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울 것, 에세이를 쓰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는 책
- 문화/독서와 기록
- 2017. 3. 22. 07:31
봄날에 읽기 좋은 임경선 작가의 에세이 '자유로울 것'
책상 앞에 앉아 나름 진지하게 글을 쓴지 벌써 7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것 같다. 아무것도 아닌 글을 블로그에 써오다가 나름대로 목표를 가지고 글을 쓰는 일이 즐겁지마는 힘든 일이었다. 블로그에 적은 글이 처음 포털 사이트 메인에 소개되었던 그때의 감동은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일에 재미를 붙일 때만 하더라도 이 일에 의무감을 가지게 될 줄은 몰랐다. 이제는 매일 하루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서 열심히 소재를 궁리하고 있다. 그리고 블로그 운영에서 한 발 더 앞으로 내딛기 위해서 에세이 원고를 집필 중이기도 하다. (아직은 전자책만 목표로 잡고 있다.)
굳이 내가 에세이를 고집하는 이유는 에세이가 나를 가장 솔직하게 표현하는 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나를 바꾸고 싶어 자기계발서를 위주로 읽었다. 자기계발서를 읽으면서 많은 성공한 사람이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는 나를 잘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가 적힌 에세이를 읽기 시작했다. 에세이를 읽으면서 저 사람은 저렇게 살고 이 사람은 이렇게 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히 그중 작가의 에세이는 나 또한 글을 쓰는 터라 더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많았다. 블로그에 적는 글은 일종의 에세이라고 말할 수 있으니까.
임경선 작가는 이번에 집필한 <자유로울 것>에서 에세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내 감각으로는 소설은 '머리'로 쓰고 에세이는 '마음'으로 쓰는 것 같다. 그래서 에세이를 쓸 때는 기본적으로 마음이 유연하고 너그러운 상태가 아니면 안 된다. 일부러 소재를 찾으려고 애쓰거나 엉덩이 힘으로 버티기보다, 에세이는 쓰고 싶은 주제가 자연 발생적으로 떠올랐을 때 바로 써야 글에 생기가 돌고 재미있다. (본문 50)
이 글을 읽으면 블로그에 평소 쓴 글이 에세이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어떤 글은 정말 그냥 손이 먼저 움직일 정도로 자연스럽게 적히지만, 오늘처럼 책을 읽은 후에 어렴풋한 이미지가 있어도 확실한 이미지가 없을 때는 책상 앞에 앉아 한참 머리를 굴리며 글을 쓰기 때문이다.
임경선 작가의 에세이는 상당히 매력적인 작품이다. 임경선 작가의 글을 읽어 보면 '머리'를 굴리면서 썼다고 하기보다 정말 마음이 가는 대로 편하게 쓰인 게 느껴진다. 과거에 읽은 임경선 작가의 또 다른 에세이인 <태도에 관하여>도 그랬다. 괜히 복잡한 생각 없이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태도에 관하여> 에세이가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는 질문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면, 이번 <자유로울 것>은 저자가 글을 쓰며 사는 삶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책을 읽는 동안 여러 부분에서 픽 웃기도 하고, 저자가 말하는 '솔직함'이라는 부분에 잠시 멈춰서 짧게 고민해보기도 했다.
저자는 에세이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점이 두 가지라고 말한다. 첫째는 솔직함, 둘째는 작가 고유의 문체. 에세이는 솔직함을 가장한 자기 포장인지, 담백하게 있는 그대로의 생각을 가장한 자기 포장인지, 담백하게 있는 그대로의 생각을 자유롭게 적었는지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한다.
책을 읽어보면 이렇게 적혀 있다.
솔직함은 글쓰기를 장기적으로 견딜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글을 통해 나를 치장하고 포장하거나 가면을 쓰기 시작하면 거짓말은 점점 더 부풀 수밖에 없기에 어느덧 스스로도 자아와 글 사이의 괴리를 느껴 글쓰기는 고통이 되어간다. 그리고 사람은 고통을 받아가면서까지 글을 쓸 이유는 없다.
