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150만 원 일자리 거부한 엄마 친구 아들 이야기
- 시사/사회와 정치
- 2014. 8. 21. 07:30
20대 사회초년생의 첫 월급은 얼마가 적당할까? 150만 원 일자리 거부한 이야기
대학을 졸업한 20대의 취업난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에게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도 많은 20대가 '가고 싶은 직장', '일할 수 있는 직장'을 찾지 못해 아등바등하고 있다. 해마다 열리는 취업박람회를 쫓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하고, 토익을 공부하며 한 개의 스펙이라도 더 더하기 위해서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이런 일이 오랫동안 지속하는 이유는 표면적으로 볼 수 있는 이유 그대로 경제가 좀처럼 활기를 El지 못하기 때문에 안정된 일자리 수가 부족한 것에서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구직자가 원하는 기대치에 미치wl 못하는 일자리에 눈을 돌리지 않는 것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4년제 대학을 나오고, 누군가는 대학원까지 나오면서 유학까지 다녀왔으니 그동안 투자한 매몰 비용만큼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일자리가 필요한 게 요즘 20대다. 하지만 그런 일자리는 많지 않다. 매번 대기업의 신입사원 모집 때마다 많은 사람이 또 한 번의 수능을 치기 위해 모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직 대기업만이 투자한 매몰 비용만큼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이니까.
내가 너무 삐딱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런 이유가 분명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름대로 이름 있는 대학교에서 졸업장을 받았고, 비싼 돈까지 들여가며 외국까지 갔다 오는 것으로도 모자라 자격증 공부까지 했는데… 기름 냄새가 풀풀 나는 공장에서 일하려고 하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특히 한국은 오래전부터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신경 쓰는 버릇이 강하게 사회에 작용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언제나 '남만큼만 하자'는 것이 교육의 가치관이었고, 이는 교육을 넘어 아이의 인생 가치관이 되어버린다. 튀는 돌이 되기보다 그냥 남들처럼 있으려고만 한다. 그래서 어떤 직업을 선택할 때에도 개인의 적성과 흥미보다 '남의 눈에 어떻게 보이는 직업인가?'를 꽤 많이 신경 쓴다.
그래서 그 모든 조건을 무마할 수 있는 대기업이라는 그 멋진 곳에 취업하기를 원하는 거다. 비록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이더라도 조금 더 위에 있는 기업을 선택하고자 한다. 취업을 준비하는 20대만이 아니라 그들을 기른 부모님도 마찬가지다. 투자한 만큼 결과를 얻고 싶어 하기에 늘 갈등이 빚어지고, 취업이 늦어지면서 경제도 멈칫멈칫하면서 안 좋은 순환이 만들어진다.
대기업 취직, ⓒ구글 검색
이건 며칠 전에 어머니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어머니의 친구가 어머니께 "내 아들 일할 곳을 좀 소개해달라."는 부탁을 했었다고 한다. 어머니께서는 친구가 사장으로 있는 한 회사를 소개해줬었다. 그래서 바로 어머니 친구 아들은 그 회사를 방문해 면접까지 보고, 회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를 견학까지 했다. 그런데 '일하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그 아들은 '거절했다'고 한다.
일이 너무 힘들어서 거절한 것이 아니라 '월급이 너무 적다'는 이유로 거절했다고 한다. 월급 150만 원을 받고 일할 수는 없어서 그 회사에 취직하기가 싫다고 했다고 말했다. 어머니 친구는 "애가 월급이 적어서 일하기 싫다고 하니, 그냥 최소 월급 180만 원은 좀 주라고 부탁하면 안 될까?'라고 엄마한테 물어보았고, 당연히 그것이 불가능했기에 이 일은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월급 150만 원. 확실히 이건 요즘 세대가 말하는 이상적인 연봉 기준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월급이다. 특히 30대를 바라보면서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에서 월급 150만 원은 너무 적다. 하지만 150만 원도 못 받는 일자리에서 일하는 사람이 많은 요즘에 이 일을 단순히 '월급이 적어서 일하기 싫다'고 말하는 건 조금 무책임한 행동일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에 나는 인터넷에서 '연봉 계급표'라는 것을 보았다. 다음 메인에서 볼 수 있었던 그 계급표에는 한 달 150만 원의 임금은 최하위 수준에 랭크되어 있었는데, 그 계급표를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연봉에 따른 당신의 계급은?, ⓒ구글 검색
사진이 잘 안 보이는 사람은 클릭해서 확대해서 보기를 바란다. 여기 연봉에 따른 계급표의 가장 윗자리를 차지하는 신은 연봉 10억 이상으로 약 1,566명이 있다고 하고, 가장 아랫자리를 차지하는 혁명가는 연봉 2천만 원 미만의 295만 3,281명이 있다고 한다. 최소 평민을 넘어서 시민이 도기 위해서는 연봉이 3천만 원에서 5천만 원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하니… 참, 어렵다.
