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갑질 논란, 우리는 오늘도 갑과 을로 산다
- 시사/사회와 정치
- 2015. 1. 11. 07:30
우리는 갑의 횡포를 비난하지만, 어쩌면 우리도 때때로 갑일지도 모른다.
지난 2014년 12월에 터진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으로 언론이라는 도마 위에는 갑질을 하는 사람들이 얹어져 사람들이 손에 쥔 칼에 의해 난도질을 당하고 있다. 이 도마 위에 오른 사람들은 우리가 익히 '재벌'이라고 부르는 계층만이 아니라 평소 생활에서도 볼 수 있는 '진상 손님'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있는데, 이건 우리 사회가 가진 이기심과 탐욕이라고 볼 수 있다.
가장 먼저 이야기해야 할 건 역시 얼마 전에 터진 소셜커머스 기업 위메프의 갑질 해고 논란이지 않을까 싶다. 수습사원에 상당한 압력을 주면서 과한 업무를 하게 만들었고, 시간이 지나자 그들을 전원 해고를 하였으며, 언론에서 논란이 커지자 다시 그들을 전원 고용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우면서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따갑게 받고 있다. (무슨 병 주고, 약 주고 하는 듯한 행동이다.)
기업이 이런 식으로 수습사원을 대하는 모습은 보기 드문 일이 아니다. 이미 우리 사회에서는 대학생을 비롯한 취업 준비생을 인턴으로 뽑아 열정 페이를 강요하면서 마치 노예 부리듯 그들을 함부로 했던 일이 비일비재하니까. 지난 2014년에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말에 반대하여 많은 사람이 화를 낸 것도 거기에 있다. 갑의 위치에 있는 기업이 인턴 혹은 비정규직 사원을 상대로 함부로 했기 때문이었다.
ⓒJTBC 뉴스룸
그리고 갑질 논란은 기업과 직원에 대한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기업이 아니라 어떤 계약에 조건에서 갑과 을로 나누어질 때도 이런 일은 종종 발생한다. 지난 2014년에는 한 연예인이 공연장에 늦게 도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갑질을 하면서 행사 주최 측을 괴롭힌 일이 보도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었는데,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는 이런 일이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연예인, 기업, 정치. 이런 특정 사례에 집중하지 말고, 지금 당장 우리 눈앞에서 볼 수 있는 일상생활로 한번 들어가 보자. 우리는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VIP 고객이라는 사람에게 무릎을 꿇리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고, 한 아파트의 주민이 경비원 아저씨를 '기분 나쁘게 쳐다봤다.' 이라는 이유로 폭행을 한 이야기도 보았고, 임대 주민은 질이 좋지 않다며 공용 도로를 막는 일도 들었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일을 일으키는 사람들은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정말 당연하다는 듯이 빈번히 일으킨다. 마치 죄책감과 공감이 결여되어 있는 사이코패스처럼 다른 사람에게 대하는 행동을 함부로 하고, '나는 너보다 잘난 놈이니, 너는 나와 같은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이라고 말하는 듯한 가치관으로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를 자신의 아이들에게도 똑같이 그대로 가르친다.
ⓒKBS1
그래서 우리 사회는 갈수록 시궁창이 되어가면서 어두컴컴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회가 되어가면서 폭력은 더 강해지고, 사람 사이에서 '그래도 나는 있는 사람이다.'이라는 기분을 조금이라도 맛볼 수 있는 곳에서 갑질을 한다. 그리고 자신과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이 갑질을 하면, "저 빌어먹을 놈들! 돈만 있으면 다야!?"이라고 고함치면서 마치 자신은 결백하다는 듯이 행동한다.
이 의견에 대해 다소 기분이 나쁠지도 모른다. '나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왜 일반적으로 결론을 내리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 절대 그런 짓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를 포함해 모든 사람은 대체로 무의식중에 그런 일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사람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그 시절에, 비록 명백히 해를 끼칠 악의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런 이유로 바른 교육이 필요하다. 올바르게 사람을 대할 수 있는 교육. 당연한 예절과 배려, 존중을 익힐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어른부터 나서서 '저 애는 임대 주택에 사는 모자란 집의 아이야. 같이 놀면 안 돼.'이라는 말로 아이에게 차별을 가르치는 못난 어른의 교육이 아니라 '사람을 괴롭히거나 차별하면 안 돼. 서로 존중하고 배려를 해야 하는 거야.'이라는 말로 교육 가치관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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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는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되는 사회다. 내가 세상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보는 게 아니다. 그냥 주변만 보더라도 그렇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사회다. 가진 사람들은 자만심에 빠져 가지지 못한 사람을 괴롭히고,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데? 너희가 가지지 못한 게 잘못이지." 하고 말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제대로 인정하지도 않는다. 조현아 전 부사장 사건만 보더라도 그렇다.
재벌만 그런 게 아니다. 연예인도 마찬가지다. 아직 정확한 판결을 기다리는 이병현 협박 사건이 그렇고, 영화 평점 테러를 당한 한효주가 엮인 한효주 남동생의 군 가혹행위가 그렇다. 남보다 조금 더 가지고 있다고 사람을 함부로 대하고, 사람을 우습게 여기다 그런 일을 겪게 된 것이다. 이런 행동도 우리는 '갑질'로 이야기할 수 있다. 계약서에만 '갑과 을'로 나누어지는 게 아니다.
오늘도 우리는 어떤 음식점에서 반말을 내뱉으면서 음식 주문을 하는 사람이나 거리 청소를 하시는 분께 함부로 말하는 사람을 길거리를 지나다 쉽게 볼 수 있다. 가진 자만 갑질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개인의 자만심, 탐욕, 이기심, 폭력성을 가진 사람이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모든 행위가 바로 갑질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서로 갑과 을로 괴롭히면서, 서로 아파하면서 돌아간다.
나는 우리 사회를 '악의로 가득 찬 사회'로 정의하고 싶다. 우리 사회가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그나마 사람 사는 사회로 남아있는 건 그 악의를 절제하고,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통제력을 잃어버린 사람은 우리가 흔히 '갑의 횡포'로 부르는 일을 하면서 약자를 괴롭히고, 자신의 폭력과 잘못을 정당화한다. 그게 사회 범죄의 많은 출발점 중 한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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