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아프지 않은 날이 더 많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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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서툰 나를 일으켜준 한마디, "아프지 않은 날이 더 많을 거야"


 사람은 누구나 삶을 살면서 방황하고, 넘어지고, 아파한다. 특히 나와 같은 20대는 아직 삶에 서툰 나이라 더 자주 넘어진다. 게다가 그중에서는 아직 철이 들기도 전에 부모님의 이혼과 가정 폭력, 학교 폭력 등을 겪으면서 너무 어린 나이에 삶의 아픔을 경험한 사람도 있다.


 그래도 넘어져서 눈물을 흘리면서 아파하고 있을 때 내게 손을 내밀어 주며, 넘어진 나를 일으켜주며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준 어떤 존재가 반드시 있었을 것이다. 그 존재가 있기에 우리는 흐르는 눈물을 흙과 넘어진 상처에서 난 피가 묻은 손으로 눈물을 닦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도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삶의 여정'이라는 길을 걷다 돌부리에 넘어져서 혼자 서럽게 울고 있을 때, 다시 일어서서 웃으며 앞으로 갈 수 있도록 힘을 준 어떤 계기가…. 친구나 선생님, 혹은 부모님 같은 사람만이 아니라 나(필자)를 일으켜준 애니메이션과 책처럼 책이나 애니메이션, 방송 등을 통해서 그런 계기를 만났을 수도 있다. 우리는 그런 만남이 있었기에 지금껏 열심히 삶을 살아올 수가 있었다.



아프지 않는 날이 더 많을 거야, ⓒ노지


 최근에 '힐링'이라는 단어가 많은 사람에게 각광받고 있는데, 나는 그 이유가 넘어진 사람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누군가로부터 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떙큐, 힐링캠프, 강연100도씨, 아빠 어디가 … 이런 프로그램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는 '아, 이 아픔을 다른 사람도 겪고 있구나'는 것을 알게 되면서 고개를 떨구고 살았던 자신에게 다시 세상을 향해 고개를 빳빳이 들고 살 수 있는 힘을 주기 때문이다.


 오늘, 나는 그런 힐링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삶에 서툰 자신에게 작은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한 권의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나는 삶을 살다 넘어졌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일어나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강한 힘을 지니고 삶을 살 수 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을 마주 보고, 깊은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시간을 우리에게 주는 것이 바로 독서다. 오늘 소개할 이 책은 나를 되돌아보며, 나와 이야기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아프지 않은 날이 더 많을 거야, ⓒ노지


 '아프지 않은 날이 더 많을 거야'는 작가 김지수가 자신의 이야기를 소박하게 그리고 있는 에세이 형식의 책이다. 다소 책이 다루는 내용에 지금은 공감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아프지 않은 날이 더 많을 거야'를 통해 읽을 수 있는 작가의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독자들에게 전하는 위로의 한 마디는 틀림없이 가슴에 와 닿는 이야기이다. 작가가 책을 통해 이야기하는 방황과 고민은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보았을 것이고, 지금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기에….


 그렇다고 작가의 이야기를 한다고 하여 이 책이 다른 일부 자기자랑 자기계발서처럼 어렵거나 딱딱한 형식의 책은 아니다. 책을 읽는 독자가 마치 얕은 봄비가 오는 날에 우산을 쓰고 가볍게 산책을 하는 듯한 기분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우리가 책을 읽으면서 책의 마지막에 다가갈수록 우리는 비가 점점 그치면서 햇빛이 비치는 그런 풍경이 내 마음속에 그려지고 있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까지 내가 나 자신을 기다렸던 것, 그것은 '겸손'인가? 따져보면 그 '기다림'은 사실 단순하고도 악바리 같은 '소망'이었다. 내 인생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 집요한 '에너지'였다.

 그래서 또 결론을 내렸다. 삼십 대까지의 기다림은 소망이구나. 아무래도 그 기다림은 성취에 관한 것이니까. 간절히 기다리면 언젠가는 세상의 필요가 적절하게 매칭이 될 떄가 온다. "오호라! 너 같은 인재가 여기 있었구나." 그러면 바라던 소망은 현실의 얼굴을 하고, 어느 순간 내 손을 쥐고 걸어갈 것이다. 만약 그렇게 기다렸는데도 기회가 오지 않았다면 그건 기다린게 아니다. 무작정 시간을 흘려보낸 것이다. 진정한 기다림은 매일 간절한 소망을 갖고 일상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렇게 3년을 기다렸는데도 아무런 소식이 없다면 약속 장소를 착각한 것이다. 그럴 땐 빨리 다른 길, 맞는 장소를 찾아가야 한다.)

