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딸 살인 사건, 왜 한국은 아동학대 대응이 미미한 걸까?

반응형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계모의 아동학대 살인사건, 왜 미리 막지 못했나…


 우리나라에서 청소년 범죄가 일상 다반사가 된 건 꽤 오래전의 일이다. 문득, 요즘에 그와 관련된 기사가 많이 보이는 건 청소년들이 저지르는 범죄의 수위가 이제는 성인 범죄자들의 수위와 맞먹을 정도로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집단 폭행, 집단 절도, 집단 성폭행, 살인, 시신 유기…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범죄를 태연히 저지르고, 죄책감은커녕 영웅 심리를 가지는 청소년들은 과열된 경쟁주의와 잘못된 가정이 낳은 하나의 비극이다.


 여기서 한 번 생각해보자. 그런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들은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을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가정불화가 아닐까 싶다. 얼마 전에 뉴스를 통해 8살 의붓딸을 잔인하게 살해한 한 계모의 이야기가 다시 보도되며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줬다. 더욱이 학대 사실이 2년 전 이미 정부 산하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됐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그런 과정이 있었음에도 그런 끔찍한 일을 막지 못했다는 사실이 많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많은 사람이 그 계모를 손가락질하고, 올바른 대응을 할 수 없었던 우리나라의 아동보호 허술함에 대한 지적을 했다.



아동 학대, ⓒKBS


 도대체 왜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아동학대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음에도 제대로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여태껏 마련되지 못했고, 그런 아동학대가 가정불화로 번져 청소년 범죄자가 되는 일이 생기고 있는 것일까?


 나는 그 이유 중 하나로 우리나라 사람들 사이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가부장적, 소유적 부모 자식 관계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특히 '수직적인 관계'를 고집하면서 '내 자식 내 마음대로 하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사고방식으로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만들어갔다. 이 교육 방식이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너무 지나친 수직적 관계의 구축은 부모와 자식이 서로 소통을 하지 못하게 하는 높은 벽을 만든다. 게다가 이런 교육적 방식에 익숙해져 있는 많은 부모가 아이와 겪는 갈등을 소통을 통해 해결하기보다 폭력을 쓰며 힘으로 해결하려고 해서 심각하게 볼 수밖에 없다.


 아이를 훈계할 때라도 폭력은 좋지 않다. 물론,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자신의 자식에게 손찌검을 한 번도 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에 있겠는가. 아마 자식을 기르는 부모들의 마음은 모두 한결같을 것이다. '말로 해서 들으면, 손을 안 쓰지. 그런데 말로만 하면 안 듣잖아? 때려야 정신 차린다니까.'라는 마음. 이것을 전면적으로 부정할 수도 없지만, 무조건 용납할 수도 없다. 이런 행동을 바로 잡지 못하면, 그 아이가 커서 부모가 되었을 때도 똑같이 하기 때문이다. 이건 절대적으로 '아동학대'이라는 말이 없어질 수 없는 이유 중 한 개다.


 또한, 우리나라에 자리 잡고 있는 '어떻게 부모가 아이를 고소하느냐?' '어떻게 아이가 부모를 고소하느냐?' '내 집일에 왜 남이 신경을 쓰느냐?' '내 자식 내 마음대로 하는데, 나라가 뭔 상관이냐?'는 태도도 잘못되었다. 아동학대가 의심되면, 바로 경찰에 신고하여 조사를 받는 지극히 당연한 조치가 우리나라에서는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런 것을 잘못되었다고 판단하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오래전부터 우리의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미친 환경이 가장 크다.


 아동학대를 바르게 인식하지 못하는 부모는 아이에게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계속 주면서도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모르고, 아동학대를 당하는 아이들은 부모에게 받는 스트레스를 다른 폭력성으로 외부에 해결한다. 아동학대가 청소년 범죄를 부추기는 에너지원이 되고 있다. 모두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내가 내 아이에게 하는 체벌이 아동학대다.'라고 인식하는 사람은 정말 적다. 그리고 단순히 '체벌'만이 아동학대라고 착각하는 사람도 정말 많다. 그래서 한국은 아동학대 대응이 미미할 수밖에 없다.



 우리 한국이 아동학대 대응에 좀 더 적극적이고, 아동학대를 예방하면서 청소년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부장적, 소유적 부모 자식 관계'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 자녀를 위해 살아야 하고, 서로에게 고통스러운, 전근대적 문화를 탈피해야만 정말 이상적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끊임없이 이런 문제가 사회 문제임을 지적하고, 빨리 고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이런 일은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라는 생각으로 계속 눈여겨보며 조심할 필요가 있다.


: 부모와 아이의 관계… 관련해 추천하는 글


[소박한 문화/독서와 기록] - 엄마의 의욕이 아이의 의욕을 꺾는다

[소박한 이슈/방송과 행사] - 소나기 학교를 통해 전한 아이들의 아픔

[소박한 이슈/학교와 교육] - 아이에게 자살충동마저 느끼게 하는 언어폭력

[소박한 이슈/학교와 교육] - 부모의 어떤 말이 아이를 망치게 할까?

[소박한 이슈/학교와 교육] - 가정 내에서 볼 수 있는 부모님들의 불편한 진실

[소박한 이슈/학교와 교육] - 교사만 질책하는 학부모들에게

[소박한 이슈/학교와 교육] - 부모와 아이 간의 갈등을 줄이는 방법


반응형
그리드형(광고전용)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