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이라는 이름의 악마를 보았다
- 시사/사회와 정치
- 2014. 5. 9. 07:30
커지는 의혹과 계속되는 회피, 그리고 조작. 그들은 사람의 탈을 쓴 악마인가.
나의 초·중·고 생활은 장밋빛 생활이 아니라 탁한 잿빛의 생활이었다. 고등학교 때에는 주변의 장밋빛 생활을 하는 친구들과 관계가 생기면서 잿빛에 조금은 장밋빛이 더해지기도 했었지만, 내가 사는 생활의 안팎에서 벌어지는 일은 절대 내가 탁한 잿빛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내가 세상에 대해 희망과 긍정적인 생각보다 절망이라는 감정과 부정적인 생각을 더 강하게 품게 했다.
절망. 사람이 절망한다는 건 어떤 이유에서든 정말 최악의 결말인 배드 엔딩으로 향하는 필수 요소 중 하나다. 이 절망으로 인해 내 삶을 모질게 괴롭히며 여기서 치이고 저기서 치이면서 방황하며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지금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청소년의 일탈과 묻지마 범죄를 일으키는 사람들은 어쩌면 이 배드 엔딩을 맞이하고 있는 절망에 빠진 사람일지도 모른다.
아마 나도 그 절망 속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면 그런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붉은 눈물 흘리며 세상을 향해 분노를 쏟아내는, 그런 삶을 말이다. 어쩌면 지금 내가 사는 모습 일부에서도 여전히 그런 부분이 깃들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 절망에서 헤어나올 수 있었던 건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이유 중 하나는 그저 현실에 의미를 크게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절망에 그치기보다 나는 내게 절망을 안겨준 이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과 썩어들어가는 풍습은 '언젠가 세상을 바꾸겠다'는 한 마디를 가슴에 품게 했고, '걸어서 갈 수 있는, 내 주변에 있는 이런 좁은 세계보다 더 넓은 세계를 보고 싶다'는 갈망이 독서량을 늘리게 했고, 블로그를 하게 했고, 좀 더 넓은 세상에서 많은 것을 보고 들으며 배울 수 있게 해주었다.
ⓒ민중의 소리
그러나 여전히 내가 사는 이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가 되고, 약자는 여전히 강자에게 짓밟히기만 하고,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은 언제나 사회적으로 매장을 당하고, 힘을 가진 자의 손바닥에 가려진 하늘을 보지 못하는 그런 비참한 현실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거다. 힘없는 사람이 모여 목소리를 내어도 도통 세상은 그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지 않고 있다. 어찌 이럴 수가 있을까.
나는 이런 한국 사회를 악마로 비유하고 싶다. 이 악마는 언제나 우리를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것보다 조금이나마 편한 거짓말을 편애하도록 눈과 귀를 돌리는 일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언제나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내부고발자보다 권력에 눌러 다른 사람의 피눈물 속에서 이익을 손에 쥘 수 있는 악마가 되도록 유혹한다. 그렇게 우리 한국 사회는 이 악마의 행동에 넘어가 여전히 잘못된 선택지를 선택하고 있다.
게다가 이 악마의 행동은 '현재'에만 있는 게 아니다. '과거'에도 있었고, '미래'에도 있을 것이다. 이미 수 십 년에 걸쳐 악마의 행동은 반복됐지만, 사람들은 이를 바로 잡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가진 것을 지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이 악마와 결탁해 점점 더 한국 사회를 지옥에 가까운 수준으로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성향은 MB라는 별명을 가진 정부부터 더 진해지기 시작했으며, 박근혜 정부가 시작되고 나서 완전히 일상이 되었다. 세상이 점점 더 탁한 잿빛으로 변해가고 있는 거다.
ⓒ데스노트
나는 어릴 때부터 어른을 비롯한 주변 사람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그 사람들의 가면 속에 철저히 감춰진 본심에 너무 심하게 당했었다. 그래서 나는 함부로 사람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피눈물을 쏟아야만 했던 뼈아픈 경험을 통해 나는 세상이 언제나 악을 위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철저히 배웠었다. 그래서 나는 누구보다 철저히 나를 속이고, 남을 속이기 위해 가면을 쓰고자 했다. 이 더러운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악마와 잔을 나눈 척하며 살아남기 위해 애써왔다.
그러는 동안 내가 본 세상은 잔혹하기 그지없었다. 지금도 내 두 눈에 보이고, 두 귀에 들리는 세상은 애절한 외침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가득하다. 간간이 들리는 진짜 행복한 웃음소리가 악마와 잔을 나눈 사람의 잔인한 웃음소리로 들리기도 해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기도 한다. 이런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너무 안타까운 현실이다. 언제쯤 불신을 지울 수 없는 리더가 리더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 한국 사회의 진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 악마를 똑바로 바라보고, 이를 퇴치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지금 악마에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한다. 악마가 위장하고 있는 정치인의 입놀림에 더는 놀아나서는 안 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그들은 언제나 우리를 배신하고, 진짜 제대로 우리의 기대대로 역할을 똑바로 수행하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았다. 이 슬픈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사람의 탈을 쓴 악마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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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많은 악마가 착한 사람 코스프레를 하며 '제 잘못입니다.'고 말하면서 고개도 어수선하게 숙이고 있고, '나를 선택해주면 이렇게 해줄게'라는 사기를 치고 있다. 더는 이 악마의 거짓말에 속아서는 안 된다. 악마의 유혹이 도저히 넘어가지 않고서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달콤하겠지만, 그 유혹에 넘어가면 나를 기다리는 건 파멸이라는 사실을 잘 알아주었으면 한다. 토사구팽이라 했다. 이는 정치인이 가장 잘 쓰는 수법 중 하나다.
지금 우리나라 한국 사회가 처해 있는 위기가 바로 그렇다. 착한 사람 코스프레를 하는 악마들에게 너무 많은 힘을 실어주었기에 그들이 하는 비정상적인 행동에 많은 사람이 희생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들은 또다시 한 번 더 착한 사람 코스프레를 하며 우리 앞에서 가면을 쓴 채 당당히 얼굴을 들이밀고 있다. 당신은 지금 이 한국이라는 이름의 악마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당신이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당신이 앞으로 주어지는 선택지에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 한국 사회는 더 짙은 잿빛 사회가 될 수도 있고, 장밋빛 사회가 될 수도 있다. 당신은 어떤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명의 시민이 되고 싶은가? 이 선택은 어디까지나 전적으로 당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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