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의욕이 아이의 의욕을 꺾는다
- 문화/독서와 기록
- 2013. 6. 30. 07:30
의욕이 없어 보이는 내 아이, 정말 의욕이 없는 걸까?
우리나라의 많은 학생이 학원에 다니고, 공부에 집중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시간을 포기하면서 책상 앞에서 문제만 푸는 건 어떤 이유 때문일까? 여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엄마가 그렇게 하라고 시키기 때문이다. 엄마가 말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갖은 잔소리부터 시작하여 혼이 나게 되고, 그런 일을 겪고 싶지 않아 아이들은 엄마의 말대로 행동하는 예가 많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보자. 이렇게 억지로 무엇을 하고, 자신이 왜 이 일을 하는지도 모르는 아이가 정말 의욕적으로 그 일에 매달릴 수 있을까?
그 답은 "아니오."라고 확실하게 답할 수 있다. 많은 엄마가 아이에게 이것저것 직접 많이 시켜보면 아이가 스스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크게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아이에게 시키는 일은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아이의 의견을 무시하고, 오로지 자신의 욕심만으로 강요하는 예가 적잖다. 엄마는 '모든 게 다 아이를 위해서 하는 일'이라며 변명하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엄마의 욕심이지… 아이의 기분을 생각해보지 않은 일이다. 그렇게 엄마가 시키는 대로만 해야만 했던 아이들은 심각한 무기력증에 빠질 확률이 상당히 높다.
중학생 시기는 사춘기의 시작이다. 사춘기는 자신과 마주하고 자신이라는 존재를 확립해 가는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시기다.
그 중요한 시기에 이 아이는 '뭘 해도 따분하다', '하고 싶은 걸 못 찾겠다'며 삶 자체에 대한 의욕을 잃어버렸다. 살아갈 의욕뿐 아니라 살아갈 힘도 부족한 것이다.
어릴 적부터 '의욕의 싹'을 짓밟히면 이 아이처럼 자기 형성이 중요한 시기에 무기력해질 가능성이 있다.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고 엄마가 시킨 것이나 허락한 것만 하면서 자랐다면 당연히 무기력해진다.
보고 싶고, 하고 싶고, 만지고 싶은 기분을 말이나 행동으로 나타냈을 때 "그건 안 돼!", "이렇게 해야만 해!"라고 사사건건 간섭을 받는 아이는 결국 '뭘 해도 안 돼……'라며 무기력해진다.
뭔가 하고 싶은 게 있어도 이뤄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요구가 있어도 입을 다물게 된다. 이런 아이는 엄마 말을 잘 듣는 순진하고 착한 아이로 비춰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순진한게 아니라 '하고 싶다고 해봤자 소용없어'라는 체념에서 온 것이다. 무력감과 체념의 기분은 의욕을 잃게 만든다.
(p27)
윗글에서 읽을 수 있는 이야기는 우리가 평소 자주 겪는 흔한 일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어떤 세대이더라도 자신이 어릴 때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해보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전에 이범 선생님께서 한국 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우리나라 학생들이 전 세계에서 가장 재미없는 방식으로 재미없는 공부를 오래 하는 이유는 단 하나, "혼날까 봐"라는 이유 때문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다. 즉, 많은 아이가 엄마에게 혼날까 봐 하기도 싫고, 따분하기만 일을 잡고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엄마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왜냐하면, 자신이 아이에게 시키고 있는 일은 '오로지 아이를 위해서 하는 일'이라는 확신에 차 있기 때문이다. 한 번 생각해보자. 그것이 정말 아이를 위한 것일까?
내 아이를 의욕적인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먼저 이런 '엄마 중심의 가치관'을 의심하고 재점검해야 한다.
공부건 운동이건 엄마의 가치관이나 잣대에 맞는 것만을 높이 평가하고 있지는 않은지 재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지닌 의욕 그 자체에 눈을 돌려 평가하는 것이다.
교육을 위해, 예절을 위해, 또는 아이를 위한다는 대의명분을 앞세워 엄마의 가치관을 강요하는 것은 아이에게 백해무익하다.
