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다 하는데, 왜 넌 못해?'라는 말의 불편한 진실
- 시사/학교와 교육
- 2013. 10. 18. 07:30
아이들을 혼내는 "남들은 다 하는데, 왜 넌 못해?"라는 말의 불편한 진실
비교. 우리는 누구나 비교당하는 일을 끔찍하게 싫어한다. 내가 납보다 무엇에서 뒤지고, 남보다 뭐가 못하고… 정말 이런 비교를 하는 건 나를 위해서 절대 좋은 일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부모만 되면, 이런 사실을 새까맣게 잊어버리는 듯하다. 많은 부모님이 아이를 가르치거나 훈계할 때마다 다른 아이와 비교하며 "남들은 다 하는데, 왜 넌 못해?"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아마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도 이와 같은 말을 들어본 사람이 상당히 많지 않을까.
그런 말을 하는 부모님의 마음속에는 '내 아이를 망가뜨려서 다시는 일어날 수 없도록 하겠다'는 위험한 마음이 아니라 '잘할 수 있는 애인데, 얘가 도대체 왜 이러지?'라는 안타까움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그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방법이 잘못되어 항상 자신의 아이를 남과 비교하며 아이의 자존감을 갉아먹고, 아이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부모님은 이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특히 '남들은 다 하는데, 왜 넌 못해?'라는 말은 아이에게 절대 해서는 안 된다. 그런 말을 통해 아이는 '난 그 누구보다 못한 아이구나'는 생각에 사로잡혀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건 물론, 이미 충분히 발휘하고 있는 능력도 없어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하트 커넥트
많은 부모가 자신의 아이에게는 자신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아니, 어쩌면 이건 부모가 아이에게 가지는 '사랑'일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사랑하는 아이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너무 커서, 내 아이가 남보다 뒤지지 않았으면 하는 욕심이 너무 커서 잘못 표현되는 사랑 말이다. 아무리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아이가 잘되었으면 하는 욕심을 가졌다고 해서 그것이 아이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는 이유는 되지 못한다. 이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부모 자신도 남과 비교당하는 걸 끔찍하게 싫어한다. 그럼에도 아이들에게 "남들은 다 하는데, 왜 넌 못해?"라는 말을 하는 걸까? 무의식적으로 그런 말을 할 수도 있지만, 여기에는 좀 더 큰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여러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난 그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부모 자신이 '어릴 때부터 그런 말을 들었고, 획일화된 교육 방식 속에서 그런 사고방식이 뿌리깊게 자신의 머릿속에 내려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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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사회는 늘 남과 비교하는 걸 정말 좋아하는 사회다. 남이 가진 것을 보면, 나도 가져야 하고… 남이 자신보다 잘되는 꼴을 보기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경향이 우리 사회에서 짙게 나타나는 이유는 어릴 때부터 항상 비교를 당했고, 남과 비교를 하며 행복감을 느끼려고 했기 때문이다. 비교는 남과 나를 저울질 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두고 해야 함에도 우리는 남과 비교하는 행위를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항상 똑같아지려고 하다 보니 '남들은 다 하는데, 왜 넌 못해?'라는 말이 무의식적으로 머릿속에 뿌리 깊게 내린 것이다. 사람은 한 명, 한 명이 모두 다 다르고…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모두 다르다. 그리고 공통으로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행동도 가르치는 방식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 마련이다. '남들은 다 하는데, 왜 넌 못해?'라는 이 말은 이 모든 사실을 부정하는 말이다. 즉, 절대 성립할 수 없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남들은 다 하는데, 왜 넌 못해?'라는 말을 멈추지 않는다. 아니, 멈출 수 없다고 말하는 쪽이 옳은 표현일까?
다른 사람과 내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절대 좋은 부모가 될 수가 없다. 왜냐하면, '나는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한 부모는 아이에게 남과 똑같아지도록 가르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남과 비교해서 성적이 조금 뒤떨어지거나 단체 생활 적응을 잘하지 못한다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남과 비교하며 "남들은 다 하는데, 왜 넌 못해?" 같은 상처를 주는 말을 내뱉는다. 자신은 아이를 걱정하고, 사랑해서 한다고 변명하지만― 그건 절대 사랑이 될 수 없는데도 말이다.
이게 바로 '남들은 다 하는데, 왜 넌 못해?'라는 말이 지닌 불편한 진실이다. 이 말은 우리 모두를 다른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고, 같아야만 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다. 남들이 다 하더라도 내 아이는 못할 수가 있다. 왜냐하면, 내 아이는 남들이 다 못하는 걸 할 수 있는 재능이 있는 아이이기 때문이다. 남이 기본적으로 한다고 해서 그걸 꼭 무리해서 할 필요가 없다. 모두 자신만의 방법으로 세상에 적응해서 살 수 있으니까.
그러니, 비교는 이제 멈추자. '남들은 다 하는데, 왜 넌 못해?'라는 말은 부모가 아이에게 해서는 안 될 말이고. 내가 나 자신에게 해서도 안 되는 말이다. 우리는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 세상에 가치있는 존재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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