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에 사로 잡힌 대한민국이 무섭다
- 시사/사회와 정치
- 2014. 12. 16. 07:30
한 고등학생의 폭발물 테러 사건, 광기에 사로 잡힌 대한민국
요즘 사람들이 나라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공통으로 하는 말이 있다. 바로… "나라 돌아가는 꼴 좀 봐라. 우습게 잘 돌아간다."이라는 말이다. 말 그대로 우리나라가 보여주는 모습은 정말 우습다는 말 이외에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한국이라는 나라는 하루도 조용할 날 없이 갑(甲)의 횡포와 정부의 비리와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서 많은 이유를 붙일 수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오직 가진 자를 위주로 돌아가는 사회에서 가진 자가 너무 큰 힘을 지니기 시작했다.'가 되지 않을까 싶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수첩 공주'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박근혜 발언과 인사의 모든 것은 박근혜의 수첩에 있다는 것을 비꼬는 별명이었는데, 그 수첩이 가진 힘은 정말 놀라울 정도다.
더욱이 그 수첩으로 인해서 벌어진 여러 일은 글로 다 적을 수가 없을 정도다. 그 이름만 가져오더라도 해경 해체, 부실 수사, 수첩 인사, 인사 참극, 찌라시, 진돗개 등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데, 박 대통령이 보여준 행동은 이미 '한 나라를 다스리는 지도자가 아니라 지배자로서의 모습'이다. 외신에서는 이미 박 대통령의 언행을 가리켜 '아버지 박정희의 대본을 이어받다.' 하고 보도할 정도다.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면서 사람들은 더 사는 것이 각박해졌고, 경제 위기 해결의 물꼬를 틀기는커녕, 이명박 정부 시절에 벌인 여러 사업의 적절하지 못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사람들은 화를 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정부는 시민들의 분노가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의 책임으로 돌아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 갈등을 일으키고, 왜곡과 탄압을 통해 눈을 돌리려고 하고 있다.
며칠 전에 터진 '신은미 토크 콘서트 폭발물 테러 사건'은 바로 그 과정에서 나타난 끔찍한 광기에 사로잡힌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신은미, ⓒ연합뉴스
신은미는 그동안 통일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면서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한 사람으로 난 알고 있다. 지금 글을 쓰는 나는 북한에 대해서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기에 그녀의 행동에 크게 공감하지 않는데, 그럼에도 이번에 볼 수 있었던 한 고등학생이 신은미 토크 콘서트에서 일으킨 사건은 정말 여러 가지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정말 허탈감을 크게 느꼈다.
여기서 내가 느낀 허탈감은 '왜 우리 사회가 이렇게 광적으로 나아가는 것인가?'이라는 질문에 답을 보여준 것 같아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요즘 우리나라가 돌아가는 모습은 정말 우습다. 아니, 우습다 못해 정치인들이 자신의 본분을 잊은 채 코미디를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화가 난다. 빚으로 부풀려진 거품 경제 속에서 제 탐욕을 위해 아웅다웅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그런 모습은 시민들이 화가 나게 하였고, 시민은 어려워지는 경제 속에서 날카로운 모습을 지니기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최근에 볼 수 있는 <일간베스트>와 <서북청년단> 같은 대표적인 극우 집단을 예로 말할 수 있는데, 이들 집단은 폭력을 정당화하면서 자신들의 논리를 내세우기보다 일방적으로 이념 갈등을 만들면서 사람들 사이의 갈등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분노의 시작은 항상 격렬한 법이다. 겨울잠에서 막 깨어난 뱀의 독은 강력하지만 여러 번 독을 뿜어낸 후에는 완전히 독기가 빠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똑같은 죄를 지은 자들이 똑같이 처벌을 받지 않고, 죄가 덜한 데도 더 큰 처벌을 받는 것은 화가 시작된 지점에서 적발되었기 때문이다.
화는 불안정하기 짝이 없다. 어떤 대는 지나칠 정도로 빠르게 달리고 다른 때는 끝까지 완주하지 못하고 멈춘다. 왜냐하면 화는 순간의 감정에 따라 제멋대로 움직이고 변덕스러운 판결을 내리며 확실한 증거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그 어떤 변명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주지 않는다. 또한 아무리 자신의 예측이 빗나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고 해도 좀처럼 결정을 번복하지 않는다.
