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는 방법
- 일상/사는 이야기
- 2019. 6. 4. 10:44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을 보면서 나는 참 많은 걸 느낄 수 있었다. 사회를 살아가는 어른들이 보여주는 비겁한 모습을 비판하면서도 그런 어른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 만약 나에게 똑같은 일이 발생했을 때 과연 나는 ‘편한 거짓말이 아니라 불편한 진실을 볼 수 있을까?’라며 묻기도 했다.
편한 거짓 대신 불편한 진실을 선택하는 일은 가벼운 마음으로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불편한 진실을 선택한다는 건 자신의 과오를 모두 인정하는 뜻이기도 하고, 그동안 고의가 있었던 없었던 자신이 무심코 해버린 행동에 대해 반성을 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 일은 말로 하는 것처럼 쉽지가 않다.
며칠 전에 나에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나는 그 일이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어차피 한국 사회에서 이 정도 일은 뻔히 벌어지는 일이라고 여기면서 ‘걸리지 않았으니까.’라며 무심코 발을 들인 일이었다. 그 일에서 발을 빼려고 해도 사람의 욕심이라는 게 시간이 지나면 또 커졌다.
그러한 사람의 욕심은 잘못 다루게 되면 곧 이기적인 탐욕으로 변해 나 자신의 파멸을 부르는 계기가 된다. 나는 그러한 이야기를 여러 미스터리 소설, 그리고 다양한 작품을 통해 접하면서 ‘사람의 욕심은 어느 정도 있으면 의욕이 되지만, 욕심이 지나쳐서 탐욕이 되는 순간 끝이다.’라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간접적인 체험으로 아는 것과 직접적인 체험으로 아는 것은 하늘과 땅 만큼 커다란 차이가 있다. 우리 속담에 ‘백 번 귀로 듣는 것보다 한번 눈으로 보는 게 낫다’는 말이 딱 그렇다. 그만큼 한 사람이 무언가를 절실히 깨닫고 느끼기 위해서는 자신의 잘못을 눈으로 보고 느낄 수가 있어야 한다.
사람이라는 게 참 그렇게 간사하게 생겨 먹었다. 그저 처음에는 호기심, 두 번째는 장난이라면서 같은 잘못을 반복하다 곧 ‘어차피 나만 그래? 모두가 그렇게 하고 있잖아?’라며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스스로 정당성을 제시한다. 그렇게 사람은 점점 자신의 잘못에 눈감은 채 살면서 삶이 망가지는 거다.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에서 선호의 아빠를 연기한 박희순은 “누구나 잘못은 하고, 실수를 하지만 그다음이 중요해. 어떻게 이겨내고 살아가는지가 중요한 거지.”라고 말한다.
그 말이 맞다. 누구나 잘못은 할 수 있고, 또 실수도 할 수 있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늘 그런 잘못과 실수를 때때로 반복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진짜 중요한 건 내가 실수든 아니든 저지른 잘못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지고, 나 자신이 어떻게 이겨내고 살아가는 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거다.
마치 거울에 비친 볼품없는 내 모습을 보기 싫어도 마주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처럼, 내가 저지른 어떤 잘못에 대해 책임감을 통감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리고 몇 번이고 스스로 ‘이제, 두 번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겠다.’라는 각오로 지난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똑바로 살아가고자 노력해야 한다.
그동안 몇 번이고 아무도 말리는 사람이 없어서, 그 일이 잘못되었지만 어느 한 사람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라는 걸 직접적으로 경고를 해준 사람이 없어서, 마치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처럼 달렸던 그 시간을 지금 다시 돌이켜보면 바보 같은 일이었다. 그 일은 후회가 더 많았는데도 왜 그랬을까.
지속적인 만족이 없는 순간의 탐욕을 위한 잘못. 어쩌면 그 순간의 탐욕이 바로 사람을 점점 빠져나올 수 없는 도가니로 몰아넣는 독약인지도 모른다. 처음은 완연한 우연이자 실수, 두 번째는 어떤지 판단을 해야 하고, 세 번째 똑같은 일을 해버리는 건 이미 빠져나올 길을 찾기 쉽지 않게 된다.
며칠 전의 일로 나는 가까스로 브레이크를 밟았고, 이제 좀 더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분명히 방향을 정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물론, 한편으로는 그 일의 여파로 어떤 일을 또 겪게 될지 몰라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저지른 잘못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시금 “누구나 잘못은 하고, 실수를 하지만 그다음이 중요해. 어떻게 이겨내고 살아가는지가 중요한 거지.”라는 말을 곱씹으며, 오늘에 집중하며 내가 20살에 세웠던 나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삶을 살기 위해 더 초연적인 노력을 하고자 한다. 그게 잘못을 어렵게 마주하며 반성할 수 있었던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는 법은 결국 똑바로, 그리고 열심히 내 삶을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만약 이 글이 읽는 당신도 무심코 ‘ 누구나 하는 일이니까’ ‘아직 한 번도 주의를 받지 않았으니까.’라며 크고 작은 잘못을 반복하고 있다면, 부디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멈추기를 바란다. 그게 현명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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