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이 고등학교 공부를 한다고요?
- 시사/학교와 교육
- 2014. 1. 8. 07:30
도를 넘어선 선행학습, 초등학생이 고등학교 과정을 공부를 한다는 게 말이 되나요?
얼마 전에 연대 로스쿨 1등을 했던 학생이 교수의 컴퓨터를 해킹하려다 잡혀서 정말 '인생이 쫑났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던 일이 있었다. 연대 로스쿨에서도 충분히 잘했던 그 학생은 어릴 때부터 받은 '1등 교육'의 피해자였다. 그는 서울대 로스쿨에 들어가지 못하고, 2순위 연대 로스쿨에 들어간 후에 '1등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렸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부담을 받았으면, 성인이 되었을 때도 그런 고정틀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까.
이런 극단적인 예는 절대 드문 예가 아니다. 우리 한국에서는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1등을 해야 하고, 무조건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는 생각이 사이비 종교보다 훨씬 더 크게 사람들에게 퍼져 있다. 이 고정관념 속에서 아이와 학부모 모두 큰 부담을 안고 있지만, 가장 힘든 건 바로 아이가 아닐까.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것을 하나도 해보지 못한 채,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오로지 학원만 전전하며 시간을 보내야 하는 아이들이 느끼는 절망감과 무기력은 우리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아마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도 학교에 다녔을 때 학원에 다니며 선행학습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고 생각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중학교 때 학원에 다니며 중학교 1학년 시절에 중학교 3학년까지 배우는 모든 과정을 학원에서 다 배웠었고, 고등학교 과정까지 진도를 나간 적이 있었다. 게다가 현재 사촌 동생들만 하더라도 2~3개의 학원에 다니고 있다. 주변에서 학원에 다니지 않는 아이를 발견하기란 해운대 백사장에 떨어진 10원짜리 동전을 찾는 일과 맞먹지 않을까.
ⓒKBS
그런데 한국인들은 이렇게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공부하고 있음에도 모두 세계에서 크게 성공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이 공부하는 목적은 오로지 한국에서 좋은 대학에 입학하고, 좋은 대학을 졸업해서 좋은 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사는 것에 대한 의미를 잃어버리고, 성인이 되어 대학교에 다니거나 직장에 다닐 때 삶에 대한 회의감이 심하게 드는 것이다. OECD 국가 중에서 행복지수가 꼴찌이고, 청소년들의 자살지수가 1등을 차지하고 있는 건 여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이 선생 학습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생각해보아야 한다. 정부 측에서는 '선행학습 금지법'을 만들겠다는 소리를 하고 있지만, 전혀 실효성이 없는 정책이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지나친 경쟁주의로 몰고만 가는 사회 전반적인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한… 어른들의 욕심 속에서 아이들은 희생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정체다.
그렇다면, 한 번 함께 생각해보자. 도대체 왜 한국의 부모들은 어릴 때부터 아이들에게 몇 개의 학원에 다니게 하고, 오로지 공부만 하게 하는 걸까?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과도한 경쟁주의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절대 선택지가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통해 경쟁력을 키운다'는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출발선이 같다는 말은 이제 허언에 불과하다. 학원에 다니는 아이와 다니지 않는 아이, 부를 축적한 재벌의 아이와 그러지 못한 아이의 출발선은 현저히 다르다. 그래서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통해 경쟁력을 키운다'는 선택지는 피할 수밖에 없는 절대 선택지이다.
둘째, 남이 하니까 나도 해야 할 것 같은 불안감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아마 아이들에게 학원을 2~3개씩 보내는 학부모도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겨우 초등학생에 불과한 아이가 방학에 놀지도 못하고, 여행 가방에 책을 넣어서 몇 시간씩 문제집만 풀도록 하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가슴이 찢어질까. 그럼에도 다수가 다 그렇게 하고 있으니 안 할 수가 없다는 것이 우리나라 교육의 비극이다. 항상 '남만큼만….'이라는 사고에 사로잡혀 남 눈치만 보는 대한민국의 모습은 참으로 가관일 수밖에 없다.
이 이외에도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지금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는 선행 학습은 대부분 이 두 가지 이유가 가장 큰 바탕이 되지 않을까 싶다. 부모가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1등 지상주의가 너무 심하고,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처럼 해야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신의 아이만 학원에 보내지 않고 있자니 주변에서 하는 모습에 괜스레 불안감을 느껴 어쩔 수 없이 학원에 보내서 선행학습을 시키는 선택지를 선택한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KBS
문제는 선행학습에서 오는 아이들의 부담감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것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경제적 형편에 맞지 않게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면서 경제적으로 무리하는 학부모가 적잖다. 이런 학부모는 돈 벌기에 급급하여 아이에게 인성교육 같은 사람이 되는 데 필요한 교육을 하거나 아이에게 관심을 가져야 할 시기를 놓치면서 아이가 어긋나게 할 확률이 높다. 더욱이 자연스럽게 가족 간에 대화가 줄어들면서 서로 갈등을 빚는 일이 잦아지고, 가정불화가 야기되어 가정붕괴까지 이어지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모든 것이 최악의 순환고리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초등학생이 고등학생이 배우는 과정을 배운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아이들의 귀중한 방학을 어른들의 욕심으로 뺏는 행위는 인권을 짓밟는 행위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런 잔인한 일을 하는 어른들도 문제이지만, 어른들이 그런 욕심을 지닐 수밖에 없도록 하는 사회도 문제다. 초등학생이 고등학생이 배우는 과정을 방학 동안 자신의 시간도 갖지 못한 채 배운다? 이건 결코 정상이라고 말할 수 없다.
우리 학교는…, 우리 아이는…, 우리 학부모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장밋빛 미래인가? 가시밭 지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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