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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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발전'이 아니라 '행복'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대통령. 어릴 적에 누구나 한번은 장래희망 조사에 적어본 적이 있는 직업이 아닐까 싶다. 대통령이 되어서 엄마와 아빠에게 탕수육을 시켜주겠다는 어떤 문학 작품의 이야기를 어릴 적에 읽었던 교과서를 통해 만났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그렇게 대통령은 어릴 적에 '이상'이자 '꿈'이었다.


 그러나 조금씩 나이를 들면서 '대통령'이라는 직업을 가지는 일은 터무니없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우리는 '대통령'이라는 직업은 절대 행복할 수 없는 직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통령'이라는 직업이 우리에게 가지는 의미가 변하게 된 것은 우리가 어른이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어떤 대통령은 정치 물타기에 이용당하다 목숨을 잃어버렸고, 어떤 대통령은 아직도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만행에 사과하지 않고 있고, 어떤 대통령은 지금도 사치 속에서 살고 있고, 어떤 대통령은 현직으로 있으면서 아직도 제 잘난 탓에 대통령의 직책을 얻은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우리 한국 시민에게 대통령이라는 직업은 그런 직업이다. 언제나 분쟁의 중심에 있고, 언제나 비판의 대상이 되고, 언제나 선택을 강요받는다. 그래서 대통령이라는 직업은 행복할 수가 없고, 소박하게 웃을 수 있는 일상을 보내는 일도 용서받을 수 없었다. 아직 한국 사회와 정치가 발전하지 않았으니까.


ⓒ사람 사는 세상


 그런데 우루과이의 '무히카'이라는 대통령은 우리가 아는 대통령의 이미지와 너무 달랐다. 그는 대통령이 되어서도 소박한 생활을 이어나갔고, 언제나 행복한 웃음을 지으면서 이웃과 함께했다. (퇴임 후에도) 한국 역대 대통령에서 그와 비슷한 인물을 꼽으라고 한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 주인공이 아닐까?


 무히카는 커다란 벽을 지어서 다른 시민과 소통을 막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았고, 언제나 이웃과 함께 걸어가는 삶을 살았다. 그가 지닌 삶의 태도는 정치에서도 그대로 드러났었으며, 무히카는 대통령 직에서 퇴임할 때에도 지지율 65%를 넘으면서 그의 진실함을 보여주었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라는 무히카의 이야기를 내가 듣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우연히 접속한 한 포털 사이트에서 기사를 읽어본 것이 그 최초였다. 그리고 무히카의 이야기에 관심이 생겨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 책을 구매해 읽으면서 더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책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를 읽으면서 '우리도 지금처럼 오매 불손한 대통령이 아니라 이런 대통령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기보다 '나도 이 사람처럼 내 삶에 행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오늘은 이 책에 관한 이야기를 간단히 하려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 ⓒ노지


 이 책은 무히카 전 대통령이 가슴 속에 품은 삶의 원칙을 간단명료하게 정리해서 읽을 수 있는 자기 계발서 같은 책이 아니었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 책은 그가 우루과이에서 어떠한 삶을 살아야 했는지,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떤 것을 배웠는지 읽을 수 있는 '일대기' 같은 책이었다.


 인터뷰를 통해 진행된 무히카의 삶을 돌아보는 이야기는 책을 읽는 순간부터 뭔가 특별하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전기이기에 끝까지 어려울 것 같은 부담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책을 읽으면서 공감할 수 있는 여러 문제는 우리 한국 정치와 사회를 바라보게 해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무히카 대통령은 과거 군부 독재주의에 저항해 투쟁하다 감옥에 몇 번이나 투옥되었던 인물이다. 군부 독재 시절의 영광에 힘입어 대통령의 자리에 앉아 헛소리하는 데에 도가 튼 어떤 인물과 상당히 비교하고 싶은 심정은 잠시 접어두더라도 그가 감옥을 묘사한 부분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감옥은 일종의 바벨탑입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들도 있고, 미친 사람들도 있으며, 천재도 있고, 우연히 걸려서 수감된 사람도 있습니다. 심지어 일자무식의 농부들이라 제대로 자기 의사를 전달할 줄 몰라 판사에게 "그놈을 다시 잡으면 죽여버리고 말 겁니다"라고 말해 사형을 선고받은 사람도 있습니다. 그들은 진술을 잘못한 사람들이고, 그래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 것이지 범죄자가 아닙니다. 그곳에는 모든 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감옥은 인간군상의 견본을 모아놓은 곳입니다. 쓰레기 같은 인간도 있고, 아첨쟁이도 있으며, 또한 정직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전문 범죄자들은 심지어 성실하고 청렴해지기도 하며, 무척 협조적일 수도 있습니다. 나는 감옥을 이상화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내가 말하려는 것은 그 안에는 온갖 인간들의 표본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p148)


 우리가 사는 사회를 하나의 커다란 감옥으로 비유한다면, 바로 저런 구성이 아닐까? 감옥과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는 저렇게 다양한 인물이 한 번에 뒤섞여 있고, 각자 자신이 가진 태도로 삶을 살아가면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감옥에서 그가 배운 건 바로 '사람'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 ⓒ노지


 그리고 책에서는 그가 사람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부분과 함께 삶의 태도에 관해 이야기하는 부분도 세세히 읽어볼 수 있었는데, 모두 빼놓지 않고 포스티잇을 붙여뒀다가 다시 읽고 싶을 정도로 큰 울림이 있는 이야기였다. 그중 한 이야기를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종종 이런 사람과 저런 사람, 그러니까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존재한다고 생각할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런 이유는 모든 사상과 모든 당파에 존재합니다. 카드는 뒤섞여 있습니다. 이쪽 사람이라고 모두 좋은 사람이 아니며, 저쪽 사람이라고 모두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만일 그렇다면 정말 골치 아픈 일이겠지요. 나는 이 생각을 갈수록 확신합니다.

