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오늘보다 내일을 걱정하는 한국인의 삶
- 시사/사회와 정치
- 2015. 9. 9. 07:30
'너 언제 취업할 거야?' '연애는 하고 있어?' '언제 결혼할 거야? '내일 뭐 할 거야?'
우리 한국 사람은 오랜만에 아는 사람과 만나게 되면 제일 먼저 어떻게 지내는지 안부를 묻고, 함께 먹고 살기 힘들면서 대통령이 잘못했니 대기업이 엉망이니 하며 불평을 하다가 앞으로 어떻게 살 생각인지 의견을 묻는다. 이런 모습은 우리 한국 사회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런 모습에는 모두 한 가지 잠정적인 결론을 가지고 있다. 바로 '오늘 지금 여기 내 앞에 있는 사람은 지금 행복하지 않다. 나도 오늘은 행복하지 않다. 더 좋은 내일을 바라보면서 오늘을 희생해서 살고 있다.'는 추측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 거니?'이라는 질문을 한다.
왜냐하면, 한국에서는 언제나 미래를 생각해보고 알맞은 정답을 선택해서 가장 빠른 길을 선택하는 게 '잘 사는 법'으로 통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초등학생 5학년 정도가 되면 학교에서는 진로 그래프라고 해서 몇 년 후에 내가 무엇을 할지 생각해서 적는 바보 같은 일을 반복한다.
오래전에 나는 <인생 계획서를 쓰게 하는 건 넌센스다>이라는 제목으로 이런 일을 비판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 댓글로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나는 '계획은 필요하지만, 어릴 때부터 무리하게 미래를 결정하는 일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JTBC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된 계기는 지난 일요일(6일) 재방송으로 본 예능 프로그램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의 방송이었다. 호주에 있는 제임스의 집을 방문한 멤버들이 대화를 나누면서 '한국에서는 언제나 내일 뭐 할 것인지 물어봐요. 항상 미래만 이야기하고, 막상 중요한 오늘은 없어요.'이라는 말을 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고, <미움받을 용기>에서 아돌러가 말했던 것처럼 '지금, 여기를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단지 <미움받을 용기> 책에 한정하지 않고, 이나모리 가즈오를 비롯한 많은 존경을 받는 사람이 그렇게 말한다.
며칠 전에도 <생존을 위한 삶 vs 즐기기 위한 삶>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발행했던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이야기도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미래를 항상 생각하면서 걱정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 '지금의 삶이 너무 불안정하기에 내일이 두렵기 때문'이다.
언제 해고될지 비정규직 근로자가 '난 오늘 삶에 만족해. 나한테는 작은 집도 있고,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취미 생활도 있어. 더 욕심부려서 뭐해?'이라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이 한국에서는 갖춰져 있지 않다. 모두가 아무리 못살아도 남만큼 살아야 한다는 강박 집착이 오늘 더 불안에 떨게 한다.
ⓒJTBC 뉴스룸 팩트체크
위 이미지는 <JTBC 뉴스룸>의 팩트체크 코너에서 소개한 소득 불균형을 나타낸 지표다. 우리나라의 1인당 GDP가 높아진다고 해서 내가 잘살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나치게 많은 부를 소수가 독점하면서 우리는 성공에 더 강한 집착을 하게 되고, 오늘에 집중해서 살지 못하게 된다.
한국의 독특한 이런 문화 속에서 '오늘을 즐겨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코웃음 치면서 '넌 대기업 재벌의 아들이야? 뭐가 잘났다고 오늘을 즐긴대? 일정한 소득도 없는 주제에 머리에서 나사가 빠진 거 아냐?'이라는 비아냥을 듣기 딱 좋다. 아마 나와 당신도 '그렇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갑질을 당하면서 최저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해도 우리는 어쩔 수 없다면서 소주 한 잔을 마시고, 매일 불타는 금요일을 맞이할 때마다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술을 마시면서 현실을 잊으려고 한다. 술에 관대한 문화는 어쩌면 이런 아픔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술을 마시면서 알코올에 취하지 않으면, 도저히 오늘을 버틸 수 있는 두려움을 떨칠 수 없는 사회가 과연 정상적인 사회일까? 우리는 어릴 때부터 더 옳고, 위험성이 적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언제나 우리는 취업 걱정, 결혼 걱정, 대출 걱정, 건강 걱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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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김제동의 톡 투유>에 이런 고민을 말하게 되면, 김제동이나 최진기 선생님은 '사회 구조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문제'라면서 정치가 먼저 바르게 될 필요가 있다고 말할 것이다. 사람이 최소한 인간적인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제도가 갖춰질 때, 우리는 컴컴한 미래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으니까.
한국이 싫어서 이민을 떠나고자 하는 젊은 청년이 늘어나는 까닭은 아직 우리나라가 문제를 똑바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이 열심히 살아도 잘 살 수 없다고 말하는 건 옳지 않겠지만, 적어도 한국은 아직 그런 기대를 좀처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상태로 흘러가고 있다.
지금도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여당은 파업 때문에 경제가 말했다는 막말을 하고, 이미 지나치게 커진 재벌의 편의를 봐주기 위한 경제 완화 제도를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이를 경계하고 반대해야 하는 야당은 서로 자신이 잘났다면서 싸우는 탓에 야당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숨)
이런 까닭에 한국은 언제나 오늘보다 내일만 걱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한국을 떠나 오늘을 살고 싶다는 제임스의 말이 아프게 느껴진다. 장강명의 소설 <한국이 싫어서>의 주인공 계나가 호주에 머무르고자 했던 이유도 분명 이와 같을 것이다. 나는 지금 어떻게 사는 걸까…?
'이 글에 언급된 글들'
[시사 이야기/학교와 교육] - 인생계획서를 쓰게하는 건 넌센스다.
[시사 이야기/사는 이야기] - 생존을 위한 삶 VS 즐기기 위한 삶
[문화 이야기/독서와 기록] - 미움받을 용기,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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