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사랑이야'이라고 변명하기에는 너무 잔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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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폭력'과 '차별'을 가르치는 건 옳지 않습니다.


 요즘 인천의 K 어린이집 폭행 사건으로 어린이집 폭행 사건에 대한 보도가 연이어 이어지면서 많은 부모와 보육 교사 사이에서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어제 시청한 뉴스에서만 다섯 개의 어린이집에서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서 보도되었는데, 그 사례 또한 다양했다. 우는 아이를 울지 못하게 하려고 입에 휴지를 물린다거나(고문하니?), 먹지 않는 반찬을 토하자 구토물을 먹게 한다거나….


 이런 뉴스를 보면서 나는 '어떤 직업이라도 사명감을 가지고 하는 사람보다 역시 이렇게 되어 먹지 못한 사람이 많구나.'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떤 뉴스를 보니 어린이집의 보육 교사가 이렇게 아이들에 함부로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한 사람이 너무 많은 아이를 보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보도를 했었다. 즉, 아무리 아이를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힘이 부치는 상황이다.


 비록 그런 환경이 폭력을 정당화해주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지금 이 시점에서 어린이집의 환경을 한 번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부모들도 그냥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맡겨놓고 책임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한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 공약'이 제대로 실천되지 않는 것을 비판하면서 지금이라도 보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게 최선이다.


ⓒ아이엠피터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어린이집 폭력 사건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평소 부모가 아무렇지도 않게 아이에게 가하는 폭력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며칠 전에도 비슷한 취지로 글을 작성했었지만, 또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는 이유는 여전히 언론 보도가 한 군데를 제외하고 어린이집 폭력만 자극적으로 다룰 뿐, 아동 학대가 일어나는 가정 폭력을 심층적으로 다루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아동 폭력은 단순히 아이가 말을 듣지 않는다고 손으로 때리는 '체벌(체벌)'만 뜻하지 않는다. 아이가 말을 듣지 않는다고 어두컴컴한 방에 홀로 가두는 것도 명백한 정서적으로 위협을 가하는 폭력이다. 또한, 이런 독방 감금 형식의 폭력이 아니라도 입으로 쉽게 담을 수 없는 욕을 하면서 아이를 나무라는 것도 폭력이 될 수 있는데, 우리가 흔히 아는 '언어폭력'이다.


 그러나 이렇게 직접 '폭력'이라고 인식할 수 있는 것만이 폭력이 아니다. 폭력의 범위를 우리는 좀 더 넓게 생각해야 한다. 얼마 전에 어느 곳에서 초등학교 예비 소집 때 아이들을 소득 차 아파트별로 줄을 세운 일이 보도되어 논란이 된 적이 있었는데, 이런 행동도 '폭력'으로 규정할 수 있다. 아이에게 신체적으로 해코지하지 않았는데, 왜 폭력이냐고? 이건 명백한 차별을 통한 정서적 학대다.


ⓒ뉴스룸


 아이들에게 교육을 시킨다는 것은 '너는 잘난 우리 집의 아이이니, 저 임대 아파트의 아이와 같이 놀아서는 안 돼. 다음에 저 아이가 너 밑에서 일할 텐데, 그때는 무시하면서 발로 차도 되는 그런 아이야. 봐. 이렇게 줄 서 있는 거. 저 집은 없는 집 아이들이고, 여기에 있는 아이들하고 놀아야 해. 알겠지?' 같은 말로 하는 게 아니다. 이건 교육이 아니라 폭력이고, 누가 보더라도 잘못된 행동이다.


 그런데 많은 부모가 이를 잘 모른다. 자신이 차별당할 때에는 화를 내면서 온갖 욕설을 섞어 가면서 고래고래 고함치지만, 자신이 다른 사람을 차별할 때에는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느냐?' 하고 말하면서 하나도 잘못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부모 밑에서 아이가 어떤 식으로 자라겠는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아이들은 어른으로부터 배워서 어릴 때부터 스스로 계급을 만들고, 서열, 세력, 권력을 형성하기 시작한다.