간절히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자기 검열이나 자의식을 떨쳐내고 오로지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고 싶은 욕구만으로 써야 한다. 내가 혹시 어떤 내용을 얼버무리고 있는지는 앟은지, 어떤 내용을 말하기 두려워하는 게 아닌지 돌아보며 정직해질 필요가 있다. '나답게'라는 것은 역설적으로 나를 의식하지 않고 쓰는 일이다. (본문 52)
나를 의식하지 않고 쓰는 글쓰기는 쉬워 보이면서도 무척 어렵다. 그동안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나를 포장하기보다 내가 생각하는 바를 그대로 전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아직 '나답게' 쓰기 위해서 애쓴 탓인지 오히려 나를 의식해서 글을 적었던 것 같다. 과연 그걸 좋은 글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자유로울 것>이라는 책을 읽어보면 정말 저자 임경선 작가의 이야기가 그대로 전해진다. 간결하고 쉬운 문장으로 적힌 풍경은 쉽게 눈앞에 그려진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은 이런 글이다. 에세이를 적어도 나 혼자 고집을 피우는 글이 아니라 그냥 가볍게 이야기하는 듯한 분위기로 글을 쓰고 싶다.
저자는 글쓰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글을 쓰는 일은 근본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대중을 상대로 하는 일이다. 이것은 내가 모르는 많은 사람이 나를 알게 되고, 내가 쓴 글을 읽고 내가 가진 생각들을 알게 되어, 뚜렷한 이유 없이 사랑을 받기도 하고 미움을 받기도 하고 오해를 사기도 한다는 의미다. 그에 대해 아무런 불평도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거나 글을 써서 표현하는 일은 즐거웠고,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재미있어 하면 기분이 무척 좋았다. (본문 202)
나에게도 글쓰기는 위와 같다. 때때로 모자란 지식으로 글을 썼다가 큰 지적을 받기도 하고, 지방대 출신이라고 밝혔다가 어떤 글에서 '지잡대 주제에'라는 악플이 달리기도 했다.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지만,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일은 즐거웠고,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일이다.
임경선 작가는 책에서 '작가에게 필요한 세 가지'로 재능과 노력, 그리고 운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말하는 재능과 노력, 운. 세 가지 이야기 중 일부를 간단히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 재능
재능은 그야말로 글쓰기에 소질이 있고 자신의 글이 독자들을 끌어당길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스스로가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자부심도 중요하겠지만, 재능이라는 것은 타인이 인정해주어야 비로소 재능이라고 할 수 있다. ... 자기가 가진 재능에 대한 진실을 마주하는 것은 두려운 일이지만, 문학공모전에 입사하거나 출판사 편집자 혹은 매체사 기자의 냉철한 판단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 노력
노력은 단순히 부지런함과 성실함의 영역에서만 발휘되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에게 내 글을 최대한 전달하려는 지적인 창의성에도 필요하다. '책이 잘 팔리지 않아도 내가 좋아서 쓰는 거니까 그거면 충분해'라고 자위한다면 그것은 아마추어의 세계다. 물론 글은 자기만족을 위해 쓰는 측면이 이쏙 우선은 내가 스스로의 글에 만족해야하겠지만, 글을 쓰는 데에만 의미를 둘 게 아니라 그 이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읽히는 것을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
- 운
운들 들여다보면 완전히 독립적인 성질의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우선 재능과 노력이 전제되어 있지 않다면 행운이 내게 찾아와도 그걸 잡을 힘이 없거나, 그것이 행운의 기회라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재능과 노력이 서로를 최대치로 상승시키며 앞으로 나아갈 때 나에게 강력한 기운이 생기며, 사람들은 그 긍정적인 기운에 이끌려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고 한다.
저자는 이 중 하나만 갖추기도 쉽지 않다고 말한다. 과연 나는 지금 몇 개를 가지고 있을까?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글 쓰는 재능이 있다는 소리는 가끔 들었다. 글 쓰는 노력은 평소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여전히 나에게는 재능과 노력이 부족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블로그 수익으로 힘들어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면 10번 중 9번은 퇴짜를 맞는 거니까. 재능이 있으면 달랐을지도 모른다.
글을 쓰는 건 참 쉽지 않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이 일이 나의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임경선 작가의 에세이 <자유로울 것>을 통해 읽은 이야기는 자유로운 글쓰기에 큰 참고가 되었다. 솔직하고 담백한 글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따뜻한 봄날에 읽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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