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먹고 졸릴 때 잠시 읽는 광고회사 메모장

아직 깨지 못한 얕은 잠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이거 한번 읽어보자.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가장 필요한 습관 중 하나는 바로 메모다. 어떤 길을 걷다가 우연히 '어, 이거 가지고 포스팅하면 괜찮겠는데?'이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면, 곧장 아이폰의 메모장 어플로 '가을 하늘 아래에서 문득 홀로 남겨진 나를 보았다.'는 글과 함께 아이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


 그렇게 글과 사진을 하나씩 모아서 언젠가 포스팅으로 블로그에 적는데, 메모를 어떤 방향으로 하는 지에 따라서 글의 방향이 달라진다. 왜냐하면, 집에서 컴퓨터를 켜거나 아이디어 노트를 펼치면 내가 무슨 의도로 이런 메모를 했는지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은 비슷한 경험이 자주 있을 것이다. 글을 쓰는 작가는 문득 번개가 지나가듯 스쳐 지나가는 생각을 기억하기 위해서 바로 노트를 펴고 작업을 한다는 소문을 들은 적도 있다. 아마 스마트폰의 자판으로 메모하는 게 아니라 보이스 녹음으로 메모할지도 모른다.


 나도 언젠가 보이스 녹음으로 메모를 하려고 했던 적이 있지만, 길거리에서 혼잣말을 하면서 녹음을 하는 모습이 이상하게 보일 것 같아 그냥 키보드를 타닥타닥 두드리며 메모장 어플에 적었다. 그렇게 적은 메모장 어플에 남긴 글을 가지고 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삭제한 게 도대체 얼마인지….


뜨끔뜨끈 광고회사人 메모장, ⓒ노지


 오늘 내가 메모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위에서 볼 수 있는 책 <뜨끔뜨끈 광고회사人메모장>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저자 노수봉 씨는 광고회사에 다니는 아트디렉터라고 하는데, 영어로 아트디렉터라고 말하지만 한글로 옮기면 그냥 평범하게 예술작가 정도로 생각하면 쉽지 않을까 싶다.


 보통 광고회사 같은 곳에서 디자인하는 사람들은 대단히 놀라운 창의력이 요구된다. 남들과 같은 낱말과 그림으로 작품을 만들더라도 그들이 만드는 작품은 '획기적이다!'이라는 감탄이 나와야 한다. 그래서 이런 정신 노동이 강한 직업은 상당히 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일이 빈번하다.


 그들은 언제나 메모를 통해서 떠오른 생각을 기록하는 일이 일상이 되어있는데, 책 <뜨끔뜨끈 광고회사人메모장>는 노수봉 씨가 그렇게 기록한 메모를 엮어서 책으로 만든 작품이다. 현재 다음에서 연재 중인 스토리볼에서 총 540만 조회를 기록하는 인기작이라고 한다. (내 블로그는 1,000만이 넘었어! 와, 나 대단한 거 아니야?)


 나는 책을 펼쳐 읽으면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요즘은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을 가리켜 '스낵형 콘텐츠 소비자'라고 말하는데, 작가가 책으로 만든 메모는 확실히 '스낵형 콘텐츠'의 이상적인 형태였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인기도 많았을 것이고, 나의 일상 같은 이야기는 충분히 맛있었을 것이다.


뜨끔뜨끈 광고회사人 메모장, ⓒ노지


뜨끔뜨끈 광고회사人 메모장, ⓒ노지


 나 또한 책을 맛있게 읽어볼 수 있었다. 아침잠이 덜 깬 상태에서 책상에 앉아있을 때, 조금씩 머리를 굴려가는 데에 기분 좋은 간식이었다. 아마 우리가 지하철에서 의자에 앉아 강한 레이저 빔을 눈에서 스마트폰으로 쏘고 있을 때, 슬며시 웃음을 지을 수 있도록 해주는 간식거리가 된다고 생각했다.


 아래의 글을 읽어보자.


최연소 금메달, 최연소 S대 수석 입학, 최연소 판사, 최연소 노벨평화상, 최연소 사법고시 패스.

세상이 시키는 대로 그 나이에 주어진 것을 착실하게 한 살 한 살 살아온 나에게

뒤통수를 날리는 그 이름, 최연소.

어디에든 최연소 타이틀이 붙어버리면 그 나이의 사람들을 상대적 허무함에 빠뜨리고 만다.

