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독재자 자손이 꿈꿨던 최상의 시나리오
- 시사/사회와 정치
- 2015. 8. 26. 07:30
유례 없이 강했던 남북 대립으로 두 명의 독재자 자손은 무엇을 얻었나
한동안 잔잔한 물결 같았던 한반도의 분위기가 거친 파도처럼 변하면서 전쟁 발발이 코앞에 있는 듯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이런 언론 보도에 일부 시민 사이에서 큰 불안감이 생겼었다. 많은 시민이 '어차피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상황은 과거 유례가 없을 정도로 심각했었다.
언론에서는 종일 북한의 자주포가 전진 배치가 되고, 잠수함 50척의 행방을 알 수 없어 타격에서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등의 공포와 두려움을 야기했다. 특히 국방부는 미군과 협력하여서 북한이 도발한다면 바로 과감한 응징을 하겠다면서 엄포를 내놓았다.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주가는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쳤고, 환율을 무섭게 치솟으면서 달러는 1,200원까지 오르고 엔화는 1,000원까지 올랐다. 아마 이번 한반도의 긴장으로 개미 투자자들은 큰 손해를 보았을 것이고, 외화를 소유하거나 외화로 사전에 거래했던 기업이나 큰 손은 큰 이익을 보았을 것이다.
이번에는 전쟁이 터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강했던 남북의 갈등은 역시 또 한 번 회담을 통해서 타협을 이루었다. 많은 사람이 '혹시나' 하면서 걱정했을 전쟁은 발발하지 않았으며, 역시 예상했던 대로 입으로 열심히 전쟁을 하면서 시민의 공포만 자극한 한 편의 퍼포먼스로 끝을 맺었다.
남북 극적 타협, ⓒ연합뉴스
어제 새벽에 남북이 극적인 타협을 이루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기 전에 이 글의 초안을 작성했었는데, 내가 생각했던 시나리오 그대로 결과가 만들어져 반전은 없었다. 분명히 나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이렇게 되지 않을까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제일 먼저 이야기해야 할 부분은 '지금 우리 남북은 어떤 상황인가.'에 관한 이야기다.
북한의 상황은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연일 KBS를 비롯한 주류 언론이 보도한 것에 비추어 보면 상당히 북한의 내부 갈등이 심했던 것 같다. 김정은이 대표 자리에 앉으면서 세력의 구도에 변화가 생겼고, 세력을 지키려는 자와 가지려는 자 사이에서 크고 작은 갈등이 빈번하지 않았을까?
그런 북한의 상황과 비슷하게 남한도 마찬가지였다. 박근혜 정부를 중심으로 연일 갖가지 정치 문제가 터지면서 정부의 신뢰도는 바닥을 쳤으며, 국정원 증거 조작 사건부터 시작해서 연일 씨름을 앓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모든 문제에 '아몰랑.' 태도로 일관했으며, 여당 내에서도 불협화음이 나왔다.
이렇게 내부 갈등이 심했던 두 정부는 상당히 공통점이 많았다. 모두 독재자의 자손이 한 나라의 책임을 지는 자리에 앉아 있었고, 미숙한 정부 운영으로 연일 국정 운영에 문제가 생겨 지지율 하락과 내부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위기에 처한 두 사람 모두 극적인 반전 카드가 필요했다.
반전 카드가 없던 박 대통령, ⓒJTBC
그때 터진 것이 남북한의 대립이었다. 대북 확성기에 대한 북한의 사격과 한참 후에 우리가 위협사격을 한 것을 두고 남북한은 입장을 철저히 달리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내부단결을 위해서 외부의 적을 찾으라는 말이 있듯이, 남북의 두 정부는 이것을 최고의 기회로 삼았다.
우리는 여기서 '지금 남북은 무엇을 얻었는가.'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의 경우는 잘 알지 못하지만, 북한은 남한에 대한 공포 조성과 함께 전쟁에 관해서 시끄럽게 온종일 떠들어대면서 어느 정도 내부화합을 이루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내부에 쌓인 불평과 불만을 분명한 외부에 적을 만듦으로써 체제 안정을 이룰 수 있는 늘 보던 시나리오에 불과했다.
