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행사 연대 책임은 문제를 방지할 수 있나

반응형

대학 OT·MT·축제에서 벌어지는 추태는 연대 책임으로 방지할 수 있을까?


 매해 대학 OT MT 현장에서 벌어진 갖은 추태는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이것을 자유라고 허용해줘야 하나?'는 OT MT 행사 자체의 존재에 대한 질문을 가져왔다. 대학생을 비롯한 일부 사람은 이 사건으로 OT MT 두 행사를 폐지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우리는 언론 보도를 통해서 신입생에게 음식물 찌꺼기를 섞은 술을 뿌리거나 갖은 성추행, 성폭행 등 다양한 사건이 연루된 대학 행사를 보아왔다. 비단 OT MT 행사에 한정하지 않고, 대학 축제 내에서도 낯 뜨거운 낱말과 수식어를 사용해서 비판 보도가 나온 적도 적지 않았다.


 배움의 전당이라고 말하는 대학의 이런 추락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현재 대학은 더 넓게 더 만은 것을 배우기 위한 장소라고 말하기보다 취업을 위한 값비싼 학원으로 전락해버렸다. 대학에서 자유롭게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는 사람만큼, 취업을 위한 활동으로 여기는 사람이 늘었다.


 청소년 시절부터 갖은 억제를 겪었던 학생들이 대학생이 되어서 약간의 자유를 통해서 휴식을 취하기보다 일탈을 통해서 어긋난 행동으로 허기를 채우게 된 현황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모습을 예상할 수 없었다는 사람이 더 놀랍고, 아직도 문제의 원인을 결과에서 찾는 게 이상하다.


벚꽃 피는 계절에 시작하는 아름다움과 다른 추태, ⓒ노지


 계속해서 대학 OT MT 혹은 축제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자 교육부는 대학 내 행사에서 인권 침해 사례가 발생할 경우 교수까지 연대 책임을 지게 한다고 말했다. 확실히 이 부분은 책임을 지는 것이 두려워서 좀 더 체계적으로 행사 관리가 될 수 있겠지만, 인권 침해 문제 해결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대학교수가 인권 침해 사례를 저지르는 일도 적지 않고, 무엇보다 이것은 "어떤 행사에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그러면 당장 없애버려!"'이라고 말하는 취지와 똑같다. 세월호 사고로 아이들이 죽었으니 수학 여행을 폐지한다는 말과 다를 바가 없다. 이런 식으로 따지면 현 정부를 먼저 없애야 한다.


 또한, 대학 행사 연대 책임으로 벌어질 경우에는 내부 고발자에 대한 불이익을 심각하게 초래할 수 있다는 부분도 우리는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우리의 대책은 대부분 가해자 처벌에 집중하지, 피해자 보호와 재활에 큰 관심을 보여주지 않는다. 가해자 처벌만큼 피해자 보호 또한 무척 중요한 일이다.


 지난 의대생 성추행 사건도 피해자가 오히려 갖은 누명을 쓰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고, 우리 사회에서 내부 고발자에게 소속 집단의 강경한 처벌은 너무 익숙한 일이다. 만약 연대 책임이 자리잡아서 오히려 더 은밀하게 벌어진 문제를 누군가 고발한다면, 오히려 집단의 이익을 위해 내부고발자가 사냥당할 확률이 높다.


 쉽게 생각해보자. 죄책감은 함께 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많을수록 옅어지는 법이다. 연대 책임이 부상하면 오히려 더 쉽게 갖은 인권 침해 사례가 일어날 수 있다. 학생은 교수를 상대로 '알고 있으면서도 눈 감았잖아?'라며 협박성 발언도 가능하고, 교수는 커리어 때문에 침묵해버릴 수도 있다.


 만약 그런 상태에서 내부고발자가 등장하면, 오히려 내부고발자가 갖은 악성 루머를 퍼뜨리고 다닌다며 개인 명예 훼손 혹은 학교 품위 훼손으로 징계를 받거나 퇴학을 당하는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연대 책임 방식이라는 것은 가해자에게 두려움을 주기보다 집단 폐쇄성을 더 부추길 결과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니 대학 행사 연대 책임은 문제를 방지할 수 있는 요건이 되지 않는다. 차라리 이런 방책보다 대학의 OT MT 같은 일탈이 일어날 수 있는 행사를 폐지해버리고, 그냥 대학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라고 말하며 대학 반경 1km 이내에 음주 시설 금지 법안을 만들어 외부 요인을 제거하는 편이 낫다.


 당연히 그런 법안은 빗발치는 항의를 받을 것이고, 현실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근본적으로 교육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인권 교육 운운 이전에 성적과 결과에 집착하는 교육을 버려야 하고, 좀 더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해보며 스스로 책임지는 교육이 필요하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우리는 청소년 시절에는 '대학 가면 마음대로 하면 된다.'고 들었고, 대학생 시절에는 '취업하면 마음대로 하면 된다.'고 들었고, 사회초년생 시절에는 '과장되면 마음대로 하면 된다.'고 들었고, 과장 시절에는 '은퇴 후에 마음대로 하면 된다.'고 들었고, 은퇴 시절에는 '다음 생에 금수저 물고 태어나면 된다.'고 듣는다.


 오늘 당신은 자유와 책임과 억압 세 개의 점이 그리는 삼각형에서 어디로 치우친 삶을 살고 있는가? 욕구가 어긋난 방향으로 폭발한 대학 행사의 갖은 추태는 분명히 이 삼각형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연대 책임이 아닌 첫 출발점에서 잘못된 문제를 똑바로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반응형
그리드형(광고전용)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