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기념일을 맞아 삼키는 20대의 체념
- 시사/사회와 정치
- 2016. 5. 18. 07:30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기념일을 맞아 적는 20대 대학생의 작은 한탄
오늘 5월 18일은 광주 민주화 운동 기념일이다. 많은 사람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잃어버렸지만, 아직도 정치적 의도가 개입되어 '북한에 의한 폭동'이라는 억울한 말을 종종 듣고 있다. 어긋난 정치에 저항해 산 자와 죽은 자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많은 사람이 애쓰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에도 5월 18일 광주 방문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3년 연속 광주 민주화 운동 불참은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던진다. 지금도 국론이 분열된다면서 임의 행진곡 제창을 불가능하게 한 모습은 '민주화 운동이 대단히 불편한 사람'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떳떳한 한국의 시민으로 있기 위해서 나는 박근혜 대통령의 이런 모습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싶다. 이것은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나라에서 고집해야 할 모습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마치 아직 군부 정부 시절 그대로 사람들이 멍청한 줄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 아마 분명히 그럴 거다.
박근혜 대통령과 그 정부가 이런 모습을 보여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정교과서 지정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운영해온 모든 모습이 이렇게 엉망이었다. 진심으로 시민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는 모습도 볼 수 없었고, 마치 어떤 기업의 사장처럼 뒤돌아서서 '내 연기 어땠어요?' 할 것 같았다.
ⓒ연합뉴스
한국은 시민들의 국가 신뢰도가 바닥을 기고 있다. 신뢰도가 추락한 탓에 나라에 대한 애정 또한 드물어졌는데,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바꿔 보고자 정부에서 갖은 애국 실천 프로젝트를 하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뭐만 하면 애국을 통해서 나라를 세워야 한다는 말이 기가 막힐 지경이다.
나라에 대한 신뢰를 사라지고, '헬조선'이라고 부르면서 지옥 탈출을 꿈꾸는 세대를 만든 것은 이 나라가 저지른 일이다. 사람이 사람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성남 이재명 시장과 서울 박원순 시장에는 질타가 가해지는 중앙정부의 모습을 보면, 희망은 쉽게 찾을 수 없다.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해서 시민들이 반발하니 쥐꼬리만 한 목소리로 항의하고, 안에서는 국정 교과서를 통해서 자국의 역사마저 왜곡하는 모습은 '정의란 무엇인가?'이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오늘 5월 18일을 맞아 광주 민주화 운동을 똑바로 바라보지 않는 대통령이 있는 상태이니까.
그 이외에도 갖은 구설수는 정말 많다. 국정원의 대선 선거개입 사건은 오리무중이고, 이번에 어버이 연합에 청와대가 개입한 논란은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어버이연합 사건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통해서 물타기를 교묘하게 시도하며 시민들의 시야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나라의 잘못된 부분을 감추고, 거짓말로 시민을 속이려는 이 나라에서 우리는 과연 떳떳한 한국의 시민으로 있을 수 있을까. 대한민국에서 모든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20대로 살아가는 나는 고개를 당당히 들고 자랑할 수가 없다. 그저 한탄하고, 남몰래 욕하면서 가슴 아픈 체념을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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