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실 바깥에서 담배 피우는 이유, 기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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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실 바깥에서 담배 피우는 흡연자들, 도대체 왜 그런지 물어봤더니…


 요즘 어디를 가더라도 '금연'이라는 낱말이 붙어 있지 않은 곳을 찾기는 어려워졌다. 흡연자들은 '우리가 무슨 죄인이냐?'고 말하며 불만을 토로하지만, 금연 구역 확대로 많은 사람이 '이제야 무분별한 흡연자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며 큰 호응을 하고 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도 평소 흡연자들의 매너 없는 태도 때문에 인상을 찌푸렸던 사람들은 크게 만족하고 있지 않을까.


 사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어디를 가더라도 흡연자와 함께해야 하는 불쾌함을 느껴야만 했다. 식당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그렇고, 버스 정류장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그렇고, 횡단보도 같은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그랬다. 다른 사람을 배려해서, 특히 아직 어린아이를 배려해서 담배를 멀리서 피우는 사람도 있었지만… 상당수의 사람이 고개를 돌린 채 담배를 피우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러나 점차 확대되고 있는 '금연 구역'이 이런 일을 조금씩 줄이고 있다. 금연 구역 확대에 따른 사람들의 웃음은 더 커지고 있어 사실상 흡연자는 더는 아무 곳에서 아무렇게나 담배를 피울 수 없는 것이 기정사실이다. 시민의 건강과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위해서 무분별한 흡연은 마땅히 제한되어야 마땅하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난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흡연자에 대한 규제가 너무 심한 건 아닐까 싶을 때도 종종 있다. 추운 곳에서 벌벌 떨며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보면 '꼭 저렇게까지 해서 담배를 피우고 싶을까?'는 생각도 들지만, '흡연자들에게도 흡연구역이 마련되는 일이 시급하다'는 생각도 든다. 흡연자들이 금연구역 확대로 불만을 토로하는 이유 중 하나는 담배를 마음 놓고 피울 수 없다는 것이니까.


 그래서 당국은 흡연자들이 비흡연자를 신경 쓰지 않고 담배를 피울 수 있는 '흡연실'을 설치했다. 아직 그 흡연실의 숫자는 적지만, 흡연자를 위한 흡연실은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그런데 흡연실이 늘어나는 만큼 흡연자들이 그 흡연실을 이용하는 횟수는 비례하지 않는 듯하다. 왜냐하면, 흡연실을 바로 옆에 두고도 흡연실 바깥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자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sbs 뉴스


 도대체 흡연실은 왜 흡연자들에게 외면받는 것일까. SBS 뉴스에서 흡연실 바깥쪽에서 담배를 피우는 이유를 물었더니, 정말 어이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위 이미지에서 한 흡연자가 말하는 "제 담배 연기는 괜찮아도 다른 사람 담배 연기는 싫잖아요. 옷에 냄새도 배고…"라는 대답. …글쎄, 내가 흡연자가 아니라서 다른 흡연자는 어떻게 생각할지 잘 모르겠지만, 비흡연자인 나는 이 대답의 내용을 읽었을 때 한순간 기가 막혀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내 담배 연기는 괜찮아도 다른 사람 담배 연기는 싫다는 말. 우리는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만 할까. 이건 완전 '이기주의'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담배 연기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지도 못한 채, 바깥에서 흡연하는 사람을 우리가 또 어떻게 해석할 수 있겠는가. 자신도 다른 사람의 담배 냄새가 싫다면, 같은 공간에 있는 다른 사람이 자신의 담배 냄새를 지독히 싫어할 것이라는 사실도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바깥에서 담배를 피우는 걸까?


 또한, 그는 옷에 다른 사람의 담배 냄새가 배서 싫다고 말했다. 참, 이것도 기막힌 이유이다. 애초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항상 그 사람 몸에서 담배 냄새가 난다. 흡연자 본인이 자각하지 못할 뿐이지, 일반 사람들은 흡연자가 근처에만 있어도 그 담배 냄새를 맡을 수 있다. 흡연자의 옷에는 담배에 있는 온갖 발암물질과 유해물질이 다 묻어있는데,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인간 살인 병기나 다름없다. 향수를 뿌리거나 탈취제를 뿌린다고 해도 냄새가 사라지기는커녕 여러 냄새가 뒤엉켜 오히려 더 썩은 냄새만 난다. 그런데 어찌 '다른 사람의 담배 냄새가 옷에 배서 싫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기가 막혀 웃음도 나오지 않는다.



 나는 흡연자가 아니기에 비흡연자의 시선에서 이 사건을 이런 식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흡연자들끼리도 서로의 담배 냄새가 싫을 수도 있다. 당연히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흡연실 바깥에서 흡연하는 행위는 있어서는 안 되는 행위이지 않은가. 흡연자가 다른 흡연자의 담배 냄새를 싫어하는 것의 천 배 이상으로 비흡연자는 담배 냄새를 끔찍하게 싫어한다는 사실을 왜 외면하는 걸까?


 모든 흡연자가 이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과거 내가 블로그에 올렸던 글에서 읽을 수 있었던 댓글에서도 비흡연자를 배려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여전히 비양심적이고 이기적인 흡연자들은 흡연실에서 다른 사람의 담배 연기가 싫다며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며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이 수는 극히 일부가 아닐 것이기에 참으로 답답하다.


 앞으로 본격적으로 금연 구역은 더 늘어날 전망인데, 흡연자들의 성숙한 태도와 함께 흡연자들의 공간 확보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말짱 도루묵일 것이다. 흡연실을 세워도 다른 사람의 담배 연기가 싫어서, 옷에 담배 냄새가 배 이는 것이 싫어서… 흡연실을 외면하는 흡연자들의 태도는 기막힐 수밖에 없다. 과태료를 물어도 '이왕 걸렸으니 이 담배는 끝까지 피우겠다'고 고집 피우는 비정상적인 사람도 많기에, 우리나라에서 성숙한 시민 의식을 기대하는 건 앞으로도 어려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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