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것은 비용이라 하는가
- 시사/사회와 정치
- 2015. 9. 18. 07:30
드라마 <어셈블리> 진상필의 외침을 통해 보았던 우리 사회의 모습
내가 그동안 재미있게 보았던 드라마 <어셈블리>도 이제 마지막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 글이 발행되는 날짜는 금요일(18일)이지만, 이 글을 작성하는 날은 목요일(17일) 아침이다. 어제 본 드라마 <어셈블리>에서는 두 번째 기회를 주기 위한 패자를 위한 법안을 위한 진상필의 노력을 볼 수 있었다.
드라마 내용에 접근하기 먼저 우리는 '두 번째 기회'이라는 말에 관하여 곰곰이 생각해보자. '두 번째 기회'라는 말은 어쩌면 우리가 모두 가지고 믿고 싶었던 말이었을 수도 있다. 한번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나서 두 번째 기회를 찾아 노력할 수 있는 그런 사회를 우리는 원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항상 경쟁 과열주의 속에서 살아왔다. 내가 미끄러지면, 다른 사람이 항상 올라가서 나보다 더 나은 평가를 받는 모습과 비교당하며 우리는 더 잘해야 한다는 질책을 받았다. 또한, 절대 실패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들으면서 공부와 사교 관계에서 모두 완벽을 지나치게 추구했다.
그런 완벽주의 추구는 우리가 잘못된 길을 걷게 해버렸다. 언제나 조금 더 자신의 스펙을 끌어올리고자 위험한 방법에도 손을 대는 사회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취업을 위해서 성형 수술을 하고, 토익과 토플 고득점을 위해서 대리 시험을 의뢰하는 등 경쟁에 범죄가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jtbc
얼마 전에 학교에서 입시 전문가에게 성추행을 당했던 여학생이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던 사례가 뉴스를 통해 보도되었는데, 그 사건 또한 우리가 지나친 경쟁에 욕심을 부린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내가 윤리적 선택을 함으로써 멍청하다는 손가락질과 비난을 받는 것을 무서워했으니까.
청소년의 기회를 줄이면서, 그 기회를 이용해서 어른들이 더러운 욕심을 품는 모습은 우리 사회에서 너무 흔하게 볼 수 있다. 비록 이번 입시 성추행 사건이 드문 사례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이런 모습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머릿속에서 그 예가 떠오른다.
과거 어떤 대형 출판사에서 인턴 여직원을 상대로 성추행을 했던 직원이 인턴 여직원을 상대로 했던 협박은 '정규직 전환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협박이었다. 소위 말하는 갑과 을로 나누어질 때, 우리 사회의 추잡한 모습이 적나라하게 바깥으로 드러나는 대표적인 예 중 하나였다.
이런 사회 속에서 우리가 제대로 저항하지 못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다.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른다.'이라는 두려움. 두 번째 기회를 노려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부담을 등에 짊어지고 있는 젊은 세대의 어려움이 그런 부당한 일에 저항하지 못한 채, 쓰라린 고통을 눈물로 삼켜야 했다.
ⓒ오마이뉴스
이쯤에서 다시 드라마 <어셈블리>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진상필이 배달수 법을 통과시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그 이야기의 첫 시작은 배달수의 아들 배기환이 "보좌관님이 그렇게 좋아하는 정치가 이런 사회를 만들어 놓은 거라고요. 제 친구가 합격하면, 저는 떨어져요."이라는 말이었다.
최인경은 배기환의 그 말을 들은 후에 깊은 상념에 빠졌지만, 꼭 배달수 법을 통과시키자는 진상필의 말에 다시 힘을 냈다. 그리고 수요일 방영분에서 진상필이 배달수 법을 통과시키기 위해서 보여준 갖은 노력은 '감동이었다.'이라고 말할 정도로 처절하면서도 아름다움이 묻어나왔다고 생각한다.
