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캠프는 군국주의의 산물인가?
- 시사/사회와 정치
- 2014. 2. 11. 07:30
복종과 폭력을 미화하는 해병대 캠프, 수련회 캠프, 진짜 사나이… 병영문화 속의 대한민국이 위험하다
얼마 전에 인터넷을 통해 방학을 맞아 해병대 캠프에 참여한 초등학생들이 화생방 고통을 겪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많은 파문이 일었다. 이런 해병대 캠프 같은 곳에 초·중·고등학생들이 가는 건 자발적인 이유가 아니라, 매번 방학 때마다 극성인 많은 부모가 아이들의 건강한 정신과 육체를 위한 명목으로 보내고 있다(비단, 부모만이 아니라 학교에서도 그렇다.). 그런데 정말 이 캠프가 아이들의 건강한 정신과 육체를 위한 캠프일까? 우리는 이 같은 캠프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좀 더 무거운 질문을 던져보아야 하지 않을까?
초등학생 화생방
이런 해병대 캠프나 수련회 캠프처럼 극기 훈련 체험 캠프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극소수 있겠지만,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은 것이 기정사실이다. 글쎄, 내 개인적인 시선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절대적으로 후자 쪽이다. 이런 캠프는 긍정적인 요소는 사하라 사막에서 잃어버린 금반지를 찾는 것과 마찬가지일 정도로 아주 적지만, 부정적인 요소는 사하라 사막의 모래만큼이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지나치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런 캠프의 부작용을 어릴 때부터 정말 많이 겪었다. 지금도 처절하게 울부짖던 순간만이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데, 그 당시에 나는 불이라도 질러서 모두를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사람을 증오했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문화의 부작용을 몸소 겪으면서 '이런 말도 안 되는 문화는 당장 사라져야 할 우리나라의 잘못된 문화'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 생각에 조금의 흔들림도 없다.
난 이런 해병대 캠프나 수련회 캠프 같은 곳은 우리나라 내에 남아있는 '군국주의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같은 캠프는 언제나 겉으로 '캠프'라고 말하지만, 그 속에서 아이들이 배우는 건 절대적인 복종과 잘못을 눈감도록 하는 군대 문화이다. 이런 군대 문화는 절대 아이의 올바른 인격 형성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오히려 폭력성만 더 키울 뿐이다.
한 번 생각해보자. 이 같은 군대 문화 속에서 아이들은 위에서 시키는 명령은 무조건 따르도록 배우고, 불의를 보더라도 저항하지 말라고 배우고, 까라면 까라는 비인간적인 행동들을 배운다. 관료주의적인 체계를 중시하는 그런 문화 속에서 아이들이 도대체 무엇을 배우기를 기대한다는 말인가. 불의에 대한 참을성? 허튼소리다. 그런 허튼소리나 하고 있으니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개처럼 맞아도 꼬리 흔들며 살아야 한다'는 잘못된 고정관념이 생기는 거다.
누군가는 이런 문화 속에서 윗사람을 존경하는 태도를 배운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이것도 헛소리다. 존경이라는 건 '마음 깊은 곳에서 공경하는 마음'이지, 힘으로 억지로 따르도록 하는 것을 '존경'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런 건 '존경'이 아니라 '지배'다. 그리고 그 지배 속에서 개인의 자유와 의사를 억누르는 것을 우리는 '독재'라고 말한다. 이런 문화가 지금도 우리나라의 사회·문화적으로 올바른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
학교 폭력
더욱이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로 이런 캠프에 끌려가는 아이들은 그 캠프 내에서 왕따와 구타를 당하는 학교 폭력의 희생양이 될 확률이 상당히 높다. 특히 학교에서 강제로 끌려왔을 때, 피눈물을 쏟으며 '살고 싶다'고 아우성을 치더라도 그곳에서는 오로지 발길질만 돌아온다. 이건 내가 직접 겪어보았던 일이기에 잘 알고 있다. 정말이지 그런 비인간적이고, 비정상이 정상이 되는 그런 해병대 캠프나 수련회 캠프는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싶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나는 심히 걱정스럽다. 우리나라는 싫든 좋든 일본의 많은 영향을 받은 나라다. 일본의 영향으로 경제·문화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부분도 있지만, 심각한 부작용을 낳은 것도 정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중 하나가 2차 세계 대전의 주범이었던 일본의 군국주의 문화인데, 이 문화는 우리나라 내에서도 쿠데타와 독재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그 독재와 부정의에 맞섰던 많은 시민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리고 지금 그 군국주의는 다시금 강하게 고개를 들기 시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찌 우리나라를 걱정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건 우리나라나 일본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독일에서도 히틀러를 숭배하는 신나치 극우 세력이 힘을 키워가고 있으며, 러시아에서도 그와 비슷한 스킨헤드이라는 극우 세력이 힘을 키워가고 있다. 이들이 문제인 건, 그들은 단순히 자신들끼리 사상을 공유하거나 뭉쳐서 힘을 과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자국 내에서 외국인이나 자신의 개념 사상과 반대되는 시민들을 향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차별적인 폭행을 가한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인터넷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일베를 신나치 혹은 스킨헤드의 예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일베 또한 군국주의 문화가 낳은 하나의 부산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신나치의 모습
스킨헤드의 모습
군대와 병영 문화의 썩은 악습을 강요하는 그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들은 어차피 범죄자밖에 되지 않는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도록 하고, 까라면 까라고 하고, 얼차려 같은 비인간적인 악습의 대물림을 낳고, 잘못을 지적하면 욕과 구타가 되돌아오는 그런 군국주의 문화를 가르치는 해병대 캠프와 수련회 캠프 같은 곳이 왜 존재한다는 말인가. 이는 군국주의 문화 속에서 올바른 민주 시민이자 바른 인격 형성을 저해하는 요소일 뿐이다.
지금도 해병대 캠프나 수련회 캠프 같은 곳에서는 많은 부작용을 초래하며 '아이들의 목숨'을 희생하며 문제의 심각성이 겉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왜 이런 사실을 외면하면서 아직도 이런 캠프가 유익하다고 말하거나 이런 캠프가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걸까. 겉은 아이의 정신과 육체를 단련한다는 빛깔 고운 명분을 내세운다. 하지만 속은 아이의 정신과 육체를 쉽게 조종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비인간적인 군국주위 교육을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이 같은 악습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되고 있기에 우리나라는 어릴 때부터 군대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도 그 군대 문화의 악습을 벗어나지 못하기에 우리나라에서는 창조성 있는 발전은커녕 사라져야 할 악습이 더 심각해지면서 세습되고 있다.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잔인한 범죄나 사회적 폭력을 일으키는 행위는 그런 비인간적인 사람들의 행동과 생각이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 얼마 전에 터졌던 염전 노예 사건처럼 말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군국주의를 지향하고, 폐쇄적인 관료주의를 지향하고, 개인의 의사를 힘으로 억압하는 잘못된 교육을 지향하는 이 해병대 캠프와 수련회 캠프가 존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군대(병영) 문화를 미화시키는 '진짜 사나이' 같은 프로그램이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적어도…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런 잘못된 문화는 지금 당장 사라져야만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잘못된 문화의 세습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에서도 다시 전쟁과 폭력에 목마른 거대한 범죄 조직이 탄생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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