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자원봉사자 유애옥, '지금, 사랑한다고 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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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100℃] 암으로 4개의 장기를 잃은 유애옥, 지금 '사랑한다'고 말하세요


 우리는 삶을 살면서 가끔 '내가 이 사람에게 이래도 되는 건가?'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하게 하는 행동을 한다. 남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우리의 가슴 속에 못 박혀 오랫동안 남는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자신의 잘못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을뿐더러 어느 사람은 '지금 당장 사과할 필요가 있나?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풀리겠지.'라고 생각하며 사과를 뒤로 미룬다. 특히 가까운 사이일수록 사과를 미루는 경향이 훨씬 더 짙다.


 많은 사람이 우리는 오랫동안 살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오랫동안 살지 못할지도 모른다. 내가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한다고 지적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이렇게 평범하게 보내는 1분 1초가 너무 원했던 사람들이 3.5초당 한 명꼴로 죽어가고 있다. 기아, 불치병, 전쟁… 등 다양한 이유로 죽음을 맞는 사람들에게는 내일은 자신은 보지 못한 꿈일 뿐이다. 그런 사람 중에서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여 가까운 사람에게, 자신이 상처를 주었던 사람에게 '사랑한다.' 혹은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게 되는 것은 눈을 감기 바로 직전까지 미련으로 남는다.


 오늘, 나는 죽음을 앞둔 사람들을 옆에서 간호하다 자신도 죽음의 문턱 코앞까지 다녀왔던 한 사람의 귀중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이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 당장 나를 위해 힘써준 사람에게 '사랑합니다'는 말을 하거나 자신이 상처를 주고 아직 사과하지 않은 사람에게 '미안합니다'는 말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굳이 내가 이런 말을 하지 않더라도 이 분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고 확신한다.



ⓒKBS1 강연100도씨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암 환자 출신 호스피스 유애옥 씨이다. 유애옥 씨는 암말기 환자를 돌보는 호스피스 병원에서 자원봉사자를 하고 있었는데, 자신도 암 선고를 받아 장기 4개를 떼어내는 수술을 통해 겨우겨우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사람이다. 남에게 그저 멀게만 느껴지는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라는 일을 하는 것과 암 선고를 받아 장기 4개를 떼어내고도 하루하루를 행복하기 위해 사는 그녀의 모습은 많은 사람에게 충분히 삶의 중요성을 일깨워줄 수 있으리라.


 그녀가 호스피스 병원에서 자원봉사자를 하게 된 것은 그녀의 꿈이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녀는 결혼 이후에 '남이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남편과 함께 대한적십자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했었는데, 그러다 우연히 중환자실에서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녀가 봉사를 하는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들은 회복이 되어 병실을 나가는 사람도 있었지만, 환자들 대부분이 이 세상과 이별을 하고 말았다.


 그런 환자들의 곁에서 옆자리를 지켰던 그녀는 남편과 함께한 건강검진에서 '위에 암이 있습니다.'라는 판결을 듣게 된다. 그녀는 자원봉사를 하면서 암으로 이 세상을 떠나는 사람을 계속 보아왔기에 '아, 내가 이렇게 죽는구나. 하다못해 아이들이 사춘기를 지날 수 있는 5년 후에 병에 걸렸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암 수술을 통해 위, 비장, 담낭, 체낭 네 개의 장기를 척출하였고, 항암치료를 이겨내면서 암에서 완쾌할 수 있었다.



 그녀는 그렇게 암을 완쾌하고 다시 자원봉사 활동을 시작하였다. 그 이전에도 정말 목숨이 위태한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던 그녀였지만, 자신이 직접 죽음의 문턱 앞까지 가는 암을 앓고 보니 너무 많은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이렇게 살 수 있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하였고, 그녀는 이런 마음을 가지고 환자들의 심정과 보호자에게 격려를 해주었다. 그저 옆에서 말 없이 그들을 위한 봉사를 하는 것이 아닌, 그들에게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직접 하면서….


 때때로 그녀가 그렇게 말하는 것에 대해 일부 암 환자분들은 "네가 이렇게 아파보았느냐?"고 불평불만과 신세 한탄이 섞인 말도 들었지만, 그때마다 그녀는 자신도 암을 통해 4개의 장기를 떼어내고도 이렇게 살고 있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환자들과 보호자들에게 많은 응원을 해줄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그런 태도를 통해 '사랑합니다'는 말을 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암으로 고통받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형식적인 위로가 아닌 정말 마음을 토닥여주는 따뜻한 위로를 해주었다.


 그녀는 그러게 지금까지 호스피스 병원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며 사람들에게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주고, 사람들이 서툰 마음의 표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KBS1 강연100도씨


 암환자와 중환자를 돌보는 유애옥 씨에게 죽음이라는 것은 정말 일상다반사처럼 볼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직접 암을 겪으면서 죽음의 문턱을 다녀왔기에 더욱 삶의 소중함과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보통 살면서 삶의 소중함과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표현할 때가 과연 얼마나 될까?


 부끄럽지만, 나도 그런 표현을 한 적이 많지 않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적도 적잖았고,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었던 적도 정말 많았다. 그때마다 표현한 적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 그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했다. 특히 조금 먼 거리에 있는 사람보다 나의 가까이에 있는 사람에게 그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다. 내가 평소 책이나 애니메이션을 통해 따뜻한 가족 이야기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이유는 그 가족이 부럽기도 하지만, 가족 모두가 '정말 사랑한다' 혹은 '미안하다'는 말을 표현하는 모습을 보며 죄책감을 느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유애옥 씨는 자신의 이야기를 마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여러분은 지금까지 살면서 '사랑한다'는 말을 얼마나 해보셨나요?

  서로 사랑하는 연인끼리는 수시로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만, 우리 가족과 형제, 가까운 사람에게는 잘 하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이별이 오기 마련입니다. 그 이별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는 아무도 모릅니다."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좋지 않겠지만, 사람의 앞날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는 것이다. 오늘, 내 욕심에 상처를 입은 친구가 밖에서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해 죽을 수도 있다. 그러면 '미안하다'고 말하지 못한 그 작은 실수 하다가 얼마나 큰 죄책감이 될 수 있겠는가? '사랑합니다'는 말을 한 번도 부모님께 들려 드린 적이 없는데, 직장에서 퇴근하는 부모님께서 갑자기 돌아가신다면…? 그 모든 것은 두고두고 죄책감이 되고, 후회하게 한다.


 우리가 유애옥 씨의 이야기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이다. 우리가 지금 보내는 이 시간은 지나면 오로지 '과거'일 뿐이고, 우리가 당연히 생각하는 내일은 맞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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