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2013이 보여준 우리 사회의 슬픈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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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학교 2013이 보여준 우리 사회의 슬픈 진실


 어릴 때 우리는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을 들으면서 습관의 중요성과 몸가짐을 바로 할 것을 어른들로부터 배웠었다. 그곳엔 어릴 때부터 바른 행동 습관을 들여 아이가 올바른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한다는 목적도 있었지만, 어릴 때부터 조심하면서 사고를 치지 않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왜일까? 여기에는 우리나라, 아니,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이유 한 가지가 숨어있다.


 우리 사람들은 누구나 '편견'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 편견은 사람을 판단하는 데에 정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보통, 사람들은 어느 사람의 행동 습관을 보고 그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공부 잘하면 모범생이고, 공부 못하면 일진이라는 편견도 바로 그런 식으로 형성된 것이다. 이러한 편견이 무서운 것은 잘못된 편견을 가진 사람이 잘못된 판단을 하기가 무척 쉽다는 것이고, 그 판단 때문에 상당히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 실수하기 마련이고, 방황하기 마련이다. 그 실수와 방황을 통해서 성장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그 실수와 방황 속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어긋난 길을 가버리는 사람도 있다. 아마 지금 성인이 된 사람도 이러한 과정을 거칠 수도 있지만, 특히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은 사춘기를 통해 더 심하게 그 과정을 거친다. 우리 교육은 이런 아이들을 이해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줘야 하는데― 우리 교육은 그렇지 못하다. 아니, 교육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그런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우리 사회의 이 슬픈 진실을 드라마 학교 2013에서는 여과 없이 잘 보여주었다. 몇 가지 많은 장면이 있었지만, 그 장면 중 하나를 뽑아보면 엄포스가 박흥수를 시험지를 훔친 범인이라고 의심하는 장면을 들 수 있다.



ⓒKBS2 드라마 학교 2013


 위 장면에서 엄포스는 박흥수에게 "한 번 사고 친 놈은 계속 사고 칠 수밖에 없다. 그런 걸 몸에 벤 습관이라고 하는 거다."라고 말했었고, 박흥수는 "한 번 의심한 학생을 계속 의심하는 것도 습관이시죠?"라고 반박하였었다. 아마 실제로 이런 상황에서 박흥수처럼 대응하였었다면, 상당히 몰매를 맞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역시 그놈이 그런 놈이지.'라고 생각하며 멋대로 사람을 평가하는 경우가 적잖다. 사건 진위도 파악하지 않고, 의심 가는 학생을 단순히 계속 의심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있는 버릇이다.


 우리가 그렇게 사람을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은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선생님을 통해 제멋대로 아이를 판단하는 버릇 속에서 가르침을 받았기 때문이다. "저 녀석 딱 덜떨어지게 생겼지? 같이 어울리지 마"라고 말하거나 "저 녀석은 생긴 게 딱 일진이다. 함께 숨쉬는 공기조차 아까운 녀석이니까 절대로 가까이 가지 마라"라고 말하면서 아이들 스스로 가치판단을 하기 전에 주변 어른들이 먼저 자신의 편견으로 가치판단을 내려버리고, 아이들에게 그 판단을 따르도록 강요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뭣도 모르고 그저 어른들의 가치 판단 기준을 따르게 되고, 성인이 되어서도 그 가치 판단 기준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풍토는 어렵지 않게 주위에서 늘 볼 수 있다. 힘든 사회적 배경 속에서도 먹고 살기 위해서 막노동을 하는 사람을 가리켜 "공부 안 하면 저 사람처럼 저런 허드렛일이나 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말하거나 자신을 괴롭히던 불량배들에게 저항하다 심하게 다치게 하였을 때에도 피해자를 가리켜 "정신병자에 사이코. 모자래서 맞다가 결국 일 저질렀다"고 말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사는 사회다. '난 그렇지 않아.'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판단해버린다. 그래서 이러한 편견은 무서운 것이고, 우리가 알면서도 모른 체하고 있을지도 모를 우리 사회의 슬픈 진실이다.