엄마들은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인생,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아이에게 강요하고 아이의 인생에 그런 레일을 깔고 싶어 한다.
아이의 기분, 기호, 흥미, 관심사, 재능, 의사, 적성 등은 제쳐두고 엄마 멋대로 만든 '내 아이는 이래야 한다'는 틀에 억지로 아이를 맞추려 든다. 그것을 위해 레일을 깔고 어떻게든 아이가 그 위를 달려가도록 한다.
이럴 때 엄마의 머릿속은 '아이를 위해서'라는 확신으로 가득 차 있다.
사실은 자기 멋대로 자신의 염원이나 가치관을 아이에게 강요한 것인데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
'강요'는 어느새 '아이를 위해서는 이것이 최선, 이렇게 하는 것이 엄마의 의무'라는 확신으로 대체되어 간다.
그런 확신으로 레일에 태웠기에 아이의 의욕이 느껴지지 않거나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마구 호통을 친다. (p34)
엄마의 의욕이 아이의 의욕을 꺾는다, ⓒ노지
'엄마의 의욕이 아이의 의욕을 꺾는다.' 이 책은 엄마가 잘 모르고 있는 엄마의 실수를 바로 지적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은 크게 '어떤 아이라도 의욕은 있다', '시키지 않아도 잘하는 아이로 키우기', '아이 의욕을 싹 틔우는 엄마의 교육력' 세 파트로 나누어 엄마가 흔히 하는 착각과 실수, 그리고 아이에게 어떤 식으로 대해야 하는가,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를 자세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아마 많은 엄마가 '아, 내가 잘못하고 있었구나'고 자신의 잘못을 깨달으며 정말 아이를 생각한다면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고 확신한다.
책에서 읽을 수 있는 예는 우리와 동떨어진 예가 아니다. 그야말로 정말 우리가 어릴 때 겪었던 일이거나 자신이 지금 아이에게 하는 일들이다. 단지 우리는 그 사실을 몰랐거나 '아이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어'라는 자기변명으로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책을 통해서 저자가 '엄마의 의욕이 아이의 의욕을 꺾는다'고 말한 이유를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어떤 엄마인가? 아이의 의욕을 꺾는 엄마인가, 아이의 의욕을 키우는 엄마인가?
부모 멋대로 자신의 신념을 아이에게 강요해 부모 자식 간 관계가 무너져버린 예는 무수히 많다.
좋은 환경, 의욕으로 가득찬 부모 밑이라도 아이 본인에게 맞지 않거나 하려는 마음이 없으면 결국 강제로 시킬 수 없다.
부모가 아무리 '내 아이는 이래야 한다' 하고 바라도 거기에 딱 맞는 아이가 태어난다는 보장은 없다.
앞의 예처럼 전혀 맞지 않는 수도 있다.
그런 것을 무시하고 뭔가를 강제로 시키면 설령 좋은 환경이 뒷받침되더라도 실패하기 마련이다.
그 실패는 부모 자신 간의 관계가 무너지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왜 못해!", "이렇게 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어!", "더 열심히 해야만 해!"라고 계속 혼이 나다가 자신감을 잃거나 우울증이 생겨 정신적으로 망가지는 아이도 있다.
부모 자식 관계뿐 아니라 '아이의 인생 그 자체'가 잘못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아이가 정말 무엇을 바라는지, 아이의 자질이 어디에 있는지를 지켜보고 응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p40)
의지력이란 꾸준히 하는 힘이다.
이 의지력을 오해하고 있는 엄마도 상당하다. 그런 엄마는 아이가 싫다는데도 무리하게 시키고 억지로라도 계속 시키는 것이 아이의 의지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착각한다.
'싫어한다고 바로 그만두게 하면 어떤 일도 의지를 갖고 계속할 수 없다.'
'싫어해도 계속 시켜야만 꾸준히 하는 것의 중요함을 깨닫는다.'
