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대학 등록금 추세는 동결, 요원한 반값 등록금의 꿈
- 시사/사회와 정치
- 2015. 1. 9. 07:30
여전히 제자리 걸음을 하며 눈치만 살피는 대학 등록금, 우리는 호갱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소비자가 기업의 상술에 놀아나는 예가 상당히 많은데, 사람들은 그런 경우를 가리켜 '호갱 취급당했다.'이라고 말한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호갱'이라는 단어는 '주로 휴대폰 대리점이나 판매점을 중심으로 휴대폰에 대해 잘 모르는 소비자들에게 할부원금을 과도하게 적용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노예다운 계약을 하는 고객을 가리키는 말이다.'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링크)
그리고 이 말은 휴대폰 시장을 벗어나 다양한 곳에서 인용되었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과자는 소위 질소 과자라고 불리는데, 이 질소 과자를 떠나 값이 저렴하면서도 양은 더 많은 수입 과자를 구매하는 층이 늘어났다. 하지만 지난 2014년 말미에 폭발적으로 인기를 얻은 허니버터칩 열풍이 부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 사이에서는 '역시 호갱은 소비자가 바뀌지 않는 한 안 된다.'는 말도 나왔다.
과자 포장, ⓒKBS 개그콘서트
또한, '호갱'이라는 말은 유통 산업 쪽만이 아니라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정치와 사회 분야에도 종종 등장한다. 가장 대표적으로 '호갱'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곳은 역시 정치 분야라고 생각한다. 선거 기간 동안 똑바로 투표도 하지 않는 사람이 현직 대통령과 정부에 불만을 표할 때, 그런 사람을 가리켜 사람들은 '호갱'이라고 부르면서 그들의 잘못을 비판한다. 아마 쉽게 들어보았을 거다.
이 이외에도 또 다른 호갱은 대학가에서 볼 수 있는 대학생을 말할 수도 있다. 투표를 한 사람 중 많은 사람이 대학생의 낮은 투표율과 정치적 무관심을 지적하면서 '너희가 투표하지 않아서 나라가 이 모양이다. 반값 등록금 약속도 안 지켜주고 있는데, 가만히 있으니 세상이 바뀌겠느냐?'는 비판을 강하게 한다. 사탕 발린 말로 감언이설을 하는 정치인에 가만히 있기에 호갱인 거다.
속아만 봤어요, ⓒ힐링캠프 이미지
반값 등록금. 이건 정말 우리 사회의 질적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 중 하나다. 교육 분야의 질적인 발전이 아니라 사회에 진출하는 대학생이 처음부터 '신용불량자'이라는 이름표를 달지 않기 위해서, 지금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큰 가계 부채를 줄이기 위해서 말이다. 대학등록금을 기준으로 하는 교육비 지출은 우리나라의 중소 가계가 부채가 늘어난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러나 반값 등록금의 실현은 아직도 현실성을 띌 수 없는 일장춘몽 같은 공약에 머무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공약으로 반값 등록금 실현을 약속했지만, 그녀는 그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가 이름표로 내걸었던 '증세 없는 복지'이라는 공약이 알고 보니 '부자 증세 없는 복지'이라는 공약을 알게 되어 많은 사람이 새해 초부터 화를 내고 있다.
대통령되면 할 겁니다, ⓒ아이엠피터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을 만든 건 낮은 투표율과 높은 정치적 무관심을 자랑한 대학생들이었으니, 어찌 대학생을 가리켜 사람들이 '호갱'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페이스북 친구 중 한 분은 '앞으로 대학생은 반값 등록금 운운하지 마라. 너희가 반값 등록금을 막았다.'면서 강하게 대학생을 비판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지나칠지도 모르지만,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몇 년 동안 대학 등록금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사람들은 대학 등록금을 '미친 등록금'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대학 재단의 대학 등록금이 똑바로 사용되었는지 알기 위해서 대학별로 감사가 필요하다는 말도 종종 나왔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비정상적인 대학 등록금을 줄이기 위한,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정말 커졌었다. 단지, 목소리만 커졌을 뿐이다.