(p68_세네카의 화 다스리기)
일베 폭식, ⓒ오마이tv
이번에 신은미 토크 콘서트에서 폭발물 테러 사건을 일으킨 고등학생도 일베의 이용자였다고 한다. 정말 이런 모습을 보면 '과연 저런 집단은 있는 것이 말이 되는가?'는 고민을 심각하게 할 정도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공통된 의견을 모아 자발적으로 만든 사이트를 강제적으로 폐쇄할 수 없지만(위법은 예외), 이미 이명박 정부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에 반대되는 세력은 차출당하고 있다.
'차출 있다.'는 말이 조금 부적절할지도 모르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는 언론 탄압은 이미 그 수준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얼마 전에도 다음 카카오 대표가 입건을 당했는데, 외부로 드러난 죄목은 '청소년 성 보호법 위반' 혐의이지만, 많은 사람이 '감청 협조 거부'에 대한 괘씸죄가 아닌지 의심을 하고 있다.
검찰이 카카오톡을 들여다보았다는 것을 알게 되자 사람들은 '국내 메신저를 믿을 수 없다.'이라며 비밀 대화와 함께 자동 삭제는 물론, 서버가 해외에 있어 압수 수색이 불가능한 '텔레그램'으로 이동하는 사이버 망명이 불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카카오톡 대표가 "감청 영장에 대해 응하지 않을 계획이다."이라고 밝혔기에 검찰이 빌미를 붙여 길들이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다.
카카오톡, ⓒ오마이뉴스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나라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정말 '미쳤다.'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그리고 그 광기에 사로잡힌 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키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기득권 세력만이 아니라 바로 일반 시민들이기도 하다.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범죄가 자주 발생하고, 감정의 영역이 확장된다는 건 이미 여러 심리학 실험을 통해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이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장기간 불황이 계속되자 일본의 극우 세력은 다시 한 번 더 지난날의 꿈을 이야기하면서 반한 시위부터 시작해서 각종 폭력으로 얼룩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일본을 따라가는 한국은 바로, 지금 그 시기에 있다. 어버이 연합은 무서운 것이 없고, 서북 청년단의 재건이 논의되고, 온라인에 머무르던 일베가 오프라인으로 나오는 모습을 보면… 딱 그 모습 그대로다.
그렇게 광기에 사로잡힌 사람 중 지나치게 선을 넘은 사람이 일으키는 일들이 바로 이번에 볼 수 있었던 신은미 토크 콘서트 폭발물 테러 사건이다. 겨우 고등학생이 그런 일을 했다는 것이 기가 막히면서도, 어떻게 그 정도로 물이 들어서 이런 일을 대범하게 저지를 수 있다는 모습이 놀라움을 넘어서 '경악'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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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블로그에 발행한 <나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인생을 배웠다>이라는 글을 읽은 사람은 알겠지만, 나도 히키코모리로 생활할 때는 정말 사람들에 대한 미움과 불신이 광적일 정도였다. <지식콘서트 내일> 인터뷰에서 했던 '탱크라도 있으면 그냥 밀어버리고 싶을 정도'이라는 건 진심이었고, 지금도 종종 '저런 쓰레기보다 못한 놈은 죽일 수 있으면 죽여야 하는데!'이라고 생각할 정도다. (보통 한 번은 생각해보지 않을까?)
나는 이런 생각을 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도대체 나는 왜 이렇게 광적일 정도로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하고 문제의 방향을 바꾸어서 생각해보았다. 그렇게 도달할 수 있었던 작은 결론은 '내가 겪고 있는 아픔의 버틸 수 없어 어쩔 줄 몰라 괴롭힌 사람을 미워했다.'이라는 결론이었다. 지금도 나는 나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는데, 그건 아직… 조금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도 조금 더 웃을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조금 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비록 사회는 여전히 광기에 사로잡혀 '미치지 않고는 버티지 못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나는 내 삶을 즐기기 위해 힘내고 있다. 광기에 사로잡혀 거기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은 아직 그 방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방법을 다른 사람을 괴롭히고,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으로 광기를 풀어내는 방법을 찾아낸 것일지도 모른다. 사이코패스는 사람을 죽이는 데에 아무런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의 모습을 통해 부족한 감정을 채우려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광기에 사로잡힌 대한민국이 무섭다. 그 광기를 바로 잡으려고 하기보다 오히려 더 부추기는 대한민국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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