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력, 예능에서 발견한 오늘을 즐기는 마음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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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예능 프로그램이 우리에게 주는 특별한 즐거움의 힘


 "세상을 즐기면서 사는 데에 무엇이 필요한가?"

 

 이 질문은 단순하면서도 쉽게 대답하기가 참 어려운 질문이다. '당신에게 있어 오늘을 즐기는 마음의 힘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는 질문을 사람들에게 하면 누군가는 돈이라고 답할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섹스일 수도 있고, 혹은 그 이외에도 맛있는 음식, 사랑하는 사람, 책 등 각양각색의 답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 내게 오늘을 즐기는 마음의 힘을 주는 것은 책과 애니메이션, 블로그 이 세 가지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는 무엇인가?


 내가 이런 질문을 먼저 하게 된 것은 오늘 이야기할 책은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예능 프로그램을 소재로 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 예능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 사람은 상당히 드물 것이다. 우리에게 예능은 단순히 웃기는 오락 프로그램이 아니라 훨씬 그 범위가 넓다. 예전의 예능 프로그램은 단순히 웃기는 오락 프로그램이었다면, 지금의 예능 프로그램은 시청자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잊어버렸던 웃음을 되찾아 주는 정말 좋은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고 있다.


 힐링캠프, 땡큐, 런닝맨, 인간의 조건, 1박2일, 아빠 어디가, 무한도전… 등 대표적인 예능 프로그램들을 모르는 사람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이 프로그램들은 모두 저마다 다른 목적이 있지만, 하나 같이 시청자들로 하여금 고된 하루를 잊고 실컷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준다. 특히 땡큐나 힐링캠프는 '힐링'을 주제로 지친 현대인의 마음에 상당히 좋은 위로를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내가 애니메이션과 책을 통해 오늘을 즐기는 마음의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것처럼, 예능 프로그램을 통하여 오늘을 즐기는 마음의 힘을 얻을 수 있었던 사람도 분명히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오늘, 나는 그 예능 프로그램을 주제로 사람들의 마음과 삶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있는 한 권의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책을 통해 우리는 그저 즐기면서 가볍게 보기만 했던 예능 프로그램이 어느새 우리 마음 깊숙이 들어와 나를 지탱하는 하나의 소중한 기둥이 되어있는 모습을 보며 놀랄지도 모르고, '아, 내게 역시 이 프로그램은 너무 소중한 프로그램이야'고 새삼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그 책의 이름은 바로 '예능력'이다.



예능력, ⓒ노지


 여기서 한 가지 오해하지 말자. 이 책의 제목이 '예능력'이라고 하여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수근과 같은 예능인들이 말하는 남을 웃길 수 있는 예능감 기르는 힘을 말하지 않는다. 여기서 말하는 '예능력'은 우리가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받을 수 있는 어떤 응원의 힘 같은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뭐, 책에서는 예능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하여 우리가 남들과 조금 더 잘 지낼 수 있고, 웃으며 하루를 보낼 수 있는 법도 이야기하고 있기에 '예능감'이라고 말하더라도 굳이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이 책 '예능력'은 저자 신경정신과 의사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통해 오늘을 즐기는 힘을 얻을 수 있는가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다소 이런 주제가 생뚱맞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책을 읽다 보면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비록 책이 신경정신과 의사가 심리학 측면에서 예능 프로그램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평소 느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라도 이 책을 쉽게 이해하며 오늘날 예능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힘과 우리는 어떤 부분에 그렇게 열광하고, 우리가 이토록 즐기면서 볼 수 있는지에 관하여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책의 일부 내용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정글의 법칙」에서 리키 김이 병만족의 족장 김병만에게 물었다. "형은 어릴 적 꿈이 뭐였어?" 김병만은 대답한다. "기술자가 되고 싶었어. 어렸을 때부터 집이 많이 가난해서 기술을 배워서 하루 빨리 돈을 벌어다 주고 싶었지."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직업 훈련원에 가서 자격증을 따기 위해 취업에 나섰다고 했다. 어떻게든 기술을 배우려고 노력했던 이유 중 하나가 작은 키 때문이었다고 했다.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항상 1번이었다. 작으니까 다른 사람을 쫓아가려면 더 열심히 먼저 출발해야 했다."라며 "키가 작으니까 먼저 출발하고, 더 많이 걷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게 습관이 된 것 같다."라고 했다.

 작은 키의 김병만이 「개그콘서트」의 '달인' 코너에서 매주 새로운 기술을 선보일 때 처음에 사람들은 몇 달 저러다 말겠지 했다. 그러나 1년, 2년 넘어가며 '달인'이 장수 코너가 되면서 사람들은 김병만이라는 사람 자체를 새로 평가하게 되었다. 158센티미터 단신의 다부진 그를 '키 작고 운동 신경은 좋지만, 재치가 아주 뛰어나지는 않고 유행어 하나 없는 개그맨'이 아니라 '작은 키이기에 더 노력하는, 노력의 달인'으로 보게 되었다.

