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짐한 한식 밥상은 정인가, 욕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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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슬슬 바뀔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한식 밥상의 반찬 제공 시스템


 우리 한식의 장점은 무엇보다 푸짐함이다. 한국 식당은 어디를 가더라도 항상 주문한 메인 음식 이외에 다양한 반찬이 함께 나오는데, 일부 사람들은 메인 음식보다 곁들여 나온 반찬이 더 맛있다면서 반찬을 칭찬하기도 한다. 한국 식당의 이런 모습은 외국에서 쉽게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다.


 왜냐하면, 유럽이나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항상 주문한 메인 음식 이외에 곁들이는 추가 음식은 언제나 추가 요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한식처럼 일본에서도 일본 정식이나 라멘 혹은 덮밥을 먹을 때마다 작게 반찬이 나오지만, 추가하려고 하면 추가 요금을 내야 하는 것과 상당히 다르다.


 그래서 많은 외국인이 한국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했을 때 나오는 가짓수가 많은 반찬에 놀라워한다. 그리고 한국 사람은 이런 게 당연한 거라면서 '한국 사람은 정이 많아서 반찬도 많이 준다.'라고 말한다. 특히 일부 음식점에서 반찬 가짓수를 적게 주거나 양을 적게 주면 푸념을 늘어놓기도 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과연 이런 모습이 좋은 모습인지 의아하다. 왜냐하면, 지나치게 반찬의 수가 너무 많이 나오면 우리는 먹는 반찬의 수만큼 먹지 않는 반찬의 수도 덩달아 증가하기 때문이다. 아마 거의 모든 사람이 함께 나온 반찬을 '전부' 먹는 모습은 아주 드물지 않을까?


작은 찌개에도 반찬이 5가지, ⓒ노지


 한국의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은 전체 쓰레기양의 28% 이상을 차지하며, 그 양은 500만 톤이 넘는다[각주:1]고 한다. 더욱이 이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에 드는 비용은 9천 억 가량이 소모된다고 한다. 이 정도가 되면 우리는 먹는 음식의 3할 정도는 언제나 버리고 있다는 소리가 된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가정에서 우리는 대체로 많은 음식을 기호에 맞게 조리하기 때문에 남기는 일이 적으니까. 하지만 식당에서 음식을 먹을 때마다 우리는 함께 나오는 반찬을 다 먹지 않는다. 자신의 입맛에 먹는 것만 먹고, 나머지 음식은 죄다 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내가 매번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가는 토박이 식당에 가면 항상 내가 손을 대지 않는 반찬이 함께 나와서 상당히 껄끄럽다. 매번 밥을 먹을 때마다 '이 반찬은 빼주시고 주세요.'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냥 남겨버린다. 남은 음식을 보게 되면 상당히 찝찝할 때가 많다.


 괜히 내가 쓸데없는 감정을 품는 거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건 한여름에 에어컨을 틀면서 '아, 내가 튼 에어컨 때문에 지구 온난화가 되는데….'이라며 걱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어떻게 보면 정말 쓸데없는 걱정일 수밖에 없다. 나 하나 바뀐다고 달라질 세상도 아니기 때문이다. (한숨)



 분명히 우리가 아는 한식 밥상 한 상은 항상 메인 요리를 곁들이는 주변의 반찬이 맛을 더 느끼게 해주는 푸짐한 밥상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우리는 지나치게 많은 반찬을 받아 먹는 바람에 나트륨 과다 섭취는 물론, 먹지 않는 음식을 음식물 쓰레기로 만든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나는 그래서 종종 어머니께 '안 먹는 반찬은 하지 말자. 그냥 김치랑 김이랑 계란 프라이 하나 있으면 된다. 종종 햄이나 구워 먹으면 된다.'이라고 말씀드리면서 굳이 집에서 먹지 않는 건 단호히 거절한다. 매해 어머니가 '먹으면 되지.' 하면서 한 반찬의 5할 정도는 음식물 쓰레기로 변해버리기 때문이다.


 언제나 한식 밥상이 익숙한 우리는 지나치게 많은 반찬과 메인 요리를 함께 먹는다. 메인 요리를 즐기기 위한 식탁에서 메인 요리는 뒤로 밀리고, 음식물 쓰레기만 늘어나는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에서 20~30첩의 한식을 먹는 멤버들을 보면, 먹지 않는 음식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오늘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우리의 푸짐한 한식 밥상은 과거에 정으로 통했지만, 지금은 과연 '정'으로 말해도 좋을지 묻고 싶다. 많은 가짓수의 반찬을 함께 움직이는 한식은 정말 정일까, 아니면… 지나치게 먹는 데에 욕심을 부리는 우리의 탐욕일까?


 개인적인 생각으로, 앞으로 한식 밥상에서 먹고 싶은 반찬을 선택해서 반찬 가짓수를 정할 수 있으면 어떨까 싶다. 그 이전에 한국 식당에서 유명한 반찬 무료 제공이 유료 제공으로 옵션을 바꾸게 되면, 사람들은 먹고 싶은 것만 시키면서 버리는 양이 줄어들지 않을까? (반찬을 더 달라고 해도 다 먹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니.)



  1. "음식 쓰레기, 전체 쓰레기의 28% 이상 차지" http://goo.gl/495J5W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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