…(중략)… 몇 년 전, 쿠바에 갔을 때가 기억납니다. 그때 사람들이 중앙위원회의 앙골라 전투에서 모범적인 행동을 했던 어느 쿠바 여자 동지를 홍보하려고 했습니다. 바로 그 즈음, 그녀가 일하던 공장에서 수차례에 걸쳐 먹을 것을 훔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러자 어떤 사람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빌어먹을! 어떻게 이런 식으로 엉망진창을 만들 수 있지요? 어떻게 위대한 성품과 쓰레기 같은 모습이 이런 식으로 뒤섞일 수 있단 말입니까?' 그게 인간입니다.

기억을 더음어보면, 우리는 사방에서 그와 똑같은 모습을 보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나는 내 핵심 동지들에게서도 그런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게 모든 걸 복잡하게 만듭니다. 아주 힘들게 만듭니다." (p93)


 나는 이 이야기를 우리 정치 모습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우리 정치는 좌파와 우파로 나누는 것에 치중하고, 그 대립 내에서도 친박 비박 혹은 친노 비노로 계파를 나누어서 싸우느라 무엇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비단 정치만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일상생활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절대 한 가지 모습만 가질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좋은 부분이 있으면, 언제나 좋지 않은 부분도 있기 마련이다.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성인'으로 추앙받는 무히카도 여러 곳을 지적받으면서 비판을 당하기도 했는데, 우리는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은 분명히 알 필요가 있다.


 호세 무히카 전 대통령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무히카는 인터뷰 내용에서도 '이렇게 해야 한다!'고 힘주어서 말하지 않는다. 그저 부드럽게 권유하듯이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책을 읽은 나는 이야기를 읽다 자신도 모르게 그가 말하는 삶의 태도에 빠져들게 되었다.


우리는 배워야만 합니다. 하지만 사회는 가르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것이 싸워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저는 동료들과 함께 이런 일들을 위해 투쟁하고 싶습니다. '좌파 프로그램은 우리 엔지니어가 바트예주의포럼의 엔지니어라는 작자를 대체하는 것'이라고 믿지 맙시다.

우리는 사람들이 참여하고 건설할 수 있도록 새로운 방법을 만들어야만 합니다. 우리는 이제 곧 시작될 정부를 구성하는 정당이 모든 것을 만들고, 모든 것을 해결해주리라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얼마나 무책임합니까? 해결책은 우리 손으로 쟁취해야만 합니다. 사람이 변하지 않으면, 결국 아무것도 변하지 않습니다. (p316)



 한국을 방문해 대통령도 만나주지 않던 세월호 유가족을 만났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무히카를 가리켜 '성인'이라 칭송했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를 읽으면서 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의견에 동의할 수 있었다. 그가 보여준 사람을 대하는 태도, 삶을 대하는 태도는 확실히 '성인'이었다.


 이 글을 통해 더 깊게 이야기할 수 없는 부족한 글 실력이 이렇게 안타까운 적은 처음이다. 책에서 읽은 무히카의 삶은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이 남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아마 이 책을 읽은, 혹은 앞으로 읽을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그리고 책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에는 부록으로 '무히카 어록''연설문'이 실려있는데, 영양가가 아주 풍부한 부록이었다. 만약 단순한 흥미로 책을 샀다가 도저히 책을 끝까지 읽지 못하겠다면, 이 부록만이라도 꼭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결코, 인생을 낭비하지 마세요. 그 밖의 다른 것들은 모두 쓸데없는 이야기입니다."이라는 말처럼, 책을 구매했다면 꼭 부록만이라도 읽어보자. 나는 연설문 하나만으로 큰 감동을 할 수 있었다. 서점에서 몰래 이 연설문만 읽더라도 분명히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기왕이면 도서관에서 빌려서!)


 무히카의 연설문을 읽으면서 인상 깊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나는 이 부분을 오늘 글의 마지막으로 이야기로 남기고 싶다. 왜냐하면, 무엇보다 무히카 대통령의 이 말을 지금 그린벨트 규제를 풀려고 하는 현직 대통령과 그 측근들에게 들려주고 싶었기 때문에… 꼭!


제 동료 노동자들은 8시간 근무 노동권을 쟁취하기 위해 엄청나게 투쟁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하루 6시간으로 단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6시간 노동을 하는 사람은 부업으로 두 가지 일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전보다 더 많은 일을 하는 셈이지요.

왜일까요? 돈 나갈 데가 그만큼 더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모터사이클, 자동차 등의 구매에 들어간 수많은 할부금을 갚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갚고 또 갚고, 이런저런 할부금을 다 갚을 때쯤이면, 이미 저처럼 관절염을 앓는 노인이 되어 있고, 인생은 이미 끝나 있음을 깨닫게 되지요. 이것이 인간의 숙명인가 묻게 됩니다.


제가 말하는 것들은 매우 기본적인 것입니다. 즉, 발전이 행복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발전은 인간의 행복을 위해 존재해야 합니다. 그것은 지구를 사랑하고, 다음 세대를 보호하고, 자식을 돌보고, 친구를 사귀고, 기본적인 욕구들이 충족되는 것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행복이기 때문입니다. 환경 문제로 우리가 싸울 때, 환경에서 가장 본질적인 요소는 인간의 행복이라는 것을 기억합니다. (p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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