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악마의 말을 듣는 부모일지도 모른다.
- 시사/사회와 정치
- 2014. 4. 11. 07:30
칠곡 계모 아동 학대 사건으로 본 오늘날 아동 학대의 불편한 진실
지금 언론에서는 지난 칠곡 계모 아동 학대 사건의 자초지종이 밝혀지면서 한참 시끄럽게 들썩이고 있다. 도저히 사람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엽기 행각을 저지른 그 계모에 대해 많은 사람이 '사형 혹은 무기징역에 해당하는 처벌을 해야 한다'며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이 글을 쓰는 나도 선진국처럼 아동학대에 대해 최소 200년 정도의 징역을 구형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도록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이번 아동 학대 사건이 너무 크게 시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건 어떤 이유에서라도 용서받을 수 없는 잔인한 일을 부모가 저질렀기 때문이다. 새엄마인 계모는 8살 아이가 학대를 견디지 못하고 죽자 12살 언니에게 협박을 가하여 거짓 진술을 할 것을 요구했고, 결국 그 언니는 동생의 죽음을 알고 있음에도 거짓 진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 (뉴스를 통해 들을 수 있었던 계모가 12살 소녀에게 가한 협박은 도무지 말이 나오지 않는, '저게 과연 사람이 맞나?'라는 생각이 드는 협박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그 모든 진술이 거짓이었다는 것이 밝혀지고, 계모와 아버지의 있을 수 없는 행동이 알려지면서 사건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여론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도 이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은 결코 단 한 명도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어찌 이 같은 사람이 저질러서는 안 되는, 감히 저지를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을 한 사람을 한 명의 인간으로 받아들이고 용서할 수 있겠는가?
ⓒ뉴스A
아동학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이 사건을 계기로 여기서 내가 가지고 있는 아동 학대에 대한 생각을 조금 길게 말하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아동 학대에 대해서 평범하게 신체적으로 가하는 폭력만을 아동학대라고 생각하는 예가 상당히 많다. 그래서 아이에게 손찌검하지 않는 이상은 아동 학대가 아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건 폭력이 아니다, 지금 나는 아이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난 절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주었으면 한다.
도대체 무슨 소리냐고? 아동학대는 단순히 신체적 폭력을 가하는 학대만이 아니라 정서적 폭력도 학대에 포함된다는 소리다. 단순히 주먹으로 때리거나 발로 차서 신체에 상처를 입히는 것 이외에 아이에게 자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공부를 강요하는 것도 학대고, 형제자매를 비교하며 상처를 주는 것도 학대고, 잠을 자지 못하게 하는 것도 학대고, '사랑한다'고 말해주지 않는 것도 학대고, '잘했다'고 칭찬 한 번 해주지 않는 것도 학대고,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 것도 학대고, 부모는 하지 않으면서 아이에게만 어떤 행동을 강요하는 것도 학대다.
이처럼 아동 학대에 대한 정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좀 더 넓은 범위를 아우르고 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이처럼 평범히 우리 일상에 녹아 있는 학대를 '학대'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 여전히 잘못이 해결되지 못한 채 되풀이되고 있다는 거다. 이런 행동은 대게 부모의 지나친 집착과 욕심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우리가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사회 문제이기도 하다.
ⓒ지식콘서트
얼마 전에 읽었던 《말공부》와 《결국 당신은 이길 것이다》 두 권의 책에서는 단순히 한 사람에게 전하는 작은 지혜가 아니라 부모가 가져야 할 바른 태도와 지혜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두 권의 책에서 읽을 수 있었던 부분 중 '이 부분만큼은 꼭 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인용하고 싶다'고 생각한 부분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오늘날도 아이들은 부모의 말과 행동으로부터 가장 먼저 배 운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언행일치라는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 특히 평상시의 생활에서 더욱 그렇다. 만약 아이들에게 공부하는 자세를 가르친다면 먼저 자신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올바른 생활 태도를 가르치면서 자신의 생활은 불규칙하게 하고, 꾸준한 독서를 강조하면서 자신은 날마다 술을 마시고 텔레비전을 보면서 시간을 보낸다면 아이들에게 아무리 '시간을 아껴 쓰고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말해도 통할 수가 없다. 자신의 행동과 아이들을 가르칠 때의 괴리가 있다면 아이들에게 진정한 가르침을 줄 수는 없다. (p284_말공부)
당신은 아이의 말을 막는 부모를 본 적이 있는가? 혹은 아이의 숙제를 대신해주는 부모를 본 적이 있는가? 미술 대회나 발명품 대회에서 아이들이 외부의 '도움'을 받아 작품을 제출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지나치게 아이를 도와주는 엄마와 아빠는 내심 아이가 부모의 도움을 고맙게 여기기를 바라며 자신들이 아주 훌륭한 부모라고 생각한다. 정말 그럴까? 실제로 아이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우리 엄마 아빠는 내가 이 일을 못할 거라고 생각하나 봐, 그러니까 자꾸 귀찮게 하지!' 부모의 도움은 아이의 자존심을 망가뜨린다. 부모가 자녀들에게 자주적 사고 습관을 길러 줄 수 있는 방법은 아이들이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다. (p116_결국 당신은 이길 것이다)
위에서 읽어볼 수 있는 글에서 말하는 부모의 잘못은 이미 우리 일상에서 많은 부모가 흔히 저지르고 있는 잘못 중 하나다. 평범히 많은 부모가 자신의 잘못은 바로잡지 못하면서 아이는 그 잘못을 바로잡기를 바라는 욕심으로 아이를 막 대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이 또한 명백히 아이를 괴롭히는 아동 학대라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그 방법인 신체적 폭력이든, 정신적 폭력이든 말이다.
|
많은 사람의 공분을 사고 있는 칠곡 계모의 아동 학대 살인 사건은 분명히 어느 사건보다 두드러져 보일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엽기적인 사건이다. 하지만 아동학대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수준의 폭력에 이르렀을 때만이 '아동 학대가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가슴 깊이 새길 필요가 있다.
우리의 생활 속에는 '폭력'이라고 인지하지 못하는 '폭력'이 너무 생활화되어 있다. 이를 고치지 않는다면 부모와 아이의 갈등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고, 방황하는 청소년은 늘어만 갈 것이고, 그런 아이의 버릇을 고친다며 폭력을 행사하는 부모도 늘어날 것이고, 최악에는 서로 목숨을 위협하는 행위까지 저지를 수도 있다. 이 일에서는 나도 예외가 될 수 없듯, 당신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 번쯤은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실수를 통해 배우지 못한다면 정말 어리석은 일이다. 지금 악마의 말을 듣고 있지도 모를 부모가 이 글을 통해 아동학대에 대한 잘못된 정의를 바로 잡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지금 행하고 있을지도 모를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더 생각해볼 기회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시사 이야기/사회와 정치] - 현대판 뒤주 스터디룸, 부모의 잔인한 욕심
[시사 이야기/학교와 교육] - 의붓딸 살해 계모 사건을 통해 본 불편한 진실
[시사 이야기/사회와 정치] - 드라마 상속자들에서 본 부모와 자식 관계의 불편한 진실
[문화 이야기/방송과 행사] - 학교 2013이 우리 사회에 남긴 마지막 메시지
[시사 이야기/학교와 교육] - 조삼모사의 함정에 빠진 학부모와 아이들
이 글을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