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경화하는 일본 정치 닮아가는 한국 정치
- 문화/독서와 기록
- 2017. 3. 24. 07:30
신자유주의 흐름 속에서 반자유정치로 흘러가는 극우의 성장
한국에서 박근혜 정부가 편찬한 국정 교과서 선택을 두고 어느 고등학교에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국정 교과서를 반대하는 학부모는 아이들을 데리고 전학을 가기도 했고, 학교를 찾아 항의하는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더욱이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태극기 집단이 학교를 찾는 일도 벌어졌다.
국정 교과서는 나라에서 일정한 목표를 가지고 집필한 교과서다. 많은 사람이 국정 교과서를 우려하고 반대하는 이유는 '자유롭게 다양한 시선으로 배우는 일'을 침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에서 주도한 국정 교과서는 정부의 상황에 맞춰 진실을 왜곡하거나 해석을 붙인 게 많았다.
국정 교과서의 등장은 바른 역사 교육을 위한 목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회 정치적인 의미로 들여다보면 국정 교과서는 우경화로 향하는 한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북한이나 베트남처럼 아직 민주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곳에서 사용하고, 최근 급격히 우경화를 맞이한 일본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림자 속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모습에 맹목적인 지지를 보내고, 일본이 강한 일본을 외치는 모습은 사뭇 흡사하다. '극우'라고 말할 수 있는 지도자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강한 나라를 외치는 동시에 반자유주의를 외치며 그들을 향해 여론을 움직이려고 하고 있다.
이번에 읽은 <우경화하는 일본 정치>라는 책은 급격히 우측으로 기우는 일본 사회를 해석하는 일본의 사회학자가 집필한 책이다. 저자는 책의 서장에서 '정치의 자유화'란 이름으로 시작된 신우파 전환이 어느 사이엔가 오늘날의 '반자유 정치'를 초래해버린 과정을 명확히 하는 것을 목적이라 밝힌다.
책은 상당히 깊숙이 일본 사회를 역사적 정치적인 배경을 두고 해석했다. 제1장을 통해 일본 구우파 연합의 정치에 관해 설명하고, 제2장에서 냉전의 종식 이후 신우파로 전환된 일본 정치를 말한다. 그리고 제3장부터 나와 같은 20대도 이름이 익숙한 고이즈미가 등장하며 자유와 민주의 위기를 논한다.
고이즈미 정권을 신자유주의화 시대라고 말한다. 고이즈미 장기 정권이 다방면에 걸쳐 신우파 전환으로 향하는 개혁을 준비하는 데 일조했다고 저자는 보고 있다. 당시 우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고이즈미와 만나는 사진(또는 영상)을 떠올릴 텐데, 이명박 정권 이후 우리는 일본에 목소리가 약해졌다.
모두가 알다시피 고이즈미 일본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며 보수 반동의 흐름은 일본 정치권에만 머무르지 않고 사회에 널리 퍼져 나갔다. 고이즈미의 개혁 이후 아베 정권으로 이어지는 동안 민주당은 참패했으며, '일본을 되찾는다'는 명분으로 자민당을 이끈 아베 정권은 현재진행형이다.
아베 입장에서 실로 다행스러웠던 것은 관료제나 재계, 그리고 산케이.요미우리 등 보수 미디어들이 민주당 정권에 완전히 넌더리를 내며 두 번 다시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전력을 다해 정권을 보필할 자세를 취했다는 점이었다. 또한 실제로 현실에서 민주당이든 다른 당이든 저항 세력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은, 그 자체로 자민당 내외로부터 아베 정권에 대한 비판이 나오기 힘든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효과를 가져왔다. 생채기가 여전히 선연했던 동일본 대지진과 원자력발전소 사고도 당장은 민주당 정권의 대응이 얼마나 미흡했는지를 오로지 나열할 뿐이었다. 이에 따라 역대 자민당 정권이나 아베 현 정권의 책임을 면해주는 분위기가 널리 퍼져갔다. (본문 152)
아베 정권이 장기 집권을 하는 모습은 우리나라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로 이어진 모습과 유사하다. 참여 정부 이후 몸살을 앓은 몇 언론이 악랄할 정도로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지지했다. 한국 사회는 그런 과정을 통해 최순실 박근혜 게이트라는 어마어마한 사건이 한국을 지배하게 만들어버렸다.
뭉친 권력의 싸움으로 정보가 조금씩 밖으로 새면서 놀라운 비밀이 속속히 바깥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여전히 극우 언론은 여전한 태도를 보인다. 또한, 격변기를 통해 기세를 타려는 듯한 몇 단체는 가짜 뉴스까지 만들어가며 여론을 선동하고 있다. 과연 우리는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우경화하는 일본 정치> 책은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승리하기 전에 발매된 책이다. 저자는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러한 걱정을 했다.
아베 정권 주변에서는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이 정권을 쟁취하게 된다면 '비난'이 없어질 거라는 기묘한 낙관론도 들리는 듯하다. 초당파로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에 대한 우려가 심해지고 있는 의회의 추세를 생각하면 그리 간단한 이야기가 아닐 터이다. 그러나 국가주의가 일본만의 전매특허가 아니라는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이며, 일본의 지정학적 위치에 의해 중국에 대한 전략이 우선시된다면 충실한 아베 정권에 대한 비판도 진정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본문 170)
안타깝게도 이 예측대로 들어맞아 트럼프 정권이 등장하면서 일본은 조금 더 자유로워졌다. 연일 강경책을 쏟아내는 트럼프 정권은 미국 사회 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 일본, 그리고 유럽의 몇 나라에서도 우경화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금 당장 한국 사회의 모습만 보더라도 그렇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다. 한국 사회는 최순실 박근혜 사건을 겪고 나서 극우에 대한 반발감이 생겼지만, 또 여론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지난 오바마 정권과 맞물려 민주당 정권이 이어질 수 있었다면, 우리 한국 사회는 좀 더 건강하게 한 단계 도약했을지도 모른다.
만약 지금 우리가 민주당 정권이 만들어진다고 하더라도 트럼프 정권과 아베 정권과 부딪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다 더욱 현명한 외교와 국내 정치가 필요해진다. <우경화하는 일본 정치>의 저자는 종장에서 '대체정당은 가능할까'는 논제를 통해 일본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한다. 이는 우리도 필요한 일이다.
<우경화하는 일본 정치> 책의 크기는 크지 않지만, 알맹이가 상당히 유익한 책이다. 정치와 사회에 관심을 가진 사람 중 기회가 된다면 한 번 읽어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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