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은 우울증을 마주하지 못할까

정신과 진료를 부끄러워하며 우울증을 방치하다 마음의 병에 먹히는 사람들


 한국의 자살률이 높은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38분당 한 명이 자살한다는 자살 국가인 한국은 그렇게 버티기 힘든 나라인 것 같다. 이 말은 즉, 오늘 우리가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는 지금도 누군가는 비참한 선택을 하고 있다는 소리다. 너무 끔찍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도대체 왜 많은 한국 사람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걸까?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해서 여러 가지 답을 쉽게 추리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누구나 겪고 있을 경제적 어려움이다. 먹고 사는 일이 어려우니 대인 관계가 악화하고, 우울증에 걸리고, 정신과에 다니면서 사람들 눈치가 보이니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기보다 혼자 끙끙 앓는다.


 혼자서 괴로워하다가 점점 궁지에 몰리고, 사람은 '내가 이렇게 살아서 뭐하겠느냐? 죽는 게 차라리 사는 것보다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통해 극단적인 선택을 해버린다. 어디까지 가정의 이야기이지만, 자살하는 사람들은 모두 경제적 어려움과 우울증을 비롯한 증세가 있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에서 먹고살기 편한 사람이 어디 있을까. 가계부채는 점점 늘어나기만 하고, 소득은 늘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대학 등록금은 여전히 터무니없이 비싸고, 아이들을 뒷바라지하는 부모님들의 허리는 여전히 기지개를 켜지 못할 정도로 굽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우울증을 비롯하여 마음의 병이 걸리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다. 지나친 경쟁을 강요하고, 사람들의 시선과 평판에 신경을 쓰느라 마음 놓고 정신과 방문도 못 한다. 혼자 괴로워하는 사람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거나 폭력적으로 변하지 않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울증, ⓒ무료 이미지 검색


 나는 우리가 우울증 같은 증세 때문에 정신과 진료를 받는 것을 전혀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우울증은 우리가 살면서 일상적으로 겪는 감기와 마찬가지로 내 마음이 잠시 아픈 질병이다. 거기에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는 바람에 다른 사람의 시선이 신경 쓰여 병원에 가지를 못한다니!


 다른 사람보다 부족하지 않아야 하고, 멀쩡한 척을 하면서 허세를 부려야 하는 한국의 집착증은 이제 좀 벗어날 필요가 있다. 지금 내 마음은 항우울제를 복용하지 않더라도, 심리적 치료가 필요한 상태인데도 그것을 애써 외면하려는 일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나 또한 오랫동안 우울증을 알았다. 우울증을 앓으면서 혼자 괴로워하다 보니 2년이 넘도록 항우울제를 복용해야 했고, 시간이 지나서 재검사를 한 과정에서는 '분노 조절 장애' 판단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병은 확실히 두려운 병이지만, 우리가 마주하지 않으면 절대 개선할 수 없는 병이다.


 나는 내가 이런 병을 가진 것을 똑바로 마주했다. 정신과 선생님과 상담을 통해서 약을 먹으면서 조금 행동을 다르게 하기도 했고, 약을 복용하는 것보다 취미 생활을 통해서 좀 더 마음을 다스리는 일을 하려고 했었다. 그 덕분에 지금은 약을 복용하지 않고도, 스스로 마음을 어느 정도 달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가 가진 증세는 과거에 학교 폭력으로 쌓인 트라우마가 원인이다. 나는 아직도 사람들 앞에 서는 게 무섭고, 어떤 사람에게는 불쾌감이 강하게 든다. 대학에 복학하니 이런 증세가 다시 나타나고 있다. 사람들의 소음 사이에 있다는 것만으로 화가 나 미칠 것만 같았던 때가 몇 번이나 있었다.


내가 다니는 학교의 아침은 조용해서 좋다, ⓒ노지


 이번 대학 복학을 나는 스스로 '내가 어느 정도 문제없이 집단에서 버틸 수 있는가'는 과제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강의실에서 앞으로 나가 몇 번이나 "XX, 입 다물고 조용히 좀 하세요. 너희가 초등학생이냐? 소풍왔어?"이라고 고함치고 싶은 것을 일주일 동안 불과 50번은 더 참았다.


 이런 감정적 트러블을 자꾸 겪으면서 일상 속에서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 다시금 우울증이 도진 것처럼, 집에서 혼자 생각을 하다 보면 '도대체 내가 왜 이렇게 대학을 가야 하나?'는 고민부터 시작해서 삶에 대한 회의감이 강하게 들기도 한다. 한 번 마음을 다친 사람은 이렇게 또 아플 수가 있다.


