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국제시장 발언이 왜 논란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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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에 대한 애국심과 맹세 강요는 군국주의, 식민주의의 잔재일 뿐입니다.


 어릴 때부터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억지로 좋아한다고 말해야 한다는 상황에 놓이는 일이었다. 얼마 전 <무한도전>에서는 90년대 문화를 대표했다고 하는 가수 몇 명을 초대해 과거의 무대를 재현하며 큰 인기를 끌었었는데, 아마 당시 90년대 문화의 중심에서 그 문화를 즐겼던 사람들에게는 <무한도전>이 만든 그 이벤트가 정말 대단히 좋았던 이벤트였지 않을까?


 그 시절에 나는 초등학생(중학생)에 불과했고, 친구는커녕 늘 혼자 책만 읽던 나는 연예인 같은 문화에 딱히 흥미가 없었다. 아마 그런 이유로 반 아이들과 더 어울리지 못했던 것 같다. 흐릿한 기억이지만 언젠가 반 여자아이들이 설문 조사를 한다며 내게 "GOD가 좋아? HOT가 좋아?"이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었는데, 난 "둘 다 모른다."고 했었다. 중학생 때도 SES도, 터보도 그 존재 자체를 몰랐었다.


 그냥 평범한 청소년이기보다 생각하는 방향이 조금 달랐던 내게 거의 강제적으로 해야 하는 단체 행동은 '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이런 일을 당해야 해?' 같은 의문과 불만을 품게 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참여하게 되는 단체 일정 때마다 하는 '국기에 대한 경례'는 애국심은커녕 '쓸데없는 짓이다.'는 생각을 품게 했고, 하기 수련회 같은 활동은 '사람을 괴롭히는 빌어먹을 군대 문화'라고 생각했었다.


 10대를 벗어나서 20대가 된 지금도 나는 똑같이 생각한다. 여전히 그렇게 단체 행동을 강요하는 문화가 남아있다는 것이 정.말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왜 자유롭게 생각할 줄 알아야 하는 청소년들에게 수련회와 군대 체험 캠프 등을 통해 강제적인 규율에 맞춰 획일적으로 행동하는 시스템을 주입하며, 왜 항상 모든 가치 판단의 기준을 기성세대를 중심으로 해서 그 판단을 청소년에 강요하는가?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도 이런 내 의견에 동의하거나 동의할 수 없는 사람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사람은 모두 그렇게 생각하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 다양성에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있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단체 규율을 중시하는 문화에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어느 사이에서 사라져버렸다는 것에 끔찍한 문제가 있다.


ⓒ국제시장


문구 노지, 원본은 ⓒ국제시장


 며칠 전에 박근혜 대통령이 영화 <국제시장>을 언급한 발언이 논란이 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애국가에도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 이런 가사가 있지 않으냐. 즐거우나 괴로우나 나라를 사랑해야 한다. 최근에 돌풍을 일으키는 영화에서도 부부싸움을 하다가도 애국가가 퍼지니까 경례를 하더라. 그렇게 해야 나라라는 소중한 공동체가 건전하게 어떤 역경 속에서도 발전해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이라고 말했었다. (출처)


 나는 박근혜 대통령의 이 말이 정말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반감을 품을 수밖에 없는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유신시절,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해야 했던 이유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부당한 인권 침해를 당했기 때문이다. 강제적으로 애국심을 겉으로 표현하게 하여서 모두에게 특정 행동을 강요하는 건 정말 잘못된 문화다. 더욱이 대통령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는 건 정말 안일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 논란이 되기 전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청년 세대와의 만남에서 아르바이트의 부당한 권리 침해에 대해 '어쩔 수 없다.'는 취지의 대답을 하면서 논란이 되었었으니까. 그 와중에 박근혜 대통령의 이 발언은 또 한 번 우리 시민들이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발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아도 유신 시절의 잘못된 모습이 짙어지는 와중에, 그런 발언이라니!


 이런 이유로 많은 정치인이 언제나 '말조심'이라는 문구를 수첩에 적어 놓을 정도로 조심하려고 한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늘 이런 발언으로 입방아에 오르게 되는 것이 '정치인'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시민을 대표하는 입장에 있기에 좀 더 조심해야 하니까. 그저 안일하게 '어쩔 수 없다.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즐거우나 괴로우나 나라를 사랑해야 한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되지 않을까?



 나는 아직도 주류 문화를 잘 알지 못한다. 그저 내가 눈으로 본 연예인의 이름만 기억하고, 내가 속해 있는 분야의 문화를 즐길 뿐이다. 하지만 이건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다. 모두가 다 아는 연예인을 모른다고 해서 내가 틀린 것이 아니지 않은가? 그저 '다를' 뿐이다. 그런데 어릴 때부터 우리는 '다른 건 틀린 것'이라는 질책을 강하게 받았다. 늘 남과 똑같이 생각할 것을 강요받았었다.


 독재 시절과 식민지 시절에는 그런 모습이 정말 강하게 나타났다. 왜냐하면, 어릴 때부터 세뇌 교육을 통해 어떤 일에 어떤 반응을 동일하게 일어나도록 해야 권력을 손에 쥐고 있는 사람들이 다루기에 쉽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에서 존중과 배려가 사라지면서 '잔인한 폭력'만 남았다. 그래서 요즘 군대에서도 잔인한 폭력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고, 학교 폭력과 사회 폭력으로 번진 것이다.


 '감히 인턴 주제에 정규직에게 대들어?', '어이, 경비원! 당장 차 안 밀어? 감히 어디서 눈을 부릅뜨고 봐?', '너 당장 내려!',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 방법이 없다.' 등의 말로 부당한 대우를 정당화하는 건 바로 그런 모습이 만든 결과다. 타인에게 무엇을 강요한다는 건 사람의 인간성을 빼앗아 버리는 일이다. 그래서 군국주의의 문화는 하루빨리 고쳐져야 하는 거다.


 박근혜 대통령을 통해 "애국가에도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 이런 가사가 있지 않으냐. 즐거우나 괴로우나 나라를 사랑해야 한다." 같은 말을 듣는 우리 시민이 정말 불쌍하다. 자부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라 어디 가서 고개를 들고 다니기 부끄러운 나라가 되어가는 시점에서 어찌 그런 말을 당당히 할 수 있을까?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제발 새해 2015년은 상식이 바로 통하는,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지적했다 돌팔매질을 맞지 않을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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