했다. 대학 2학기 끝에 어느 교수님으로부터 8박 9일 한일 학생 관광 교류 촉진 프로그램을 소개받았고, 며칠 동안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나는 '에라이, 모르겠다! 이것도 한 번 해보자!'라는 심정으로 그 프로그램에 신청했다. 참, 답이 없었다.
한일 관광교류 프로그램은 날짜가 시험이 끝나면 이틀 쉬고 바로 가는 일정이었다. 더욱이 가기 전에 여러 가지 해야 할 일이 많아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내가 가장 싫어하는 조별 과제라서 더욱 한숨을 푹푹 내쉬면서 과거로 돌아가 이 프로그램에 신청한 나를 정신 차리라며 때려주고 싶었다.
평소라면 내가 '절대 선택하지 않았을 일이었을 한일 학생 관광 교류 촉진 프로그램의 시간 또한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처럼 그냥 지나갔다. 일정 전에 걱정한 트러블은 없었지만, 새롭게 무엇을 성취한 느낌도 별로 없었다. 그래서 아쉬운 점이 남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얻은 건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주 친해지지는 못했지만, 졸업을 앞둔 동갑 친구를 만났다. 호텔 룸메이트 후배를 통해서 그 후배와 어울리는 멤버들과 며칠 동안 함께 호로요이를 마시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미 적어놓은 여행 후기에서도 언급하지만, 크리스마스를 누군가와 함께 맞이한 건 태어나서 처음이지 않나 싶다. (웃음)
주변의 후배 몇 명이 "선배 괜찮았어요?", "재밌었어요?"라는 질문을 나에게 몇 번 했고, "뭐, 괜찮아."라는 대답에 "다행이네요."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아마 내가 꽤 걱정되었던 것 같다. 이번 팀에서 연장자임에도 똑바로 어울리지 못해 괜히 민폐를 끼친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다.
그래도 신경 써서 룸메이트와 밤에 함께 어울려준 친구와 후배들 덕분에 재미있는 추억은 남았다고 생각한다. 절대 선택하지 않았을 일을 통해서 작은 인연을 만들 수 있었던 것, 한 해를 마무리하며 곱씹어볼 수 있는 시간이 생긴 것 또한 모두 멋진 그 친구와 후배들 덕분이다. (너희 덕분에 즐거웠어! 땡큐!!).
나의 2016년 한 해는 대학으로 시작해서 대학으로 끝났다. 2016년 한해 대학에 다니는 동안 열심히 공부했다고 말할 수 없지만, 얻은 것은 분명히 있었다. 흥미롭게 들은 법률 수업만 아니라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일단 한번 해본 일들이 다음의 더 나은 선택을 위한 밑거름이 되었다고 믿는다.
2016년 동안 나는 조금 더 어른이 되고 싶었다. 아직도 나는 너무나 불투명한 목표와 비전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고 있다. 2016년에도 몇 번이나 도중에 멈춰 서서 '왜?'라는 질문을 던져야 했고, 내가 살아가는 이유와 즐거움을 찾지 못해 답답함을 떨치지 못하기도 했다. 마지막 날인 오늘도 그렇다.
나는 조금 더 어른이 되었을까? 과거의 나라면, 앞으로의 나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선택지를 선택해 잘 이겨낸 나에게 박수를 쳐주며 "조금은 더 어른이 되었다."고 말하고 싶은 오늘. 내일이면 시작하는 2017년에는 조금 더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조금은 나를 믿고 사랑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내년에는 다시금 '선의후이'라는 말을 새기고 살아가고 싶다. 2016년은 대학 복학으로 인해서 뜻보다 이익을 조금 쫓은 적이 있는데, 뜻을 먼저 추구하고 그 이후에 이익을 생각하는 삶을 살고 싶다. 여건이 다소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익보다 참된 뜻이라고 생각한다.
몇 시간 남지 않은 12월 31일. 그리고 1월 1일. 어느 날이라도 '몇 시간 남지 않았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오늘, 2016년 총결산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하고 싶다. 부디 내년에는 좀 더 상식이 통하는 사회, 좀 더 나를 위해 이것저것 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노력하자,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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