 지금 내가 우울증을 겪고 있다고 느껴지거나 현재 내 마음을 내가 버틸 수 없을 정도로 힘들다면, 나는 다시 병원을 찾아가 볼 생각이다. 지금은 정신적으로 괴로울 때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피아노를 연주하는 시간을 통해서 잠시 내 마음을 위한 시간을 보낸다. 그렇지 않으면, 도저히 숨 쉬며 살기가 힘들다.


 내가 이렇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이유는 '난 우울증을 겪었고, 앞으로도 겪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우울증은 절대 부끄러운 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삶을 살면서 괴로워하지 않는 경험이 없을 수가 없다. 내가 강하다면 꿋꿋이 버틸 수도 있겠지만, 약하다면 누구나 아프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절대 이게 비정상적인 일은 아니다. 살면서 누구나 감기에 걸리듯이, 누구나 마음이 아플 수도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감성을 가진 인간이니까. 사람과 만나서 상처를 받고, 상처가 다시 아물어가는 과정을 통해서 아파하는 게 사람이다. 몸을 다치면 피가 나듯이, 마음도 다치면 피가 나는 법이다.


 애써 아파서 울 것 같은 우리의 마음을 외면하지 말자. 우리의 아픈 마음을 마주하고, 내 마음을 위해서 시간을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 상담을 받고, 심리치료도 하고, 온전히 자신을 위한 시간을 통해 나를 토닥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우리는 울더라도 강한 사람이 될 수 있을 테니까.


 마지막으로 지금 울고 싶을지도 모르는 내 마음을 위해 읽어보면 좋은 글의 링크를 남긴다.


[문화 이야기/방송과 행사] - 닉 부이치치가 우리 사회에 전한 희망 메시지

[문화 이야기/방송과 행사] - 혜민스님이 말하는 열등감을 넘어서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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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9)

  • 2016.03.14 07:50

    우울증 자체보다는 명색의 병을 하나의 부끄러움으로 치부하는 사회가 더 큰 법이죠. 과거보다 인식이 개선되었다고는 해도 아직 정신병에 대한 의학적 제도도 미비하고, 또 여전히 정신력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종교적으로 맹신하는 사람들도 넘치니, 갈 길이 멀죠.

  • 2016.03.14 11:13 신고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내가 아픈 것이다를 인정하는데 2년이 좀 넘게 걸린 것 같아요. 뭔가 우울증이라고 하면 주변에서 넌 너무 나약하다고. 나약한 사람만 걸리는 병인 거라고.. 그런 걸로 병원가는 게 말이 되냐고. 너 말고 다들 힘들다고... 그런 말에 더욱 상처를 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 노지님은 그래도 스스로 받아들이고 잘 대처하고 계신 것 같아요~ 저도 조만간 회사일 바쁜거 마무리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기로 했습니다. 주변에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아요-.

    • 2016.03.14 19:27 신고

      우리는 너무 차별이 많은 것 같아요.
      무엇이든지 남과 똑같아야 하고, 조금 모자라거나 지나치면 항상 욕을 하죠. 그래서 이런 마음의 병은 더 심해지고, 사람들은 혼자 괴로워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자살률 1위 국가에 그런 영향도 분명히 클 것으로 생각합니다.

  • Anonymous
    2016.03.14 11:33

    우울증에 걸려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고 혼자만 끙끙 앓는 태도도 문제지만, "우울증은 정신력이 약하기 때문에 걸린다." 라는 잘못된 생각이 만연하는 것도 문제라 생각합니다. 꾸준한 캠페인 등으로 점진적으로 생각을 바꾸는 방법 밖에 없을 듯하네요.

    • 2016.03.14 19:28 신고

      사람들의 의식을 바꾸는 데에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ㅠㅠ

  • 책좀읽자
    2016.03.15 09:35

    타인의 시선이라는 강한 쇠사슬에묶여있는한국.. 언제쯤 그 망할 것을 잘라버리고 진정한 자유를 얻을수있을지 매우 안타깝습니다..

  • cat
    2016.03.15 20:31

    비열한 유교적인 전통 때문입니다..

  • 2016.03.15 21:42 신고

    우울증이라는 단어 자체도 복합적인 원인으로 발생한 감정에 대한 것을 '우울증' 단 한마디로 정리해버림으로써 실제적인 해결 과정을 진행하는것이 아니라 글쓴이와 비슷하게 일률적 해결 방법을 제시하게 만든다. 사람마다 언어에 의한 관념형성 정도는 다 다른것인데 마치 특효약이 있는것처럼 보이게 하여, '나는 선구안이요 그대들은 아직 미천하다'는 ego 형성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익숙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그대는 아직 실제를 보는것이 아니라 허영에 빠져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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