반값등록금, ⓒ오마이뉴스
현재 많은 대학은 2015년 대학 등록금을 동결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2년 동안 워낙 반값 등록금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고, 정부 측에서도 미친 등록금 운운하면서 말이 나오다 보니 대학들은 저마다 조금씩 등록금을 내렸었다. 하지만 이 모습도 조삼모사에 그친 모습으로, 등록금을 줄인 만큼 다른 부분의 혜택을 없애거나 추가로 비용을 거두면서 안 한 것보다 못한 생색내기가 되어버렸다.
대학은 재정적 어려움을 토로했고, 정치인 사이에서는 '대학 등록금이 낮아지면 교육의 질이 낮아진다.'는 말을 하면서 대학 등록금 인하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표가 나지 않을 정도로 대학 등록금을 낮췄던 대학들은 다시 등록금 인상을 고민했지만- 교육부의 압력 때문에 등록금을 낮추지 못한 채 동결을 결정하면서 여전히 대학 등록금의 고공행진은 이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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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은 2015년에도 대학 등록금 마련을 위해서 학자금 대출을 받으면서 대출을 갚는 인생을 시작해야 하고, 혹시나 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학생들은 취업하기 전에 '신용불량자'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비정규직으로 전전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대학 등록금 때문에 수입이 취약한 가계는 쌓인 부채로 파산 위기에 이르면서 가족 관계가 파탄이 날지도 모른다. 정말 무서운 나비 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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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전혀 등록금 부담을 덜 수 있는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교육부는 2015년에는 대학 등록금을 4회 이상 나누어서 납부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매번 큰 금액을 한 번에 납부해야만 했던 것에 비해 상당히 재정적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비록 아직 신용카드로 등록금을 결제하는 방법을 추진되지 않았지만, 한 번에 납부해야만 했던 것에 비해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분할 납부제도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이 나오기도 한다. 이 법안의 구속력이 약해 등록금을 모아서 이자 수익을 노리는 대학에서 적극적으로 권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분적으로 분할납부가 시행된 대학에서도 분할납부를 한 학생은 겨우 2%에 불과했다고 한다. 제도가 갖춰져 있더라도 과연 이 제도를 얼마나 활기를 띨지는 여전히 미지수에 불과하다.
이 대학 등록금 분할 납부 제도로 부채로 숨지기 직전의 위기에 있는 가계에 호흡기를 달아 수명을 연장할 수 있겠지만, 과연 호흡기를 떼고 정상적으로 호흡할 수 있게 될지는 모르겠다. (반값등록금이 필요) 정부에서 내놓는 대책은 여전히 대출을 더 해줄 테니 대출로 먹고살라는 부채 거품을 키우는 것이고, 실질적으로 부채 해결을 위한 방안은 여전히 제시되지 못한 채 내일로 미루고 있는 실정이니까.
글쎄, 나는 경제 전문가가 아니라서 여기에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자세히 이야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부의 역할이 무엇인가. 바로 똑바로 된 인사를 이용해서 이런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서 실천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 아닌가? 낙하산 인사, 수첩 인사, 친일 인사, 육사 인사가 아니라 정말 적재적소에 사람을 기용하고, 폐쇄적인 시스템이 아니라 개방적인 시스템으로 말이다.
아직도 멀기만 한 대학 반값 등록금. 부디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는 헛소리를 하지 말고, 지금의 상황에서 질을 높이는 동시에 그 질에 등록금을 맞출 수 있는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기를 바란다. 매번 쓸데없이 대학 서열을 나열하는 제도만 도입하려고 하지 말고. 당장 반값 등록금을 실현할 수 없는 만큼, 분할 납부제도만큼은 2015년에 완전히 확실히 모두가 이용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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