ⓒKBS2 드라마 학교 2013


 위 장면은 이지훈이 직업 학교를 신청하기 위해서 정인재를 찾아갔을 때 힘들 것이라는 말을 들었던 장면이다. 이지훈은 힘들 수도 있다는 말에 "아, 저 정말 열심히 해도 안 될까요? …. 변하면요, 다 되는 줄 알았어요. 이제라도 정신 차리면… 어디서든 다 받아줄 줄 알았거든요."라고 말하며 보는 시청자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게 하였었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예가 더 많다. 그리고 단순히 사회에서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이런 예가 적잖아서 더 슬플 수밖에 없는 진실이다.


 왜 이지훈 같은 아이는 제대로 된 길을 갈 수 없을까? 누군가는 자신의 의지가 부족해서 그렇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누군가는 사회가 그의 재도전을 받아주지 않아서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여태까지 놀면서 공부도 안 했던 놈이. 뭐? 대학 간다고? 차라리 길거리에 나가서 쓰레기나 주워라."라고 말하는 것이 우리 학교이자 우리가 사는 사회다. 설마라고 생각하는가? 아니, '그 정도는 아닐 거야.'라고 생각하며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정도로, 아니 그것보다 더 냉정한 것이 바로 우리 사회다.



 그 사람이 어떻게 변하려고 마음먹었는지, 그 사람의 그 행동에 도대체 어떤 이유가 있었는지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고― 단순히 눈으로 보이는 부분만 보고, 자신만의 가치판단 기준을 가지고 사람을 멋대로 판단하는 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하는 행동이다. 그리고 사회는 한 번 잘못된 사람을 품어주지 않는다. 한 번 실수하면, 두 번째는 실수를 하지 않도록 가르쳐야 하는데― 우리 학교나 사회는 그렇게 가르치지 않고 '넌 이제 안 된다. 끝났다'고 가르친다. 그래서 아이들은 그렇게 살벌한 경쟁을 하는 것이고, 그 냉담한 현실 속에서 좌절을 통해 어긋난 길을 걷는 것이고, 성인이 되어서도 제대로 된 가르침을 받지 못해 어긋난 길을 계속 갈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이전에 난 '강연100℃ 후기'를 통해서 두부공장 CEO 김동남 씨를 소개한 적이 있었다. 그분은 과거 알코올 중독에다가 주변 사람들로부터 "넌 더는 안 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삶을 쉽게 포기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차별하던 사회에 "나도 마음먹고 살면 이렇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지금 그의 기업은 사회적 기업으로 인정도 받았다. 한때 알코올 중독이었던 그를 구해주었던 것은 노숙자 쉼터에서 그를 구제해주며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그런 작은 도움이 없었다면, 우리 사회의 냉담한 시선만 받고 있었다면, 절대로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없었다.


 학교는 아직 살아갈 미래가 더 많이 남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곳이다. 그런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넌 이미 안 돼." , "네 까지게 뭘 할 수 있다는 말이냐?", "넌 이미 낙오자다.", "지금 해봤자 무엇이 되겠느냐? 그냥 인생 포기하고 살아라."라고 말하는 것은 아이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과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을 모조리 짓밟아버리는 행동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는 법이고, 한 번 틀렸다고 해서 두 번째에 또 틀리라는 보장은 없다. 한 번 실패했다고 해서 절대로 성공할 수 없었다면, 지금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성공은 존재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 사회의 슬픈 진실을 받아들이고, 내 주변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겠다고 다짐할 수 있어야 하고, 자신부터 바뀔 수 있어야 한다. 그저 냉담한 시선만을 보내는 것보다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이제는 어떤 생각으로 삶을 살려고 하는지… 눈 여겨보고, 귀 기울여보자. 비록 그것이 사소한 행동이라도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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