 마흔이 넘어서는 기다림의 차원이 조금 달라졌다. 이제는 '나 자신을 기다려주는 것, 그것이 겸손이다'라는 경구가 가슴을 치며 다가온다. 그 기다림은 성숙에 관한 것이다. '내가 잘 살고 있는가?'에 대답하기 위한 인격의 회계 감사 같은 것이다.

 인격이 자라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겪어본 사람은 안다. 섬김받기 전에 먼저 섬기겠다는 결심도, 도움을 청하는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겠다는 각오도 얼마나 쉽게 일상에서 무너지는가. 젊을 때는 '내가 쓸모없는 인간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싸우지만, 나이 들어서는 '내가 못난 인간일지도 모른다'는 비통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것이 겸손이다.

 살아보니 나는 인생의 어느 순간에 잘난 인간이기도 했고 못난 인간이기도 했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죽을 때까지 온전히 성장하도록 노력하고 기다리는 게 삶이다. 인생은 그렇게 끝없는 기다림이다.



 이십 대 시절의 나를 돌아보면 그런 수 많은 '도무지'의 시간이었다. 도무지 알 수 없고, 도무지 할 수 없는 것들만 내 주위에 넘쳐나서, 나는 '에라, 모르겠다' 싶은 체념과 분노로 천지사방을 망아지처럼 펄쩍펄쩍 뛰어다녔다.

 그 수많은 '도무지'들 중에서 마지막까지 이해하지 못한 게 바로 '사람을 사랑한다는 그 일'이었다. 대체 왜 사람을 사랑한다는 그 일이 쓸쓸해야 하는가? 왜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쓸쓸해지는가? 그리고 왜 쓸쓸하면 쓸쓸할수록 집착하는가? 그렇다면 내가 사랑하는 건 사람인가, 쓸쓸함인가, 집착인가. 어쩌면 나의 이십 대는 '도무지'라는 부사와 '사랑'이라는 명사와 '쓸쓸함'이라는 형용사 사이에서의 갈팡질팡이었다. 그 퍼즐을 쥐고 조합을 맞춰보려고 안간힘을 쓰던 몸부림의 시간이었다.


 나는 이 책을 '내게는 이렇게 아픈 날이 계속될 것만 같다'는 두려움 속에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그 사람들이 책을 읽으면서 책의 제목 '아프지 않은 날이 더 많을 거야'처럼 '내 삶에는 이렇게 아픈 날보다 아프지 않은 날이 분명히 더 많을 거야'라는 희망을 가슴에 품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의 삶은 우리가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다. 나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더 성숙해지고, 조금 더 삶에 초연해질 수 있는 그런 마음가짐을 지니고 밝게 삶을 살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인생이 불공평하다면 그건 모든 인간이 다르기 때문이며, 인생이 공평하다면 그건 사람들이 '자선'과 '친절' 혹은 '자부심'과 '용기'로 그 형평을 맞추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인생은 불공평하다'는 절대적인 사실이 아니라, '공평하다는 느낌' 그 자체에 있다. 그리고 '공평하다'는 느낌은 훈련과 노력으로 가능하다. 이기적이고 자기 연민에 가득 찬 내 마음을 타인을 향해 돌려놓는 것. 내 것 챙기기에 급급해하기보다 나눠주는 즐거움을 갖는 것. 약자를 돌보면서 더 큰 사람이 되는 것.

 닉 부이치치라는 사람이 있다. 팔다리도 없이 오리발 같은 발가락 두 개만 몸통에 붙어 있는 그는 여덟 살 때 자살을 생각하고, 열 살 때 이후 몇 번이나 자살 시도를 하며 스스로의 존재를 부정했다.

 그런 그가 점점 자신을 극복하고 나중에는 오리 발가락 두 개로 스키, 서핑, 농구까지 해낸다. 대학에서 상담학을 공부한 후에는 세계적인 강연가로 거듭난다. 그가 청소년들 앞에서 연설하며 강단 위에서 부러 넘어진다. 몇 번을 발버둥치다가 스스로 땅을 짚고 일어나는 그를 바라보며 청소년들은 눈물을 흘린다. 그떄 닉 부이치치가 말한다.

 "내가 넘어졌다가 일어난 것만으로 여러분이 행복해한다. 이 얼마나 놀라운가! 봤지? 인생은 어떻게 끝내는가가 중요한 거다!"

 왜 나만 이런 고통을 겪나, 라고 생각하다가 나보다 더 아픈 자에게 눈을 돌리게 되는 것. 그리고 결국 그들을 돌보며 내 고통을 치유받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생이 공평해지는 느낌'이다.



 "삶을 가장 잘 사용하는 것은 사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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