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변질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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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살인 사건을 통해 엿본 세월호 사건의 참담한 기억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습기 살균제 살인 사건 논란이 뜨겁다. 옥시에서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는 많은 사람의 피해를 줬고, 특히 어린 아이들이 그 피해자가 되면서 자신의 아이에게 되돌릴 수 없는 일을 준 부모님의 눈물이 많은 사람을 안타깝게 하는 동시에 분노하게 하고 있다.


 현재 옥시에서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만 아니라 애경에서 판매한 제품의 피해자도 적지 않은데, 언론은 옥시를 가장 비중 있게 다루면서 '애경은 옥시 덕분에 덜 조사가 들어가는 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양측 모두 철저한 진상 조사와 함께 정부 기관의 대응 적절성 여부도 조사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렇게 사건이 많은 시민의 관심을 받으면서 국가적 일이 되는 모습을 보니 문득 한 사건이 떠오른다. 바로, 많은 목숨을 바다에 묻게 해버렸던 세월호 사건이다. 세월호 사건도 사건이 터지자마자 많은 사람이 아이들을 잃은 부모님의 눈물을 안타까워했고, 동시에 분노하게 했다.


 청해진 해운의 비리를 조사하는 움직임이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졌고, 청해진 해운의 비리와 연결된 국가 기관과 구조 활동에 참여했던 해경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시민들은 한결같은 목소리로 기업에 대한 강한 처벌, 허술하게 대처한 국가기관 관계자에 대한 처벌의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세월호 사건은 아픈 사건이 아닌, 정치적 색이 입혀지면서 정치 이념 논란이 번지며 온데간데 없이 가해자 없이 피해자만 있는 사건이 되어버렸다. 세월호 사건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시민에게는 빨갱이라는 딱지가 붙었고, 눈물 흘리는 유족에게 손가락질하기 시작했다.


 보상 문제와 관련해서도 유족들을 향해 자식 시체 팔아서 장사한다는 어떻게 사람의 도리조차 없는 잔인한 말을 했고, 세월호 사건은 진상 조사에 들어가는 시늉만 하고 제대로 된 조사와 처벌도 없이 지금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있다. 인양이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여전히 신뢰는 낮은 수준이다.


 여기서 다시 가습기 살균제 살인 사건으로 시선을 되돌려보자. 현재 범국민적 지탄받는 가해 기업 옥시와 애경, 그리고 중간에서 위험 임상 시험도 없이 도대체 국가기관은 무엇을 했느냐며 비판이 쏟아지면서 두 기업만이 아니라 국가기관에 대한 엄중한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고 커졌다.


옥시 제품 대대적 조사, ⓒJTBC


 마치 세월호 사건이 터지고 나서 초기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판박이다. 새누리당은 과거 옥시에 대한 청문회를 요구한 야당의 주장을 거절하기도 했고, 현역 의원인 최경환 의원은 2013년에 옥시 청문회를 거절하며 기업과 개인의 문제를 국가가 개입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국민적 관심이 커지자 태도를 바꾸어 '진상 조사를 해서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을 하고 있다. 세월호 사건 때도 새누리당과 정부는 이렇게 엄격하게 조사를 해서 관계자를 처벌하겠다고 했지만, 모든 책임은 청해진해운에게 다 떠넘기고 관계된 국가기관과 핵심인물은 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사라지는 상황이 되어버렸던 세월호 사건. 유족들에게 빨갱이라고 하면서 어버이연합을 동원해서 정치적 색깔을 입히면서 이용하기만 했던 세월호 사건. 지금은 어버이연합 청와대 개입 사건으로 논란이 되자 어버이연합 측이 숨을 죽이고 있지만, 또 그렇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더군다나 내년에는 그때와 마찬가지로 중요한 선거가 다가온다. 여당과 정부는 이 옥시 사건으로 피해를 보아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민심을 수습하려 하면서 어느 정도 잠잠해졌다고 판단하면 또 다른 모습을 보일지도 모른다. 불과 몇 년 전에도 그랬기 때문에 이번에도 혹시 모를 일이다.


 이번에 탐사보도를 통해 어버이연합을 비롯한 일부 보수단체가 큰 위험을 느꼈으니 한동안은 잠잠할 것이다. 만약 시간이 지나서 다시 활개를 치는 날이 온다면, 또 한번 처벌과 보상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피해자들을 향해 '자식 장사 하지 마라!'는 비인간적인 말을 던지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기업의 구태의연한 비리와 그런 비리를 또 눈감아주거나 대충 처리하는 국가기관의 문제. 드문드문 일어나는 일도 아니고 이렇게 자주 일어나지만, 가해자 없는 피해자만 남는 한국의 모습은 오늘날 젊은 세대가 말하는 '헬 조선'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가습기 살균제 살인 사건은 변질하지 않고, 안타까운 목숨이 희생되고 많은 피해자를 남긴 사건으로 다루어져 정당한 조사와 처벌과 사후 문제 해결을 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오늘 우리는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른 한국의 모습을 보고 있다. 과연 이 나라는 시민의 편이 되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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