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80세 할머니 특별 강연으로 감동을 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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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즐거운 이유는 배우기 때문이고, 내일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배움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인생을 살다 보면 '도대체 내가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지?', '나는 왜 이렇게 의욕이 없는 걸까/', '나 지금 이렇게 살아도 되나?' 등의 고민을 맞닥뜨리게 된다. 늘 목표를 정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서 실천으로 옮기고 있더라도 간간이 이런 고민을 우리를 찾아와 끊임없이 괴롭게 한다.


 대학 기말고사를 치르고 나서 나는 한동안 쌓인 책들을 읽고 글을 쓰느라 바쁘게 보냈다. 그러다 중간에 다시금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도대체 내가 왜 이러고 있는 거지?'이라는 고민을 맞닥뜨렸다. 분명히 이 일은 내가 해야 할 일이자, 내가 하고 싶은 일인데도 무료함은 늘 나를 찾아온다.


 사람의 인생은 항상 즐거울 수만 없고, 항상 의욕이 가득해서 만족스러울 수만 없다. 언제나 우리의 삶은 부족한 부분이 있기 마련이고, 우리는 즐거워하다가도 금세 흥이 식어버린다. 모든 것은 순간의 찰나에 불과한 것이라 괜히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이 단순한 사실에서 우리는 알 수 있다.


 지난 일요일(26일)에 1박 2일은 대학 특집 이화여대 후속편이 방영되었다. 저녁 식사를 걸고 시작한 멤버 다섯 명의 특강은 각 멤버들의 삶이 담긴 독특한 맛이 있어 보기 좋았는데, 멤버 다섯 명의 특징보다 더 놀라웠던 건 특별 인사로 마지막에 등장한 80세 박경희 할머니의 강연이었다.



 할머니의 이야기는 이렇다. 할머니는 1956년도에 이화여대에 입학했지만, 금혼 학칙 때문에 결혼하게 되면서 3학년에 학교를 떠나야만 했다. 하지만 이화여대는 2003년도에 학칙을 개정해서 금혼 학칙을 폐기했고, 금혼으로 학교를 떠나야 했던 사람들에게 복학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박경희 할머니는 뒤늦게 학교의 졸업장을 따서 2005년도에 이화여대를 졸업했고, 지금은 죽기 전까지 10가지 악기를 만지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음악 공부를 하고 계신다고 한다. 단순히 우리가 익히 잘 아는 유명인사의 강연이 아닌, 평범한 할머니의 배움에 대한 이야기는 큰 감동을 주었다.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는 말을 다시금 새기는 동시에 배움의 열정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사람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두근거림에 오늘을 즐겁게 살고, 내일은 또 어떤 새로운 것을 배울지 기대하면서 내일을 맞이한다. 그게 배움을 실천하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공자도 '배우고 익히면 때때로 기쁘지 아니한가?'는 말을 통해서 배움을 말했다. 우리가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에 한정하지 않고, 살아가면서 하고 싶은 일을 배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사는 것 같은 인생에도 때때로 무료함이 괴롭다면, 새로운 배움을 만나는 건 어떨까?




 할머니는 한 이화여대생에게 그런 대답을 해주었다. 우리 20대 청년 세대는 늘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공부만 해라. 공무원 시험 합격하면 먹고살기 편하다." 같은 말을 들으면서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 틀을 벗어나려고 하면 "네가 가진 게 뭐 있느냐?"는 핀잔을 듣는다.


 솔직히 이제는 그런 틀을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조차 하기 어려워졌다. 사실상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느냐, 흙수저를 물고 태어났느냐 상황에 따라서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의 격차가 너무 벌어졌다. 과연 오늘 이 시대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말하기 위해서 얼마나 용기가 필요할까.


 부모와 20대의 충돌은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의 충돌이다. 기성세대는 계속 남과 비교하면서 "우리 때는 그렇지 않았다."라며 어떤 역할을 청년세대에 강요하고, 청년세대는 "그건 옛날 일이죠!"라고 반박하며 저항한다. 그래서 청년세대는 상당수가 뭘 해야 할지 모르고, 하고 싶은 건 많게 된 것이다.


 어릴 때부터 항상 나중에, 나중에, 나중에 하면 된다고 들었다. 대학생이 돼서, 직장인이 돼서, 결혼해서, 번듯하게 삶이 좀 갖춰지면 그때 돼서… 그러다 평생 하고 싶은 일은 한 번도 해보지 못하고 살 지경이다. 그저 찰나에 불과한 오늘에 너무 집착하고, 결과에 매달리기 위해서 너무 애쓸 필요는 없다.




 할머니가 말씀하신 것처럼, 느리더라도 천천히 두려워하지 말고 시작해보는 일이 중요하다. 차태현이 한 학생에게 말했던 것처럼 누구처럼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처럼 사는 게 중요하다. 늘 비교를 통해서 자존감을 상처받았고, 비교를 통해서 자존감을 채워야 했던 기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하나하나 남과 비교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절대 오늘을 즐길 수가 없다. 우리가 갖은 애를 쓰면서 공부를 하고, 악착같이 돈을 벌기 위해서 발가락 껍질이 벗겨질 정도로 고생하는 이유는 오늘을 즐기기 위해서다. 하지만 미래를 담보로 오늘을 희생만 해서는 절대 즐길 수 있는 날이 오지 않는다.


 하고 싶은 일을 찾고, 목표를 세워서 구체적인 계획을 실천에 옮기더라도 '도대체 내가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지?', '나는 왜 이렇게 의욕이 없는 걸까?, '나 지금 이렇게 살아도 되나?'이라는 고민은 찾아와서 우리를 괴롭힌다. 하물며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얼마나 더 많은 괴로움이 있을까?


 우리는 모두 인생이 처음이기에 잘할 수만 없다. 때때로 실수도 하고, 때때로 아파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웃을 수 있는 시간을 맞이하는 게 인생이다. 할머니의 특별 강연을 통해 더 오래 사신 분의 지혜로운 인생의 감동을 할 수 있어서 좋았고, 다시 조금 지칠 것 같은 오늘 삶을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시간에 쫓겨 살다 보면 어릴 때는 상상도 못했던 나이가 된 나를 발견하곤 한 번씩 놀란다. 어른이 되는 건 정말 금방이구나 싶다." (지금 이대로 괜찮은 당신,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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