아마 그래서 어머니 친구의 아들은 월급 150만 원의 일자리를 거절한 것이 아닌가 싶다. 어떤 직장에 다니면서 매달 정해진 월급을 받으며 일해본 적이 없는 내가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머니 친구의 아들이 그 일을 했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150만 원은 분명히 상대적으로 적은 월급이지만, 20대 초봉으로는 나쁘지 않은 월급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니는 병원의 물리 치료 선생님께 "월급 150만 원이면 많은 거에요?'라고 물어봤더니 "요즘 시대에 그 정도면 괜찮은 월급이죠. 요즘에는 120만 원만 준다고 해도 일할 사람 천지에요."라고 답해주셨었다. 요즘 뉴스를 보더라도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사람 중 100만 원가량의 월급을 받으며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자주 볼 수 있었기도 했고.
그래서 월급과 시급에 따라 일을 하고 안 하는 사람의 태도는 조금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게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싶다. 터무니없이 적은 월급으로 착취를 당하는 것도 아닌 데 말이다. 뭐, 힘든 일이기야 하겠지만, 세상에 쉬운 일은 단 하나도 없다. '돈의 액수와 겉 이미지'만 보고 하는 취업이 과연 의미가 있을 수 있을까? 그렇게 한다고 해도 과연 오래갈 수 있을까? ……긴 의문이 남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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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글을 어머니의 친구 아들을 비난하고자 글을 쓴 것도 아니고, 눈을 너무 높여서 취업을 하지 않는 사람을 비난하고자 글을 쓴 것도 아니다. 그냥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런 일이 안타까워서 글을 쓴 거다. 대기업에 취업하면 정말 좋은 일이고, 대학을 졸업해서 고시 공부를 통과해 공무원이 되는 일도 정말 좋은 일이다.
단, 이 모든 건 그 일에 '목표와 비전'이 있다면 말이다. 목표와 비전을 따지기 전에 당장 먹고 살기 위해서 일하는 사람을 우리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언제 목이 댕강 날아가 버릴지도 모를 비정규직으로 일하더라도 먹고 살기 위해서, 내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 굵은 땀을 흘리는 사람이 있다. 그들이라고 더 좋은 곳에서 더 좋은 대우를 받고 싶을 거다.
그런 상황 속에서 아무 기술도 없는 어머니 친구의 아들에게 기술을 가르쳐주고, 3개월 후에는 월급을 올려주겠다고 해도 거절하는 그 모습에서 착잡해지는 우리 20대의 슬픈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4년제 대학을 졸업했으니, 당장 투자한 만큼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직업을 원하는 것도, 남에게 부끄럽지 않게 '나 이런 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직업을 원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자신은 텅 빈 상태에서 그냥 그런 과정을 지나쳐왔다고 해서 세상이 인정해주기를 바라는 건 오만이 아닐까? 세상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건 진실로 노력할 수 있는 사람이지, 노력도 하지 않은 채 무엇을 바라는 사람이 아니다. 이건 당연한 사실이다. 오늘날 인터넷 기사와 블로그를 돌아다니며 악성 댓글을 달면서 조롱하는 사람처럼 '세상에 필요 없는 사람'이 또 어디 있을까?
이나모리 가즈오의 저서 《왜 일하는가》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읽어볼 수 있다.
인생을 행복하게 보내려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능률이 오르고 집중할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선택해 평생 자신의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애석하게도 그런 사람은 1,000명 중 한 명이 될까 말까다. 더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회사에 들어갔더라도 본인이 희망하는 부서에 배치되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1만 명 중 한 명도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1,000명 중 999명, 1만 명 중 9,999명은 불행하고,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억지로 해야 하기 때문에 능률이 떨어진다고 봐야 할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분야에서 출발했지만 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이 크게 성공할 수 있다.
문제는 많은 사람이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하고 있다며 스스로를 비하하고 불만스러워한다는 점이다. 주어진 일에 불평불만을 갖고 원망만 한다면, 그 일을 마주하는 것 자체에 짜증이 날 뿐 아니라 그 일을 해야 하는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여겨진다. 그럴수록 자신을 더 무능력한 사람으로 몰아세운다. 왜 자신의 능력이 얼마나 위대한지 시험해보지도 않은 채 달아나려고만 하는가?
좋아하지 않는 일은 처음에는 낯설고 서툴다. 시행착오도 있을 것이다. 겁이 나기도 할 것이다. 그 일이 너무 힘들고 따분해 보이기도 할 것이다. 사소한 일을 해도 불만만 앞서고, 한순간이라도 빨리 그 일에서 손을 떼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일을 좋아하고 사랑한다면 그 일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 행복하고, 그 일과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불끈 솟는다. 그 일을 좋아하고 사랑할수록 전에는 보지 못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그 일에서 찾아낼 수 있다. (p56-57, 왜 일하는가)
나는 이 이야기를 많은 20대가, 취업하지 못해 하늘을 바라보며 '내일은 로또나 사볼까?'하는 사람이 가슴에 새겼으면 좋겠다. 비록 우리가 사는 현실이 그런 이상을 품기에는 너무 큰 좌절을 안기더라도 지금 하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지금 하는 일을 좋아하기 위해 노력하며 '나는 가치 있는 사람이다'는 생각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사람의 가치는 돈으로 매겨지는 것이 아니다.
오늘도 목표와 비전을 가슴에 품은 채, 맨주먹으로 사회를 향해 돌진하는 사람에게 격려의 박수와 응원을 보내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지만, 혹시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이나모리 가즈오의 책을 읽고 쓴 글의 링크를 남긴다.
[문화 이야기/독서와 기록] - 이나모리 가즈오 경영철학, 불타는 투혼을 지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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