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할 헬조선이 왜곡된 역사 교육탓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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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청년 세대의 부정이 역사 교과서 패배주의 탓? 정말일까?


 헬조선, 망할 대한민국, 희망이 없는 나라, 치킨 먹는 맛만 남은 나라. 이 모든 수식어가 지칭하는 나라는 바로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다. 아름다운 금수강산에 자리한 대한민국이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많은 청소년부터 시작해서 많은 사람 사이에서 '헬(지옥)'이라고 불린다.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가는 시점에서 우리나라는 왜 이런 말이 나오게 되었을까? OECD 국가 중에서 한해 자살 사건이 가장 많이 발생하고, 청소년의 행복은 꼴찌를 기록하는 한국은 도대체 무엇이 원인이 되어 죽는 것보다 사는 것이 더 괴로운 나라가 되어버린 걸까?


 거기에는 현재 우리나라가 가진 극심한 소득 불평등과 날로 강해지는 기득권 세력의 독점에 원인이 있다. 그런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한 일부 여당의원은 우리나라가 이렇게 엉망이 된 이유가 잘못된 역사 교과서를 통해 패배주의를 배웠기 때문에 부정적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이른 시기에 산업화를 이루고, 빠르게 선진국 대열에 들어가면서 다른 개발도상국에서 우러러보는 나라라고 말하면서 잘못된 부분을 확연히 가르치는 역사 교과서를 비판하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마저 패배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국정 교과서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우리는 정말 역사 교과서를 통해 패배주의를 배웠기에 우리 한국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걸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와 당신이, 즉, 우리가 한국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바로 그런 말을 하는 정치인과 기득권 세력의 오만한 행동과 탐욕이 헬조선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많은 청소년과 청년이 왜 한국을 헬조선으로 부르는가. 그것은 바로 우리 사회제도가 가진 치명적인 약점에 이유가 있다. 아무리 청춘이라는 시기에 꽃을 피우고 싶더라도 한국의 현실은 뿌리를 내리기는커녕 내리려고 하던 뿌리조차 내리지 못하게 한다. 그게 사실이고, 현실이다.


 소시민 계층에서 등록금을 벌고자 열심히 아르바이트하는 청년들은 최저 임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대기업은 그런 청년들을 향해 '열정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열정페이를 강요하는 인턴으로 고용하고, 심지어 고용 계약서도 없이 채용하여 부리다가 문제가 생기면 어떤 보상도 해주지 않는다.


 청소년 시기에는 수능과 대학이라는 억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청년이 되어서는 취업과 갑의 횡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사람이 사람다운 대우를 받지 못하는 이 나라를 '헬(지옥)'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면, 도대체 뭐라고 불러야 하겠는가. 괜히 한국이 '헬조선'이 되어버린 게 아니다.


 장강명의 소설 <한국이 싫어서>를 보면 이런 이야기가 있다.


"예나야, 너 비행기에서 낙하산 메고 떨어지는 거랑, 빌딩 꼭대기에서 낙하산 메고 떨어지는 거랑, 어느 게 더 위험한지 알아?"

"어느 게 더 위험한데?"

내 동생은 뭔 뚱딴지 같은 소리냐는 듯 뜨악한 표정이었지.

"빌딩 꼭대기에서 떨어지는 게 훨씬 더 위험해. 높은 데서 떨어지는 사람은 바닥에 닿기 전에 몸을 추스르고 자세를 잡을 시간이 있거든. 그런데 낮은 데서 떨어지는 사람은 그럴 여유가 없어. 아차, 하는 사이에 이미 몸이 땅에 부딪쳐 박살나 있는 거야. 높은 데서 떨어지는 사람은 낙하산 하나가 안 펴지면 예비 낙하산을 펴면 되지만, 낮은 데서 떨어지는 사람한테는 그럴 시간도 없어. 낙하산 하나가 안 펴지면 그걸로 끝이야. 그러니까 낮은 데서 사는 사람은 더 바닥으로 떨어지는 걸 조심해야 해. 낮은 데서 추락하는 게 더 위험해. (p124)


 낮은 데서 추락하는 게 더 위험하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안전장비 없이 낮은 데서 급격히 추락하는 중이다. 그렇게 주야장천 떠들던 반값등록금은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임금 피크제를 통해서 오히려 벌이가 더 줄어든 직장인은 절벽을 건너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헬조선이다. 망할 대한민국이다. 그런 말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는 이렇게 삶을 살고 있어도 정치인을 비롯해 이미 생산 수단을 소유한 거대 기업은 날이 가면 갈수록 부와 권력을 축적하고 있다. 더욱이 그런 집안의 자제는 '금수저'로 불리며 부와 권력을 세습하고 있다.


