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모범택시, 죽지 말고 복수하세요
- 문화/문화와 방송
- 2021. 4. 17. 07:30
드라마 <펜트하우스 시즌 2 1부>가 끝나고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모범택시>는 <펜트하우스>와 다른 형태의 복수를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전작 드라마 <펜트하우스>가 '악'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인물들끼리 서로 물어뜯고 싸우는 형태의 복수가 그려졌다면, 이번 드라마 <모범택시>는 어디까지 확실하게 피해자와 가해자가 나누어져서 선과 악으로 나누어져서 피해자를 위해 가해자에게 대신 복수하는 에피소드가 그려졌다.
지난 금요일(16일)에 방영된 드라마 <모범택시 3화>에서는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피해자의 의뢰를 받는 모습이 그려졌다. 피해자는 모범택시에 전화를 걸어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은 이후 '복수를 하시겠어요?'라는 질문에 대해 'YES' 버튼과 'NO' 버튼에서 망설이다가 'YES' 버튼을 누른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장면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사실 학교 폭력이라는 건 주위에 도움을 구한다고 해서 쉽사리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학교 내에 신고를 해서 학교 폭력 위원회를 연다고 해도 대다수가 흐지부지하게 결말을 맺거나 가해자 대신 피해자가 전학을 가는 일도 발생한다.
학교라는 기관에 도움을 받을 수 없으니 당연히 피해자는 학교 폭력 신고 센터 혹은 경찰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도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가 논란이 된 적이 적지 않다. 결국, 학교 폭력을 해결하기 위한 절대적인 방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 셈이다. 아, 딱 한 가지 방법이 있다.
바로,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숨을 죽여서 '남과 같은 형태'로 학교 생활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괜스레 쓸데없이 나서다가 눈총을 받는 일이 없어야 하고, 최대한 일진 같은 애들과 마주치는 일이 없어야 하고, 가해자들이 누군가를 괴롭힐 때는 두 눈 딱 감고 모른 체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우리는 학교 폭력의 레이더망에 잡히지 않을 수 있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딱 그렇게 지내면 우리는 가혹한 학교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학교 폭력에서 해방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방법을 옳다며 우리의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 있을까?
어른이 되어도 학교 폭력과 같은 문제는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내가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에 따라서 갑질을 겪기도 하고, 대학과 군대 혹은 직장이라는 조직 생활을 이어갈 때도 학교 폭력과 이름만 다를 뿐인 폭력이 수 없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요즘 같은 시대는 더.
누군가는 이러한 상황을 체념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사회 생활을 해나가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우리가 사람들과 어울리는 사회 생활을 원만하게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때때로 침묵해야 하고, 때때로 보이는 것을 보이지 않는 척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우리는 잘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정말 그게 최선인 걸까? 우리가 당하는 것이 당연하고, 참는 것이 당연하고, 무시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 걸까? 우리는 복수를 하면 안 되는 걸까? 우리를 이렇게 피가 마르게 하는 가해자들에게 할 수 있는 없는 걸까? 법이 허락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냥 이렇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드라마 <모범택시>는 그러한 질문에 대해 당당히 "NO"라고 대답하며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복수를 하는 에피소드가 그려진다. 물론, 피해자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하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에 복수를 대행해주는 주인공과 인물들이 피해자의 사정을 낱낱이 파악한 이후 복수에 들어가게 된다.
지난 드라마 <모범택시 3화>에서 학교 폭력을 끔찍하게 당하고 있던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하기 위해서 주인공 김도기(역 이제훈)는 학교의 기간제 교사로 위장 취업을 해서 가해 학생들에게 접근한다. 아니, 접근한다기보다 가해 학생들이 만만한 기간제 교사에게 먼저 접근했다.
드라마를 통해 가해 학생들이 만만한 선생님을 깔보고 괴롭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중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당시에도 반 아이들 몇 명이 만만한 노(老) 선생님이나 여 선생님을 깔보면서 수업 시간 내내 짓궂은 장난(장난이라고 말하기에 선을 넘는 경우도 있었다)을 치는 등 눈살이 찌푸려지는 행동을 했다.
아마 요즘 아이들은 더 하면 더 했지 절대 덜 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오늘 밤 10시에 방영될 드라마 <모범택시 4화>에서 주인공 김도기를 비롯한 여러 인물들은 무서운 것을 모르고 날뛰는 가해자들에게 어떤 식으로 복수를 하게 될까? 아니, 복수가 아니라 자신의 죗값을 받게 할 것인지 기대된다.
드라마를 보면 "나이가 어리다고 조의 무게가 가벼워지지 않아. 누가 돌을 던졌던 가라앉는 건 마찬가지이니까."라는 말이 있다. 부디 이 말을 무게를 보여주는 속 시원한 전개가 <모범택시 4화>에서 그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말 학교 폭력은 지긋지긋하지만, 절대 사라질 수 없다는 게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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