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음주 운전 사고를 바라보는 팬의 심정

실망감을 안겨준 강정호 음주 운전 사고, 이제 그는 어디로 향하나

 지난 야구 시즌 동안 야구 팬들의 열기를 끌어올리는 데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의 활약이 단연 돋보였다. 끝판왕 오승환은 세인트루이스에서도 마무리를 맡으면서 돌직구의 위력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모두를 놀라게 했고, 김현수와 추신수를 비롯한 타자들의 활약도 정말 대단했다.

 특히 피츠버그에서 활약하는 강정호의 홈런포는 비록 과거 넥센의 팬이 아니더라도 '캉캉!' 하면서 즐거워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 또한 작년 지독한 사고를 겪은 이후 악착같이 재활을 하여 올해 성공적인 복귀의 발판을 마련한 강정호의 소식을 접하면서 즐거워했었다. 정말 응원도 열심히 했다.

 그러나 많은 한국인 선수들이 부상을 입으면서 1년 내내 좋은 모습을 이어 가지 못했다. 역시 1년 내내 꾸준히 아무 문제 없이 잘한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인 동시에, 운동선수가 컨디션 조절을 하는 일은 그 어떤 일보다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쉬운 모습도 있었지만, 내년을 더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기대에 대해 살짝 실망을 안겨주는 일이 이번에 발생했다. 피츠버그에서 활약하는 강정호가 한국에서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일으키고, 도주를 해버리는 있을 수 없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그는 올해 성공적인 복귀를 위해서 그렇게 고생했던 터라 이번 사건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다.

 강정호는 면허 정지 수치의 알코올 농도로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냈고, 그 사고를 수습하기보다 호텔로 도망쳐서 함께 있던 친구를 통해 거짓 진술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명 운전자 바꿔치기라는 일을 벌인 것인데, 아마 사고를 치고 강정호 또한 엄청나게 큰 부담감을 느꼈을 것 같다.

 논어를 읽어보면 "소인들은 잘못을 저지르면, 반드시 꾸며댄다."이라는 말이 있다. 결국, 강정호는 소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경찰이 블랙박스 검토를 통해서 운전자가 강정호였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소환했고, 강정호는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며 피츠버그 구단과 팬들을 향해서 머리를 숙였다.

 개인적으로 강정호는 참 좋은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런 일을 벌인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올해도 미국에서 성폭행 논란이 벌어져 '설마 강정호가?'이라는 생각이었지만, 이번 음주 운전사고를 통해서 그는 팬들의 강한 믿음을 배신한 꼴이 되어버렸다. 앞으로 그는 KBO 징계와 구단 징계를 밟는다고 한다.

 나는 이번 사건을 보면서 역시 남자는 세 가지 욕구 물욕과 색욕과 음주욕에는 너무나 약하다고 생각했다. 술을 마시지 않기에 나는 음주욕에 상관없지만, 다른 두 가지 욕구는 제법 있는 편이다. 역시 남자에게는 절세의 미녀와 돈과 술이 인생을 망칠 수 있는 가장 경계해야 할 사안이 아닐까 싶다.

 과거 음주운전으로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 많은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들이 허리를 숙여야 했다. 때로는 아예 활동을 그만둬야 했던 적도 있었다. 나름 성공한 모습으로 귀국한 강정호였기에 이번에 터진 음주사고는 너무나 안타깝고, 실망스럽고, 이러려고 강정호를 응원했나 자과감이 들기도 할 것이다.

 아무쪼록, 그가 이번 사건을 통해서 한층 더 메이저리거의 그릇에 알맞은 인물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살면서 실수는 누구나 하는 법이지만, 그 실수를 반복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겪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내년에 더 큰 활약을 펼칠 수 있을 강정호 앞에 켜진 빨간불, 부디 신호를 잘 지키길 바란다.

자장이 어떻게 처세하면 세상에서 뜻을 펼칠 수 있는가에 대하여 여쭙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말이 진실되고 미더우며 행동이 독실하고 공경스러우면, 비록 오랑캐의 나라에서라도 뜻을 펼칠 수 있다. 그러나 말이 진실되고 미덥지 않으며 행실이 독실하고 공경스럽지 않으면, 비록 자기 마을에서인들 뜻을 펼칠 수 있겠는가? 서 있을 때는 그러한 덕목이 눈앞에 늘어서 있는 듯하고, 수레에 타고 있을 때는 그것들이 멍에에 기대어 있는 듯이 눈에 보인 다음에야 세상에 통할 것이다.

(170, 논어 홍익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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