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택시 15회 재미 이상의 메시지를 던진 그 장면
- 문화/문화와 방송
- 2021. 5. 29. 09:32
매주 금, 토 밤 10시마다 챙겨보는 드라마 <모범택시>가 이제 종영까지 한 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지난 금요일(28일) 밤 10시에 방영된 드라마 <모범택시 15회>에서는 그동안 자신이 저지른 살인이라고 고백하지 않고 있던 연쇄 살인범이 어느 부녀자 살인 사건의 범인이 자신이라며 고백하면서 많은 사람에게 파문을 일게 했다.
한 살인범의 고백으로 인해서 드러난 것은 사건의 진범만이 아니다. 그동안 무죄를 주야장천 주장했어도 누구도 귀 담아 들어주지 않았던 한 사람의 망가진 인생이 드러났다. 진범 대신 20년 동안 감옥살이를 한 인물은 경찰의 고문과 강압적인 수사에 의해 거짓 자백을 하면서 평생을 살인범이자 전과자로 살아가야만 했다.
드라마 <모범택시 15회>는 그 인물이 무지개 택시에 복수를 부탁하는 장면이 그려지면서 괜스레 마음을 어지럽게 했다. 해당 의뢰를 받은 김도기는 진범인 오철형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 준비하지만, 강하나 검사를 통해 김도기는 뜻하지 않게 오철형을 만나면서 자신의 어머니의 죽음과 관련된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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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현이 과거 어머니가 죽기 전에 했던 말을 천천히 되새기는 모습을 보면서 김도기는 다시 발작을 일으키고 만다. 피해자 가족인 김도기는 여전히 그 날의 악몽을 잊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김도기는 오철현을 통해 진상을 들은 이후 오열을 하는 게 아니라 끝없는 분노를 느꼈다.
아마 드라마 <모범택시 16회>에서는 김도기가 살인범 오철현에게 어떤 형태라고 해도 복수를 마치는 에피소드가 그려지지 않을까 싶다. 과연 김도기는 오철현의 아들을 만나서 어떤 식으로 오철현의 마음을 무너지게 하면서 '죽는 것보다 사는 게 더욱 고통스럽다'라는 것을 느끼게 해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드라마 <모범택시 15회>는 그렇게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피해자의 의뢰를 받아 시작한 오철현에 대한 복수가 돌고 돌아서 김도기의 복수가 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드라마 내부의 전개도 무척 기대가 되었지만, 개인적으로 드라마 <모범택시 15회>에서 보여준 히든트랙 3 현정 이야기가 너무나 가슴 깊이 남았다.
해당 사건은 재심의 판결과 함께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되며 많은 사람에게 안타까움과 분노를 남겼던 사건이다. 경찰의 강압적인 수사와 고문, 그리고 검사의 수수방관한 태도로 인해 억울한 사람이 연쇄 살인범이 저지른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어 너무나 오랜 시간을 살인범으로 살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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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법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다'라는 말이 종종 있다. 가난했고, 장애를 앓고 있고,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셨고, 배움이 없었기 때문에 경찰들이 만든 거짓 범인으로 체포되어 20년이라는 시간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던 피해자. 그 피해자에 대해 경찰들의 진심 어린 사과와 보상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드라마 <모범택시 15회>에서는 바로 해당 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복수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습, 엉망진창으로 망가진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모습을 크게 과장하는 일 없이 덤덤하게 보여주었다. 그래서 우리는 오히려 드라마 <모범택시>를 보면서 더욱 진하게 해당 사건와 관련된 잔혹한 진실을 마주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2017년도에 대학을 찾은 박준영 변호사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당시에 박준영 변호사는 정의에 대해 "정의는 정해진 질서에 순응하는 것일 수도 있고, 때로는 정해진 질서를 깨는 것이 정의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정의란 것은 누군가에게는 무엇보다 두려운 폭력을 정당화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당시 대학 특별 강의를 통해 들었던 이야기를 새삼 떠올리게 한 드라마 <모범택시 15화>. 이 드라마는 피해자들의 의뢰를 받아 복수를 감행하는 주인공들의 사이다 같은 모습에서 느끼는 재미만 아니라 이렇게 때로는 깊이 생각하게 해주는 여러 요소를 통해 우리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해주는 매력을 가진 드라마다.
이것은 약자이기에 당한 것이 아니다. 강자가 약자를 외통수로 몰면서 약자를 죽일 만큼 괴롭혔기 때문에 벌어진 일들이었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단지 그 죄목이 '살인죄' 같은 커다란 죄목이 아닐 뿐이지 보이지 않는 폭력, 따돌림, 무고 등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재미 그 이상의 커다란 울림을 주었던 드라마 <모범택시 15회>. 마지막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 <모범택시 16회>에서는 또 어떤 전개가, 어떤 영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 기대된다. 마지막 16회의 엔딩 장면을 절대 놓치지 말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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