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요정, 우연히 만난 소녀를 통해 동경을 품은 청춘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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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자와 호노부의 새로운 소설 <안녕 요정>


 애니메이션 <빙과>를 통해 요네자와 호노부라는 작가를 알게 되고, 소설 <빙과>를 비롯한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 <쿠드랴프카의 차례>, <멀리 돌아가는 히나>, <두 사람의 거리 추정>으로 아우르는 <고전부> 시리즈를 전부 읽었다. 그리고 <야경>을 비롯한 다른 소설도.


 나는 미스터리 시리즈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과거 <셜록 홈즈> 시리즈를 읽은 이후로 종종 몇 편의 미스터리 시리즈를 읽었지만,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 외에 딱히 마음에 드는 작품이 없었다. 한국에서도 많은 팬을 가진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도 몇 번 읽었지만, 어중간한 느낌이었다.


 평소 읽는 책이 다소 편파적이기도 하고, 매번 깔깔대며 읽는 라이트 노벨의 영향이기도 했다. 하지만 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 시리즈는 정말 인상이 남달랐다. 그래서 나는 이 작가의 소설은 몇 번이나 읽었고, 오늘도 <안녕 요정>이라는 그의 소설을 읽게 되었다. 돌고 돌았던 우연의 일치다.


안녕 요정, ⓒ노지


 <안녕 요정>은 모리야 미치유키라는 남자 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 한다. 그는 다치아라이 미치와 함께 길을 귀갓길에 우연히 '마야'라고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유고슬라비아 소녀를 만나게 된다. 그녀와 어울리며 일본의 문화를 비롯한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전반적인 이야기다.


 마야의 이야기가 모리야와 다치아라이의 이야기에 개입이 되면서 두 명의 인물이 더 등장하고, 그들이 만드는 네 명의 이야기가 <안녕 요정>이다. 하지만 작품의 초반은 이 네 명의 이야기가 상당히 맞물리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데, 이런 진행이 이야기의 건조함을 유지한 부분이었다.


 지나치게 건조했다면, 이야기는 뒤로 갈수록 점점 더 맥을 추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안녕 요정>은 책을 읽는 동안 독자가 주인공 모리야의 시점에서 작은 위화감을 품게 하고, 그 위화감을 해소하기 위한 단서를 찾으면서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나도 마지막까지 읽었다.


 책을 다 읽었지만, 솔직히 나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는지 잘 모르겠다. 재미없다고 말하기엔 그렇지 않고, 재미있다고 말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유고슬라비아에서 왔다고 하는 소녀가 실제로 거주했던 국가는 어디인지 중요한 게 아니라 모리야와 다치아라이는 어떻게 될 것인가. 그게 더 궁금했다.


 <안녕 요정>은 두 사람의 마지막 모습을 비춰주면서도, 더 뒤의 이야기는 말해주지 않는다. 요네자와 호노부는 단지 한 명의 소년이 우연히 만난 한 명의 소녀를 통해 모르는 세계를 동경하고, 그녀가 사는 세계의 소식을 통해서 그녀가 비밀로 한 사실을 추리해가는 과정을 적었을 뿐이다.


 나는 <안녕 요정>을 다 읽은 후에 읽은 번역가 권영주 씨가 남긴 '요네자와 호노부를 이야기하다' 글이 오히려 더 인상깊었다. 이 글을 통해 단순히 오레키와 치탄다를 탄생시킨 작가 요네자와 호노부가 아니라 작가 요네자와 호노부의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읽을 수 있었다.



 순수하게 책을 읽는 독자로 <안녕 요정>을 말하자면, 건조한 이야기 속에서도 목마름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라이트 노벨 독자로 <안녕 요정>을 말하자면, 남녀 주인공 사이에 조금 더 애정을 볼 수 있는 모에 요소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다고 말할 수 있다. (웃음)


 요네자와 호노부는 국내에서 <고전부> 시리즈 이후로 적지 않은 사람이 읽는 작가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애니메이션 <빙과>를 통해 본 오레키, 치탄다, 사토시, 아이카가 등장하는 <고전부> 시리즈만 읽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의 다른 소설도 읽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처럼….


 지난 <야경>은 단편을 엮은 미스터리 소설로 상당히 흥미롭게 읽었다면, 이번 <안녕 요정>은 제목에서 읽은 '요정'이라는 단어처럼 신비롭게 읽었다. 신비롭다. 그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어떻게 이 소설의 이야기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의 팬이라면, 한번 직접 읽어보기를 바란다!


P.S


 번역가 권영주 씨가 남긴 글에 <안녕 요정>에서 고등학생이었던 모리야와 다치아라이가 성인이 된 다음을 그리는 단편이 띄엄띄엄 잡지에 발표되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얼마 전에 기자가 된 다치아라이'가 주인공인 소설도 발매되었다고 하니, 한국에서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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