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를 넘은 슈퍼 갑(甲)의 횡포에 벌벌 떠는 을(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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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갑(甲)의 버럭 한 번에 비행기가 회항하는 세상, 정상인가요?


 지난 화요일에 대한 항공 부사장 '조현아'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서 내려올 줄을 몰랐다. 그녀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 등재된 이유는 그녀가 보여준 갑의 횡포로 탑승교를 떠난 대한항공 항공기가 회항하는 해프닝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버럭으로 항공기가 회항한 있을 수 없는 초유의 사태에 대해 많은 사람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항공기가 출항하면 그 항공기의 최고 책임자는 기장이 되는데, 기장은 그저 임원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는 을(乙)에 불과했다. 기장은 자세한 사정을 알지 못한 채 회항을 했다고 하는데, 다시 이륙하고 나서야 그 사정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 사건은 인터넷에서 '땅콩 회항 사건'이라고 이름이 붙여지면서 조 부사장과 대한항공의 부적절한 태도에 많은 사람이 비판하고 있다. (외신의 조롱도 함께)


 아마 사건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는 사람도 대략 그 사건의 형태만 보더라도 '어처구니가 없다.' 같은 말이 제일 먼저 나오지 않을까 싶다. 겨우 한 사람의 버럭 때문에 비행기가 회항해서 한 승무원을 내린 후에 다시 이륙하는 일이 어떻게 벌어질 수 있다는 말인가! 응급 상황도 아닌, 위기 상황도 아닌, 오직 갑(甲) 부사장의 버럭 한 번 때문에 말이다. 정말 '슈퍼 갑의 횡포'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한겨례 그림판


 우리나라에서 이런 식의 '슈퍼 갑의 횡포'는 보기 드문 예가 아니다. 이미 항공기에서 벌어진 몇 가지 추태는 나라 망신을 시키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할 수 있다. 과거에는 사립대 교수가 미국행 비행기에서 성추행을 하다 FBI에게 체포당하는 일도 있었는데, 이번 대한 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은 두고두고 외신에게서 '북한에서도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며 조롱을 면치 못할 것 같다.


 우리는 여기서 '항공사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로 이번 문제를 좀 더 크게 볼 필요가 있다.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남양 유업의 횡포'와 '프랜차이즈 편의점의 횡포'는 많은 사람의 분노를 표출한 사건 중 하나다. 그리고 올해 2014년 4월에 일어난 '세월호 침몰 사건'도 마찬가지로 갑의 횡포로 벌어진 대표적인 사건으로 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월호를 소유한 청해진 해운은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 안전을 져버리는 만행을 저질렀는데, 그런 문제를 지적한 사람들은 해고를 당하거나 입막음을 당했다. 을의 처지에 있을 수밖에 없는 직원들은 늘 노심초사하면서 세월호를 몰았고, 그런 이기적인 탐욕이 과대해진 세월호는 마침내 소중한 생명들을 끌어안은 채 바다 깊숙이 수몰되어버리는 비극을 겪고 말았다.


 만약 이번에 볼 수 있었던 대한 항공 땅콩 회항 사건에서 안전에 문제가 발생해 사고가 발생했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되었을까?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희대의 사건일 수밖에 없다. 그저 자신의 탐욕이 제일 먼저 앞서는 갑의 횡포는 이미 을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을 넘어서 세상을 제 좋을 대로 주무르며 한국이 썩어 문드러지게 하는 1등 공신이 된 것이다.


일본의 풍자 만화, ⓒ머니투데이(2차)


 이번 2014년은 우리에게 '너무하다.' 하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힘든 한 해였다. 오랜 시간 동안 썩고 있던 종기가 하나둘 터지기 시작했고, 그 결과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억울한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 군대 가혹 행위로 인한 자살과 타살, 경비원 분신자살, 4대강 큰빗이끼벌레, 이명박 자원외교 비리, 정윤회 사건 등 큰 사건만 나열해도 손가락이 모자랄 지경이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사건이 발생한 사실이 아니다. 이 모든 사건이 똑바로 해결되지 않은 것에 더 큰 문제가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는 유병언 사망과 진상규명 회피로 흐지부지한 상태이고, 군대 가혹행위에 대해서는 어느 때보다 더 빠르게 언론에서 자리를 쏙 감추어버렸다. 분신 경비원의 동료들은 집단 해고를 당했고, 이명박 정부에 대한 감사는 이루어지지도 않고, 정윤회 사건은 아직도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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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와중에 또 한 번 슈퍼 갑 행세를 하는 대한항공의 부사장이 만든 '땅콩 회항' 사건이 터졌고, 서울 송파구에서는 논란 속에 지어진 제2롯데월드의 아쿠아리움에 균열이 생기는 일이 발생했다. 사건은 계속 발생하는데, 속 시원한 진상 규명과 함께 책임자를 처벌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어찌, 나라가 이 모양 이 꼴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인가? 존속되는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이다.


 우리가 이렇게 문제를 지적하고, '이게 말이 되는 짓이냐!?' 하고 외치더라도 한국은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은 슈퍼 갑(갑)이 지배하는 나라이니까. 중요한 책임자도 갑 행세를 하면서 '찌라시' 운운하며 자신과 관련된 일에 '쇤네는 모릅니다. 상관없어요.' 행세를 하는 데다 잘못을 덮기 위해 최선을 다해서 관련자를 자르고, 사실을 은폐하고,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


 슈퍼 갑(甲) 한 명의 버럭 호통 한 번에 전 시민이 벌벌 떨어야 하는 을(乙)의 나라 대한민국. 과연 이 나라는 정상인가? 비정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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