심지어 과거 그 나이의 나로 돌아가 '이때 뭐 했더라?' 하고 질책까지 할 때도 있다.

많은 나이에 이루면 어떻고 적은 나이에 이루면 또 어때서.

지나온 세월을 덜 열심히 산 것처럼 치부해버리는 최연소.


마음의 평화를 위해 그 단어의 사용을 지양합니다. (본문 62)


 여러 그림과 함께 읽는 이런 짧은 글은 단순히 튀는 게 아니라 충분히 '맛있다.'는 맛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책으로 읽을 때는 '한 번에 읽을까? 아니면, 졸릴 때마다 잠시 읽어볼까?'는 고민을 하게 되는데, 이 책을 읽는 방식은 당신이 평소 과자를 먹는 방식을 따르면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떤 과자를 먹더라도 항상 바로 다 먹지 않고, 먹다가 '음, 슬슬 질린다.'는 맛이 느껴지기 시작하면 다시 냉장고에 넣어둔다. 그리고 게임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책을 읽다가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 다시 냉장고에서 과자를 꺼내서 먹으며 하늘이나 산을 바라보며 우걱우걱 먹는다.


 그렇게 책을 읽으면 된다. 가끔 맛있는 과자를 먹을 때는 그냥 달달 털어서 한번에 먹는데, 나는 이 책은 그렇게 읽었다. 아침에 달달 털어서 읽었다. '역시 디자인을 하는 사람은 다르구나!' 하고 감탄을 하기도 했고, '이런 일이 나도 있었지!'라며 얕은 미소를 지으며 읽기도 했다.



 책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달라질 수 있다. 이 책은 요즘 우리 모바일 세대가 지향하는 스낵형 콘텐츠의 이상적인 콘텐츠로 알맞았다. 글도 길지 않고, 짧은 글과 눈에 확 들어오는 일러스트. 너무 이런 식의 콘텐츠가 넘쳐나서도 안 되겠지만, 그래도 작은 휴식 시간을 즐겁게 해주는 콘텐츠는 반갑다.


 <뜨끔뜨끈 광고회사人메모장> 같은 책을 읽다 보면 괜히 '나는 왜 이렇게 메모를 통해서 다른 접근이 쉽지 않을 껄까!?'하며 창의적 발상이 쉽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자신에게 바보라고 말하고 싶어지기도 하지만, 모두 각자의 스타일이 다르니까. 나는 언제나 글과 사진, 그 두 개로 만족하고 있다.


 얼마 전에 읽은 장하오천과 양양의 <지금 이대로 괜찮은 당신> 책에서도 사진과 짧은 글을 함께 활용한 놀라운 사례다. 아마 내가 꿈꾸는 가장 이상적인 '스낵형 블로그 콘텐츠'는 그런 스타일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역시 메모하고, 다시 다르게 생각해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메모의 즐거움과 메모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책 <뜨끔뜨끈 광고회사人메모장>. 나는 이런 식의 발상이 불가능하지만, 나 나름대로 색다른 발상을 통해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블로거가 되고 싶다. 그냥 문득 그런 생각마저 할 수 있었던 책이었다. 오늘 글은 여기까지!


인턴 (청춘흡혈)


참을 인, 되돌아갈 턴.

인턴.


참고 참고 또 참으면

정직원이 될 것이라는

작은 희망에

다시 한 번 참다가

결국 무직으로 되돌아가는

직업 아닌 직업.


희망고문만 당하다

눈치에 비명 소리 한 번 못 지르고

금쪽같은 청춘의 시간만 다 내주는

이 세상에서 가장 숭고한 직업. (본문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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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4)

  • 2015.11.18 11:55 신고

    맞아요, 메모, 정말 중요하지요.
    저 역시 순간 순간 머리 속에 문장이며, 글의 소재며 등등이 떠오르는데,
    이게 나이를 먹어서인지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그 내용이 생각이 안나는 거예요.
    분명 머리 속에 기가 막힌(?) 문장이 떠올랐는데 말이죠. ㅎㅎ

  • 2015.11.18 21:53 신고

    중간에 최연소 얘기 완전 공감하면서 봤어요 ㅋㅋㅋ 솔직히 최연소 타이틀 따려면 좀 많이 타고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타고난 것 없이 어린나이에 이루기는 어려우니까요.

    • 2015.11.19 06:58 신고

      그렇죠.
      어제오 18살에 박사 학위를 딴 소년의 이야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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