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로 드러난 미스 미얀마 성접대 사건, 초라한 한국의 몰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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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한 한국의 엉망진창 모습에 한숨만 나와


 밤이 끝나지 않는 나라로 불리는 우리나라는 늦은 밤만이 아니라 늦은 새벽까지 많은 주점의 불빛이 환하게 켜져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단순히 먹자 골목만이 아니라 갖가지 유흥주점이 몰려 있는 거리가 다 그런데, 이건 '밤의 문화'를 발전시키며 한국의 하나의 문화가 되어있다.


 늘 이른 시간 문을 닫고, 불을 끄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이런 모습을 보면 상당히 놀란다고 한다. 특히 많은 외국인이 늦은 시간에도 음식을 배달시켜 먹거나 사 먹을 수 있고, 친구를 만나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끼고는 한다.


 그러나 이런 늦은 시각까지 문을 열고 있는 문화 때문에 여러 피해도 발생하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가 지나친 음주로 만들어지는 음주 사고, 행패, 집단 혹은 특수 폭행, 강도, 성추행(혹은 성폭행) 같은 문제인데, 모든 문화의 양면성이 있듯이 우리나라의 이 문화도 그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그 양면성 중에서 우리가 좀 더 눈을 둬야 하는 문제는 늦은 밤, 남몰래 벌어지는 접대 문화이지 않을까 싶다. 많은 기업이 청탁과 로비를 위해서 룸살롱 혹은 풀 살롱 같은 곳에서 정부 인사 혹은 거래 업체 임원에게 접대를 하는데, 그 접대에는 단순히 비싼 술만이 아니라 '성 접대'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성매매는 불법입니다.'이라고 법으로 명시되어 있지만, 관행적으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건 아마 모든 사람이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쉽게 볼 수 있는 룸살롱이나 풀 살롱에서 2차에 대한 이야기는 한국인만이 아니라 외국인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을 정도의 수준이다.


밤 거리, ⓒ시사저널


룸살롱은 여성 접대부가 나오는 술집이다. 손님들은 계단을 내려가, 큰 탁자와 노래방 기계, 과일이 놓여 있는 접시, 비싼 위스키(한국은 세계에서 여섯번째로 위스키를 많이 수입하는 나라다)가 놓여 잇는 방으로 인도된다. 술을 따르는 접대부는 20대 여성들인데, 그중 가장 잘 나가는 사람은 그 술자리에 있는 몇몇 남성들보다 돈을 더 많이 벌기도 한다. 룸살롱은 성매매를 위한 공간이 아니지만, 거기 나오는 여성들이 성매매를 하는 일이 없지는 않다. 장차 사업을 함께 할 사람에게 이런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거래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재벌 회사에서는 룸살롱, 음주, 그 외 형태의 접대에 적잖은 예산을 할애하며, 그런 일을 전담하는 직원을 두기도 한다. 기업에서 여성의 역할이 늘어감에 따라 이런 문화는 언젠가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접대가 한국 기업 문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룸살롱 호스티스로 일하는 최미정(가명)은 이렇게 말했다. "손님에는 네 부류가 있다. 여자를 만지고 싶어하는 사람, 여자와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사람, 여자와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사람, 노래하고 싶어하는 사람, 그냥 친구들이랑 술 마시고 싶어하는 사람." 룸살롱은 대화 상대가 되어줄 (그리고 손님이 하는 말이라면 무슨 말이든 관심을 기울여 들어주는 척할 수 있는) 예쁜 여자들과 노래방 기계와 막대한 양의 위스키를 제공한다. "룸살롱에는 남자가 원하는 게 전부 다 있다. 그래서 비즈니스 파트너를 여기로 데려오는 것 아니겠나." 최씨의 말이다. 룸살롱은 남자들이 왕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환대의 한 형식인 것이다.