법률 통과 투표를 앞두고 진상필이 했던 두 번째 기회를 위한 복지 배달수 법을 앞둔 진상필의 외침, 브라질 대통령 룰라의 "어째서 부자를 돕는 건 투자이고,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은 비용이라고 합니까!?"이라는 말은 아마 지난 수요일 <어셈블리>의 가장 극적인 장면이었지 않았을까? 1
무기명 투표로 전환된 덕분에 진상필이 이루고자 해던 배달수 법은 통과되었는데, 과연 이런 법안이 현실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니, 무엇보다 "어째서 부자를 돕는 건 투자이고,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은 비용이라 하는가?"이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정치인이 과연 현실에 있을까?
ⓒKBS2 어셈블리
지금 여당과 야당은 모두 내부 싸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애초에 내부 싸움으로 몸살을 앓지 않더라도 두 정당은 애초에 민생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여당은 원래 그랬던 대로 부자들을 위한 정책을 펼치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임금 피크제를 비롯해 여전히 역행을 하고 있다.
그런 여당을 견제하면서 조금 더 서민을 위한 정책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하는 야당은 서로 자신의 계파가 잘났니, 네가 잘났니 하면서 싸우느라 완전히 뒷전이다. 그런데 더욱 이상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국회의원 특권을 위한 법률안 처리는 모두 합심하여 일사천리로 해결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 시민들의 입에서 '정치는 더럽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것이다. <어셈블리>의 김기환이 말했던 "역겨워요."이라는 말에 십분 통감할 수 있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말은 서민을 위한 정치, 경제 성장을 위한 정치라고 말하지만, 언제나 가진 자를 중심으로 모든 게 돌아가고 있으니까.
나는 드라마에서 보았던 두 번째 기회를 위한 배달수 법이 우리 현실에서도 실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크고 작은 청년 창업 지원 제도, 장애인 고용 지원제도 등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만, 여전히 소득수준이 낮은 서민을 얕은 중산층으로 끌어올리기에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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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나는 정치와 경제를 잘 모른다. 고등학교 시절에 인터넷 강의를 통해 배웠던 정치와 경제 상식을 가지고 20대에 읽은 다양한 정치·경제 서적에서 배운 좀 더 범위를 넓힌 상식, 그리고 선거철마다 볼 수 있는 정치인의 행보와 그 이후의 행보를 통해 알게 된 모습밖에 없다.
그런데 그 정도만 알아도 도대체 이놈의 정치와 경제가 얼마나 돌아가야 하는 방향이 아닌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우리는 정치와 경제가 어려운 분야라는 사실을 언제나 가진 사람들에 의해 편견을 가졌고, 나랏일에 관심을 두기보다 먹고 살기 위한 걱정이나 하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정치는 우리의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정치가 똑바로 이루어지지 않고, 무능한 정치인을 무능한 시민이 지지할 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최악을 향해 가라앉기 때문이다. 전체 소득은 늘어나더라도 거인만 커질 뿐, 소인은 커지지 못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요즘 우리 세상에는 대안을 제시하고,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많은 책이 발행되고 있다. 그리고 드라마 <어셈블리>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현실성 있게 보여준 정치 드라마였다. 드라마 <어셈블리>의 낮은 시청률은 우리가 정치에 가지는 관심이다. 그게 우리의 모습이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관심을 두었으면 좋겠다. <어셈블리> 진상필이 외쳤던 브라질 대통령 룰라의 "어째서 부자를 돕는 건 투자이고, 가난한 시민을 돕는 건 비용이라고 하는가?'이라는 문제를 마주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를 질책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그게 오늘, 우리 시민의 할 일이다.
마지막으로 오늘 글과 관련하여 추천하는 책 목록을 남긴다.
[문화 이야기/독서와 기록] - 우리는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
[문화 이야기/독서와 기록] - 경제가 성장하면 우리는 정말로 행복해질까
[문화 이야기/독서와 기록] - 대한민국 양극화 쇼크에 관한 불편한 보고서
[문화 이야기/독서와 기록] -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를 만나다
[문화 이야기/독서와 기록] - 피터 싱어의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를 읽고
- 지식채널e 눈물의 룰라 : https://goo.gl/PzEH5w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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