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빈센조, 힘 없는 정의의 무력함을 말하다
- 문화/문화와 방송
- 2021. 5. 3. 08:03
그동안 재미있게 시청한 드라마 <빈센조>가 지난 일요일(2일)에 방영된 20화를 끝으로 완결을 맺었다. 그동안 통쾌한 사이다 전개를 보여준 드라마 <빈센조>가 19회와 20회에는 살짝 고구마를 먹고 체한 듯한 전개를 보여주면서 시청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왔지만, 그래도 악당을 처벌하는 과정은 사이다 그 자체였다.
드라마 <빈센조>는 이탈리아에서 마피아로 활동하던 주인공 빈센조(역 송중기)가 한국으로 들어와서 과거 금가 프라자 지하에 묻은 금을 찾기 위한 여정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금가 프라자에서 만난 홍유찬(역 유재명) 변호사를 통해 빈센조는 자신의 방식대로 약자의 편에서 악과 맞서 싸운다.
하지만 악과 맞선다고 해도 빈센조는 절대 선이 아니었다. 빈센조는 힘 없는 정의는 무력하다는 걸 증명하듯이 악에 악으로 맞서는 모습을 과감하게 보여주었다. 빈센조의 이 모습에 드라마 <빈센조>를 보는 사람들은 속 시원하게 복수를 하는 모습을 크게 환호하면서 즐겁게 보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드라마를 보면 홍차영(역 전여빈) 변호사가 상대하는 바벨 그룹의 최명희(역 김여진) 변호사와 대화를 주고 받을 때 "누가 더 쎈 똥인지 겨뤄보자고! 캬아~"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은 악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힘없는 정의가 아니라 더 강한 악이 되어야 한다는 걸 넌지시 보여준 장면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드라마 <빈센조>에서 빈센조와 홍차영 변호사의 팀을 정의의 편이라고 말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이 싸우는 대의명분에 있었다.
빈센조와 홍차영 변호사는 죽은 홍차영 변호사의 아버지 홍유찬(역 유재명)의 복수를 한다는 대의명분이 깔려 있었고, 거기에 금가 프라자에서 살고 있는 세입자라는 누가 보더라도 을(乙)이자 약자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대변해 '바벨과 우상'이라는 거대한 악의 기업과 싸우는 구도를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했다.
그 과정에서 빈센조가 금가 프라자 지하에 묻혀 있는 금을 찾아내기 위해 애쓰는 장면이 그려지기도 했지만, 이유가 어찌 되었더라도 빈센조는 약자들의 편에 서서 약자를 악으로 짓누르려고 하는 바벨에 더 강한 악으로 맞섰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드라마 <빈센조>를 보면서 빈센조의 편에 서서 그를 응원했다.
우리는 현실에서 누구나 다 정의로운 사회를 외치지만, 사실 정의로운 사회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정의는 늘 힘이 없어 공허할 뿐이다. 막상 현실에서 행복한 웃음을 지으면서 풍요롭게 사는 인물들은 나름의 악행을 반복하면서 사리사욕을 채운 사람들이다. 지난 LH 사태만 보더라도 우리는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참 많은 말이 있었어도 지금은 또 LH 관련 뉴스를 언론에서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일부 공직자들이 내부 정보를 활용해서 부동사를 취득해 수 억에 달하는 이익을 챙겼다는 소식을 간간이 전해져도, 대대적인 LH 압수 수색과 처벌에 대한 소식은 들을 수 없다. 즉, 현실은 또다시 악이 늘 그렇듯이 이겼다는 뜻이다.
그런 악에 맞서기 위해서 필요한 건 공허하기만 한 약자의 외침이 아니다. 약자가 아무리 정의롭지 못하다고 외쳐도 힘 없는 정의는 악에 생채기 하나 제대로 내지 못한다. 그런 악에 맞서기 위해서 필요한 건 더 강한 악이라는 것을 드라마 <빈센조>는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드라마는 우리에게 다시금 묻고 있다.
"악을 이길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
드라마 <빈센조>는 악과 맞서기 위해서 더 강한 악 이탈리아 마피아 빈센조를 주인공을 내세워서 악에 악으로 맞서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마지막에 그려진 빈센조가 모든 사건의 원흉인 장한석(역 옥택연)을 속죄의 참으로 참교육 하는 장면은 많은 사람에게 악이 벌을 받는 장면을 통쾌하게 보여준 장면이었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서 악한 자들은 쉽게 지은 죄에 상응하는 벌을 받지 않는다. 그들은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법의 심판 앞에서도 쉽게 자리를 훌훌 털고 일어난다. 하지만 힘 없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그들에게 잘못을 저지른 악인들이 무사 태평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하루하루 힘을 잃어간다.
마이클 샌델은 <정의란 무엇인가>를 통해 우리에게 선택에 대해 묻는다. 드라마 <빈센조>는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앞에 놓여진 선택지 중에서 '악은 악으로 맞선다'라는 선택지를 선택한 드라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선택이 힘없는 정의는 무력하기만 한 죄악이라는 걸 증명하는 형태가 되고 말았다.
당신은 드라마 <빈센조>를 어떻게 보았는가? 오늘날 우리가 드라마 <모범택시>를 비롯해 드라마 <빈센조> 같은 악에 악으로 맞서 복수 하는 전개에 환호하는 이유는 어쩌면 힘없는 정의에 대한 비통함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힘없는 정의는 악에 무력하다는 걸 알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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