(p281_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오랜 시간 동안 이런 식으로 접대를 하거나 계약을 맺거나 혹은 뒤를 봐주는 일이 사실상, 한국에서는 너무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단순히 기업과 정부, 기업과 기업을 넘어서 기업과 일반인 사이에서도 여러 청탁을 위해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데, 그게 바로 을(乙)의 위치를 괴롭히는 성 접대 요구이다.


 몇 년 전, 서울에서 택시를 탔을 때에 한 아저씨로부터 "저 빌딩에 있는 저런 술집의 술값이 얼마하는 지 아세요? 아, 학생이라 모르려나? 일반인은 절대 저런 데에 못 가. 전부 법인 카드로 계산하는 곳인데, 전부 기업 청탁과 로비가 이루어지는 거야. 빌어먹을 자식들."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꽤 오래전의 일이라 완벽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이런 이야기를 택시 아저씨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그 아저씨는 나를 서울역에 태워주고, 교통 지도를 하러 가신다고 말씀하셨었는데… 아마 서울에서 오래 생활하셨기에 이런저런 사정을 자세히 알고 계신 듯했다.


 이처럼 한국에서는 기업의 청탁을 위해서 항상 이런 밤 문화가 빠지지 않는 듯하다. 뭐, 당당히 남에게 말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기업을 이끌어가는 바른 CEO도 있겠지만, 오래전부터 이런 방식으로 기업과 기업, 기업과 정부 사이에서 이어져 오는 유착 관계는 끊어지지 않고 있다.


미스 미얀마, ⓒ연합뉴스


 그리고 그런 문제는 개인의 욕심이 국제적인 망신을 자초하는 일로도 종종 벌어지고는 한다. 갑의 위치에 있다고 해서 을(乙)의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추잡스러운 일을 벌였다가 급하게 귀국한 전(前) 청와대 대변인 윤창중 사건부터 시작해서 장안의 화제가 되었던 '미스 미얀마 성 접대 사건'도 그렇다.


 특히 이 '미스 미얀마 성 접대 사건'은 미얀마와 한국의 외교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는 사건이라 모두 신중히 접근했었는데, 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미스 미얀마 16살 소녀가 주장한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그녀에게 접근한 한 엔터테이먼트 매니저가 제작비를 받아야 한다며 성 접대를 강요했던 것이다.


 처음 이 사건이 밝혀졌을 때,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한국이라면 그럴 수도 있지.'이라고 생각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그냥 통역 실수였기를….' 하고 생각하기도 했었지만, 역시 현실은 예상대로 우리 한국의 추잡스러운 몰골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16살 소녀를 미끼로 성 로비를 벌이려고 했던 그 사람이나 그 사람으로부터 성 접대를 받으려고 했던 사람이나 모두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어떻게 그리 탐욕에 눈이 멀어서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못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한국의 초라한 몰골은 이렇게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하고 말았다.



 지난주에 나는 <우리가 성매매 자살 여성을 동정해야 하는 이유>이라는 글을 통해 취약한 기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서울대 교수의 성추행? 누가 누구를 가르치나?> 글을 통해 성범죄 피해자는 가해자보다 더 배려를 못 받는다는 것을 말하기도 했다.


 '성매매'이라는 사건에서 언제나 '여성만' 처벌하는 일은 옳지 않다. 그보다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는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먼저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성 접대'가 암묵적인 하나의 관행으로 자리 잡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그런 접근이 필요하다.


 만약 미스 미얀마로 선정된 16세 소녀가 도망치다시피 미얀마로 돌아가 이 사실을 발설하지 않았다면, 한국에서는 여전히 같은 일이 벌어지면서 은폐하려는 시도만 있었을 것이다. 마치 연예인 기획사를 사칭하는 사람과 연예인 지망생에서 벌어진 보이지 않는 그런 사건들처럼.


 우리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을 비난하지만, 그 손가락을 우리에게 되돌렸을 때는 '오십 보 백 보'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좀 더 '제대로 된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이번 사건의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게 아니라 용서를 받을 수 있도록 진심으로 사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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