'응석을 받아주면 금방 싫증을 내는 아이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싫다는 것을 무리하게 계속 시켜서는 아이의 의지력을 키울 수 없다. 단지 겉으로만 하는 척하면서 싫은 기분을 떨치지 못해 점점 불만을 쌓아갈 뿐이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성과도 오르지 않고 점점 자신감만 잃게 된다. 나아가 그 상황에서 빠져나갈 수 없는 자신에게 무력감을 갖게 된다.
차라리 아이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것, 좋아하는 것, 아이에게 잘 맞는 것을 시켜주는 쪽이 훨씬 의지력을 키워준다. 조금 힘들어도 좋아하는 것이라면 열심히 한다.
그런 모습에 엄마가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면 아이는 '나는 끈기가 있어. 의지력이 있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스스로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은 아주 큰 의미가 있다. (p86)
이 세상 어디에 내 아이가 잘못되기를 바라는 엄마가 있겠는가? 어느 엄마라도 내 아이만큼은 세상에서 잘나고, 인생을 정말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이 마음이 단순히 엄마의 개인적인 욕심으로 아이에게 정형화된 삶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잘못 나타나게 된다면, 그건 옳지 않은 일이다. 아이를 위하는 마음이 있더라도 그 일은 아이를 오히려 망치는 일이다. 그 사실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엄마의 의욕이 아이의 의욕을 꺾는다' 이 책은 그 사실을 평소 많은 엄마가 하는 행동을 예로 잘 보여준다.
나는 이 책을 대한민국의 모든 엄마에게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엄마만이 아니라 아빠도 함께 책을 읽어보며 자신이 아이에게 시키고 있는 일이 정말 아이를 위한 일인지, 아니면 단순히 자신의 욕심을 채우고 싶어서 하는 일인지 질문해보기를 바란다. 내 아이가 의욕이 없어 보이는 건 엄마와 아빠가 무리하게 억지로 시켜서 어떤 일을 하고 있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아이라도 의욕은 있다. 다만, 부모의 욕심을 채우지 못해 의욕이 없어 보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읽을 수 있었던 이야기 중 하나를 남긴다.
한 여자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4학년이 될 때까지 뭐든 완벽히 해냈다. 공부는 물론이고 예능, 운동 할 것 없이 똑 부러졌다. 그것도 엄마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이거 해볼래?"라는 제안을 아이가 받아들여 시킨 것들이었다.
하지만 5학년이 된 어느 날, 아이는 이 모든 걸 다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 학교에 가지 않고 제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다.
그 후 엄마는 아이의 담당의로부터 이런 말을 듣게 되었다.
"이 아이는 사실 이것저것 배우는 걸 싫어했습니다. 본인이 달리 하고 싶었던 게 있었던 거죠. 하지만 '이거 해볼래?'라는 엄마의 제안에 싫다는 말을 할 수 없었던 겁니다."
아이가 좋아서 하는 거라고만 생각했던 엄마는 의사의 말이 믿기지 않을 만큼 충격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아이는 부모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부모의 기뻐하는 모습을 자신의 기쁨으로 여긴다.
부모가 기뻐하면 자신도 기뻐서 더 열심히 한다. 사실은 힘들고 싫어도 자신을 억누르며 열심히 한다.
그 모습을 보고 엄마는 아이가 좋아서 한다고 생각한다. 엄마는 아이가 열심인 게 마냥 기뻐 아이의 속내를 좀처럼 살피지 못한다. 더구나 아이도 자신이 무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할 떄가 많다.
엄마가 시키면 하기 싫다고 투덜대는 아이나 설렁설렁 하면서 꽁무니를 빼는 아이 쪽이 오히려 건전하고 마음 놓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엄마 입장에서는 아이가 말을 듣지 않으니 화가 나겠지만, 투덜투덜 불평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자신도 모르는 새 스트레스가 쌓일 일이 적기 때문이다.
주시해야 할 아이는 아무 불평 하지 않고 잔소리할 일도 없는 아이 쪽이다. 우등생이며 자기관리력이 뛰어난 여자아이일수록 그렇다.
이런 아이는 혹시 '과잉 적응'이 되어 있지는 않은지, 속으론 싫은데 꾹 참고 있지는 않은지 잘 살펴봐야 한다.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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