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딸 살해 계모 사건을 통해 본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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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모르는 아동 학대 사건에 대한 불편한 진실은 무엇일까


 어제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계모가 법정에서 "죽일 의도는 없었다"고 밝히면서 많은 사람의 공분을 사고 있다. 애초에 그렇게 심하게 때려놓고 '죽을 의도는 없었다.'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변명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군.'이라고 말하며 혀를 쯧쯧 차고 있다. 내가 기사를 통해 이 계모에 대한 이야기를 읽어보더라도 '도대체 이게 사람이 할 짓인가. 아무리 의붓딸이라고 하나 엄마의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이 최소한의 도덕도 없는 건가?'는 의문을 들게 하였다. 아마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우리는 이 사건을 단순히 '아동학대는 신체폭력이다'는 전제조건을 가지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아동학대에는 신체적 폭력도 있겠지만, 정신적 폭력도 절대 만만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런 정서적 학대는 부모들이 자신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행사하는 예가 많아 더 각별한 주의를 우리는 가져야 한다. 지금처럼 공통적인 분노를 살 수 있는 계모를 향해 모두 손가락질을 하고 있지만, 그 손가락질과 저울질을 자신에게 돌린다면… 과연 얼마나 부모들이 '나는 아이를 한 번도 학대한 적이 없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역시 나는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보이는 학대보다 보이지 않는 학대가 더 많아서 이 이야기는 한 번은 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아이에게 멍이 들도록 때리는 신체적 폭력만이 아니라 아이에게 마음을 산산조각내는 정신적 폭력도 아동학대라는 사실을 분명히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런 학대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 너무 흔히 자주 볼 수 있다는 점도 가슴에 새길 필요가 있다.


아이는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자신은 절대 자신의 아이에게 학대를 한 적이 없다고 자신하는 사람들은 이 말이 도무지 와 닿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곰곰이 한 번 생각해보자. 정말 자신은 아이에게 한 번도 상처를 준 적이 없었는지, 아이가 간절히 바라는 작은 도움을 거절한 적이 없었는지,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은 적이 없었는지, 아이에게 지나친 개인적 욕심으로 학원에 많이 보내지 않았는지, 학원에 다녀와서 복습을 안 하고 게임을 한다고 고래고래 고함지르며 욕을 한 적이 없었는지….


 적어도 위에서 말한 예를 한두 번은 경험해보았을 것이고, 그런 경험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지 않을까. 부모라는 직업을 가지고 아이를 기르고, 가르치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선생님은 학교에서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한정적인 직업이지만, 부모라는 직업은 평생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 평생직업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기 일도 바빠서 아이들에게 어떤 식으로 대해야 할지 잘 모르는 부모들이 무심코 아이에게 차가운 칼날 같은 말을 던져 상처를 주기도 한다.


 아동학대에는 오로지 '신체적 폭력'만 해당한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정말 사소한 것 하나가 아이에게 큰 짐이 되고, 큰 상처가 될 수 있는 법이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들은 어른스럽다고 하지만,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쉽게 상처를 받는 것이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부모가 바라는 대로 행동을 해서 부모를 기쁘게 하려고 한다. 그러나 부모들은 그런 아이의 노력을 잘 알아보지 못하고, 늘 들볶기만 한다. 어찌 아이들에게 그것이 짐이 되지 않을 수 있겠으며, 폭력이 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자신의 아이에게 욕심을 가지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어느 정도의 욕심은 분명히 필요하다. 그럼에도 지나친 욕심은 아이를 지독하게 괴롭히는 일임을 분명히 알 필요가 있다. 어릴 때부터 몇 개의 학원을 동시에 보내고, 집에서는 항상 공부만 하라고 소리치고, 부부끼리 서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행동들… 이런 행동들은 몸에 피멍이 들도록 때리는 것보다 더 심한 아동학대이다. 몸에 든 피멍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마음에 든 피멍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으니까.


너무 외로운 아이들, ⓒ지식콘서트


 지금 우리나라에는 정신과를 방문하여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청소년의 수가 매해 증가하고 있다. 아이들이 겪는 우울증, 무기력증 등을 비롯한 여러 정신적인 질환은 부모의 욕심이 초래한 결과이다. 한 번도 아이의 입장이 되어 '이게 힘들 수도 있겠구나!'이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는 부모가, 오로지 '이게 다 너를 위한 거야.'라는 말로 늘 무리를 시키는 부모가… 이 세상에서 가장 못된 부모이다. 자신의 아이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같다. 그러나 그 마음이 아동학대에 대한 변명은 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의붓딸 살해 계모 사건의 주범인 계모와 방관자였던 그 딸의 아버지를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그 관심의 방향을 자신에게 한 번 향해보자. 많은 부모가 태연히 아이와 식탁에 앉아서 '세상에 저런 부모가 어딨어!'라며 욕을 하지만, 알고 보면 자신도 다른 방식으로 아이를 괴롭히고 있는 부모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을 버리고, '나는 어떤 부모인가.'부터 한 번 생각해보자. 그러면, 자신도 모르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좋은 부모가 되는 건 어렵다. 하지만 요즘 많은 부모가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빠! 어디가?》 프로그램이 모여준 스칸디대디는 그 좋은 예에 해당한다. 부모 자신이 지닌 욕심을 조금만 줄이고, 아이의 입장이 되어 한 번만 더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신도 모르게 내 아이에게 하고 있을지도 모를 아동학대를 줄일 수 있다. 그러면, 점차 청소년의 행복지수 또한 높아지지 않을까.


 다시 말하지만, 아동학대는 '신체적 폭력'만이 아니라 '정신적 폭력'도 포함된다는 사실과 정신적 폭력이 더 큰 상처를 남긴다는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어느 날 갑자기 늘 성실히 학원에 가던 아이가 "오늘 하루만 쉬고 싶어요."라고 말한다면, 그때는 "헛소리하지 말고 당장 학원 가! 전화해본다!"라고 소리치기보다 "그래, 많이 힘들었구나. 오늘 하루는 푹 쉬어. 엄마가 미안해. 고생한다. 우리 딸. 사랑해."이라고 말하며 허락해주자. 그러면 아이는 더없이 행복할 것이고, 더 열심히 무엇을 할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을 테니까.


 마지막으로 혹시나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를 글들을 남긴다. 부디 이 글이 우리가 외면하고 있을지도 모를 아동학대를 바로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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