 과연 우리는 이런 나라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아무리 머리를 잡아 뜯으며 고민을 해보아도 앞이 깜깜하다. 누군가는 열심히 꿈을 품고 살아가면 된다고 말하지만, 그건 소수에 한하는 이야기다. 지금 우리 앞에 꿈을 말하는 청년이 있다면, 우리는 '아직 넌 현실을 몰라.'라며 핀잔을 줄 뿐이니까.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성공의 조건으로 조부모의 재산, 부모의 재산이 가장 중요하게 평가한다.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일정 부분 이상의 삶을 뛰어넘을 수가 없다. 이런 척박한 환경을 마주하는 시민들은 당연히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정치에 절로 신물이 나게 된다.


정부 신뢰도 최저, ⓒ연합뉴스


 그런 정치에 대한 분노는 우리 사회는 정치적 무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람들의 정치적 무관심은 기득권 세력이 배를 불리는 요인이 되었으며,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지난 군부정권의 세력은 득세하면서 시민을 호구로 만들고 있다. 좋게 말하면 대통령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도둑놈인 거다.


 지금도 국정교과서 사태를 비롯한 국방부의 KF-X 기술 이전 사건 등 여러 가지로 문제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지난 MB 정부가 저지른 4대강 사업은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가뭄 해결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고 있으며, 4대강 보가 설치된 곳은 강이 썩어서 죽어가고 있다. 이게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마주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한국의 미래는 보장할 수가 없다. 우리는 이런 불편한 현실을 마주하고, 잘못을 고쳐나가기 위해서 잘못을 저지른 역사를 똑바로 배울 필요가 있다. 무엇이 패배주의 역사인가. 패배주의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외면하는 것을 말한다. 그게 진짜 패배주의다.


 김무성 원내대표와 박근혜 대통령, 그리고 그들을 지지하는 세력은 한결같이 '좌편향 교과서는 패배주의를 말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 패배주의에 물들어 있는 것은 자신의 아버지와 관련된 치부를 지우려는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이고, 그들을 지지하는 세력들 그 자체다.



 나 또한 이 헬조선에서 암담하게 살아가는 한 명의 청년이다. 희망보다 절망이 익숙한 나라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이미 알고 있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뇌물도 적당히 줄 수 있어야 하고, 때로는 법을 어기면서 불법 유턴이나 무단횡단도 당당히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악마가 되는 수밖에 없다. 이 지옥에서 태어난 돌연변이 천사들은 끊임없이 권력을 가진 악마들에 의해서 날개가 뜯기고, 새까만 색으로 색칠을 당하고 있다. 괜히 청년들이 꿈을 이루고자, 사람다운 삶을 사고자 이민을 떠나려고 하는 게 아니다.


 패배주의는 바로 우리 사회가 잘못을 바로잡지 못한 데에서 오게 되었다. 명백히 잘못한 사실을 기록한 역사 교과서의 탓이 아니다. 역사에 쓰인 사실을 부정하고, 왜곡하여 자신들의 탐욕을 채우려는 도둑이 정치하는 탓에, 그리고 꼴통들이 그 정치를 지지하는 탓에 헬조선이 되어버린 거다.


 망할 헬조선은 망할 정치인 탓이고, 망할 성숙하지 못한 시민 의식 탓이고, 돌고 돌아서 결국 내 탓이다. 나와 당신이, 우리가 함께 이런 모순에서 벗어나려면 잘못을 고치려고 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사람은 불평만큼 투표도 똑바로 하지 않으니, 무엇을 더 바랄 수 있을까. 바보처럼 당하고 살 수밖에.


 오늘도 우리는 이 끔찍한 헬조선에서 하루하루 목숨을 이어가는 하루살이 같은 삶을 살아간다. 급격하게 성장했지만, 덕분에 무엇하나 소시민의 삶을 챙기지 못한 오늘의 한국. 그리고 앞으로도 잘못을 바로잡지 못할 한국. 망할 대한민국, 망할 헬조선. 참으로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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