 공부 잘하는 일진은 바로 이 과정을 통해서 탄생한다. 무리를 지어서 어떤 아이에게 공포심을 심어주는 것. 그 자체가 바로 일진이다. 천종호 판사님의 책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와 다큐 프로그램을 책으로 만든 <학교의 눈물>을 소개할 때에도 말했었지만, 이런 일진은 바로 부모의 잘못된 가치관이 심어진 교육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수정되지 않는 한, 이 아이들은 그런 어른으로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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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콘서트


 나는 이번 어린이집 폭력 사건도 이런 방향으로 해석하고 싶다. 몇 학부모가 논란이 된 어린이집에서 자신의 아이에 대한 행동에 분노하지만, 이 분노는 그냥 개인의 분노가 아니라 공동의 분노로 커지고 있다. 당연히 부모로서, 한 시민으로서 화가 나는 대목이다. 하지만 과연 그 평가의 잣대를 학부모 자신에게 들이댄다면, 과연 몇 명이나 폭력이라는 이름 아래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괜찮아. 사랑이야.'이라는 말로 아이의 자유를 빼앗아서 그냥 공부만 시키는 것도 폭력이고, 같이 저녁을 먹어야 하는 시간에 학원에 보내는 것도 아동 학대이고, 아이를 학원에 보내기만 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주지 않는 것도 일종의 폭력이다. '괜찮아, 사랑이야. 이게 다 너를 위한 거야!!'이라는 말로 변명하기에는 너무 잔인하다. 정서적 공감을 하지 못하게 되면, 아이는 공감할 수 없는 어른이 된다.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중2병, 일베 같은 독특한 유형이 아니라도 사회 범죄로 해석할 수 있는 청소년 폭력과 가정 폭력은 함께 돌고 도는 것이다. 한 사람의 폭력이 두 사람의 폭력으로 이어지고, 두 사람의 폭력이 네 사람의 폭력으로 이어진다. 진짜 사랑이 담긴 교육은 그런 게 아니다. 차별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배려를 가르치는 것이고, 손으로 치기보다 손을 잡도록 가르치는 것이 진짜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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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이렇게 말을 하더라도 우리 사회는 작은 변화의 씨앗이 싹을 틔울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아니, 뿌리를 내리기 전에 사람들의 발에 밟혀 생명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내가 다녔던 한 대학교에서 교육에 관련한 강의를 들을 때 몇 대학생이 '우리 같은 애들은 맞아야 말을 듣거든요. 그런데 정말 체벌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나요?'이라는 질문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이런 말이 사람들 사이에서 스스로 나온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도 아닌,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어른이 된 대학생의 입에서 말이다. 그만큼 우리 교육 환경 속에서는 체벌이 언제나 자리를 차지해왔다. 문제는 이 체벌에 단순히 훈계 수단이 아니라 감정이 들어간 '폭력'으로 변질되고, 학부모와 아이 사이에서는 성공에 대한 강박증과 이기주의로 사람을 괴롭히는 잔인한 폭력이 된다는 것에 있다.


 어린이집 폭력 사건 논란을 키운 그 보육 교사도 어쩌면 이런 잔인한 교육이 만든 괴물일지도 모른다. 돈을 좋아하는 어른들이 어린이집을 개설했고, 비슷한 사람들을 모아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시늉을 하면서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아이를 괴롭혔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런 사람들은 전체 10할 중 2할에 미치지도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교육은 이미 사람을 만드는 교육의 길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많은 교사가 제대로 된 교육을 위해서 노력하지만, 그 노력은 쉽사리 꽃 피우지 못한다. '사교육을 통해 명문대'를 목표로 하는 학교와 가정은 생기를 잃은 아이를 목을 축일 수 있는 오아시스 하나 없는 메마른 사막에서 살도록 내몰고 있다. 그것도 서로 다투게 하면서. '괜찮아, 사랑이야'고 변명하기에는 너무 잔인하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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