 2010년 기준으로 한국인의 표준 신장은 남성은 174센티미터, 여성은 160.5센티미터인 것을 감안하고, 급기야 180센티미터 이하 남성은 루저라고 했다가 곤욕을 치른 어떤 여성의 발언을 생각해볼 때, 그의 키는 콤플렉스가 될 법도 했다. 그러나 이제 누구도 그의 키를 말하지 않는다. 김병만은 이제 단순히 키 작은 남자가 아니라, 달인이기 때문이다.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난 바이올리니스트가 보관함에 넣기 전에 바이올린의 줄을 푸는 것을 어떤 이가 보았다. 열심히 튜닝을 한 바이올린 줄을 다시 푸는 것이 이상해서 "내일도 공연을 할 텐데 왜 줄을 푸시나요? 귀찮잖아요."라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바이올리니스트는 "물론 내일 다시 줄을 맞추려면 귀찮기는 하지요. 그렇지만 이렇게 줄이 팽팽한 상태로 두면 밤새 줄이 조금 늘어져서 어차피 새로 튜닝을 해야 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계속 이 상태로 두면 줄이 바이올린 자체에 무리를 줘요. 잘못하면 바이올린이 휘어 버릴지 몰라요. 그래서 매번 귀찮지만 풀어 주는 거예요."라고 했다.

 우리의 몸과 마음도 마찬가지다. 한 번 당기면, 한 번 쉬어주고 풀어 주는 것을 적극적으로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휴일에 아이들과 놀이동산을 가거나, 애인을 만나 극장이나 전시회를 가거나 드라이브를 하는 이유가 월요일에 출근했을 때 "주말에 뭐 했어?"라는 동료들 질문에 대답하기 위한 것인 사람들이 있다. 근야 무료하게 집에서 시간을 보내다 일요일 오후가 되면 왠지 모르게 죄책감을 경험해 본 사람들도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의미 없는 개그와 말장난으로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부러워하지만 말고, 쓸모없어 보이는 '잉여의 시간'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나는 이것을 '적극적으로 아무것도 안 하기(active inactivity)'라고 말한다.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기 위해 열심히 살아온 시간이 있다면 나머지 시간만큼은 그 어떤 이유도, 의미도 없이 게으름을 즐길 여유가 필요하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그렇게 잘 하지 못한다. 그래서 더욱더 적극적으로 비울 수 있는 용기와 태도의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다소 '그저 예능 프로그램을 즐기기만 하면 되지, 왜 꼭 이런 시각으로 접근하여 어렵게 이야기해야 하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책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예능 프로그램을 가지고 지친 사람들에게 오늘을 즐기는 마음의 힘에 관하여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기에 충분히 그 의미가 있다. 평소 딱딱한 책만 보며 '책은 재미없다. 내게는 예능 프로그램처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것이 알맞다'고 생각한 사람들에게 조금 쉽게 다가가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은 한 번쯤은 읽어볼 만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나와 같은 20대는 어린 시절에 곧잘 부모님께서 "TV는 바보상자다."라고 말씀하셨었다.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은 그 누구도 TV를 가리켜 '바보상자'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는 TV를 통해서 교과서와 학교, 학원에서 배우지 않는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그중 한 가지가 바로 예능 프로그램이다. 누군가는 '단순히 웃기는 오락 프로그램에서 뭘 배우겠느냐?'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우리가 1박2일, 아빠 어디가, 인간의 조건, 땡큐, 힐링캠프, 안녕하세요 등에서 보며 배울 수 있었던 것은 정말 유익한 내용이 많았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나는 이 책, '예능력'을 예능을 즐기면서 조금 더 예능에 관하여 알고 싶은 사람과 매일 하루하루를 고되게 사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책을 읽음으로써 우리는 단순히 가벼워 보이는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그 예능 프로그램이 얼마나 많은 힘을 사람들에게 주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책을 통하여 오늘을 즐기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세상은 너무 고되게 사는 것보다 때때로 즐기면서 사는 것이 더 세상을 잘 사는 방법이니까.


 예능 프로그램이 보여 주는 쓸데 없는 짓의 반복은 우리가 살면서 가져야 할 삶의 중요한 태도를 알려준다. 쓸데없는 게 분명하지만 재미있는 것에 낭비적으로 몰두해 보는 것이 보이지 않는 마음의 곳간을 채워 주는 힘이 된다. 또 '잉여의 태도'를 취하다 보면, 불안, 걱정 등 정말로 쓸데없는 것들로 차 있던 내 마음이 반대로 비워지고, 넉넉한 여유 공간이 생길 것이다. 그래서 바쁘게 살고 모범적으로 살고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일수록 더욱더 '잉여의 시간'과 용기가 필요하다. 많은 경우 잉여의 시간은 독이 아니라, 삶의 힘이 된다.

 태엽은 한쪽으로만 줄곧 돌리면 망가진다. 마음의 태엽을 정상화하는 것은 더 조이는 것이 아니라, 여유를 두고 풀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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