남한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지지율 하락을 일으켰던 박근혜의 행보와 국정원 사건 비판은 이번 남북 대립을 계기로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그리고 문재인이 제시한 '대북확성기 중지'에 관해서 비판했던 꼴통 보수 세력은 박근혜가 취한 타협점에 찬사를 보내면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결국, 이번 남북한의 대립은 모두 서로 원하는 결과를 얻으면서 최종적으로 두 정권 모두 승자가 된 최상의 시나리오로 막을 내리게 되었다. 박근혜는 지지율 하락을 이겨내면서 내년 총선에 긍정적 시너지 효과를 얻었고, 김정은은 체제 안정을 꾀하는 동시에 결속을 다지면서 이득을 거두었다.
ⓒ아이엠피터
그리고 남한의 경우에는 박근혜 정부만 아니라 국방부에서도 커다란 실리를 취할 수 있었다. 그동안 국방부 고위직의 일상 같은 비리로 축소될 수 있었던 국방부 예산에 관해서도 확실히 더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명분을 가지게 되었으며, 정부의 강한 감사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그동안 자주 언론에 보도된 군 고위 관료의 성추행과 성폭행 사건으로 떨어졌던 이미지를 고치는 동시에 집단 폭행이 이루어졌던 군대의 이미지도 어느 정도 반전을 꾀할 수 있게 되었다. 언론을 통해 '전역을 미룬다.'는 일부 말년 병장의 인터뷰를 통해 국방부는 일거양득을 얻었던 거다.
이렇게 우리가 이번 남북의 대립을 살펴보면, 역시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분명한 결과를 얻는 동시에 위기 때마다 이런 일이 터지는 것에 쓴웃음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과거보다 강도가 높았던 남북의 대립을 통해서 남한과 북한은 모두 취할 수 있는 최대의 이익을 손에 넣었다.
더욱이 남한과 북한이 이번 추석 때 이산가족 상봉을 하기로 함으로써 보너스까지 두둑하게 챙겼다. 그야말로 패자 없는, 두 명의 독재자 자손이 꿈꿨던 이상의 시나리오가 극적인 해피 엔딩을 이루어낸 것이다. 오늘(25일) 언론을 보면 박근혜 정부에 대한 찬사가 끊이지 않아 헛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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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남북한의 타협에 관해 한 명의 페친은 '남북 합의를 한 것은 좋은 결과인데, 길 가다가 어깨를 쳐서 시비가 붙어서 칼부림하다가 이것도 인연이라고 포장마차에서 술 한잔 하고 친구 먹는 스토리'라면서 비난했고, 아이엠피터 님은 '뫼비우스의 안보'라면서 이런 상황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 이 모든 것이 잘 짜인 각본 위에서 펼쳐진 연극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런 상황 이 벌어질 때마다 언제나 두 정부는 실리를 될 수 있는 대로 최대한 취했다. 남과 북의 협상이 길어지는 동안 지지율은 올랐고, 공포와 두려움을 이용한 선동은 일부 시민을 상대로 효과를 거두었다.
우리는 여기서 '과연 전쟁은 일어나는가.'에 관해 이야기할 필요도 있다.
과연 전쟁일 일어나는가. 나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독재자 정권을 통해 한 번 누리는 것의 맛을 본 사람은 절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잃고 싶어 하지 않는다. 자신이 가진 것을 더욱 단단히 하기 위해서 위협과 도발은 하더라도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도박은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글의 제목을 초기에 '두 명의 독재자 자손이 만든 오늘의 한반도'라고 정했던 이유는 이번 극적인 타협을 통해 우리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시나리오가 써지면서 두 정부 자손 모두 커다란 이익을 취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우리는 가진 자의 대립으로 공포가 퍼지는 일은 몇 번이고 겪게 될 테니까.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그냥 우리 한국에서 살아가자. 이민을 꿈꾸는 세대처럼, 좀 더 질이 높은 삶을 꿈꾼다면 이민을 하면 된다. 이민을 갈 수 없다면, 그냥 이렇게 사는 수밖에 없다. 우리가 조금씩 한국을 바꾸어가는 것 말고 이런 시나리오의 반복을 멈추는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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