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2013이 보여주지 않는 학교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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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학교 2013이 보여주지 않는 학교의 불편한 진실


 최근 KBS에서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학교 2013은 많은 사람의 관심과 호응을 받고 있다. 난 그 이유가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학교가 가진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지금 학교는 이렇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질문을 시청자들에게 던져 단순히 지켜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작품 내에서 일어나는 갈등구조와 해결이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적절히 문제의식도 고취하고, 작품을 감상하는 데에도 재미를 주기 때문에 지금처럼 많은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학교 2013에서 보여주지 않는 학교의 불편한 진실이 있다. 아마 작품을 감상하면서 눈치챈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싶다. 학교 2013에서 문제아로 취급당하는 고남순, 박흥수, 오정호 등 아이들은 하나같이 공부를 못한다는 설정을 두고 있다. 그 반면에 회장이나 부회장은 공부도 잘하고, 심성도 착한 설정을 하고 있다. 나는 학교 2013을 보면서 '공부 못하는 아이는 무조건 일진이나 사고를 일으키는 문제아'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 썩 불쾌하다. 



고남순, ⓒ학교 2013


오정호, ⓒ학교 2013


김민기, ⓒ학교 2013


 나처럼 과거에 학교 폭력을 당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이가 없어서 코웃음을 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부 못한다고 하여 문제아 취급하는 것은 정말 버려야 할 고정관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지금 학교 2013에서 고남순은 그나마 바뀌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조금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편이다. 하지만 오정호 같은 예는 많은 사람이 전형적인 '문제아'라고 생각하는 인물상이고, 김민기 같은 예는 많은 사람이 전형적인 '모범생'이라고 생각하는 인간상이다. 현실에서도 정말 드라마와 똑같을까?


 난 "절대 아니다"고 단언할 수 있다. 물론, 평균적으로 공부 못하는 아이가 일진이거나 늘 사고 치는 문제아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학교폭력'을 주도하는 것은 그런 아이들이 아니라 소위 가짜 모범생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은 공부를 잘한다는 조건 하나로 선생님이라는 막강한 세력을 자신의 편으로 두고 있으며, 학교에서는 '일진'이라고 불리는 아이들보다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부류이다.


 예전에 '가짜 모범생, 일진보다 더한 폭력 가해자'(링크)라는 글을 블로그에 올린 적이 있었다. 그 글은 내가 실제로 겪었던 경험과 그 당시에 일어난 학교폭력 문제를 함께 다루며 학교 폭력의 진실을 이야기했던 글 중 하나이다. 많은 사람에게 학교 폭력에 연관되고, 다른 아이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아이들은 하나같이 공부를 못하는 일진이라는 잘못된 고정관념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 학교에서 많은 학교 폭력 사건을 일으키는 것은 그런 아이들보다 공부를 잘하여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이는 아이들이 많다. 그 글에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댓글이 많이 달렸었는데, 그 일부를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가짜 모범생, 일진보다 더한 폭력 가해자, ⓒ노지


 위 댓글을 읽으니 어떤 생각이 드는가? 드라마 학교 2013에서 가지고 있는 각 인물의 설정이 참 웃기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물론, 학교 2013에서도 또 하나의 모범생인 송하경을 괴롭히는 아이들이 모범생이라는 설정이다. 그러나 그것은 공부하는 아이들 사이에서 경쟁하다 일어나는 문제로 우리가 알고 있는 학교 폭력과는 조금 다른 예에 해당한다. 우리가 평소 인식하고 있는 학교폭력은 '공부 못하는 문제아가 공부 잘하는 아이를 괴롭히는 것'이 아닌가? 실제로 학교폭력은 '공부 잘하는 아이가 공부 못하는 아이를 괴롭히는 것'예가 훨씬 더 많은데….


 내가 중학교 시절 때 당했던 학교폭력도 선생님들에게 인정받는 공부 잘하는 아이가 주도한 것이었다. 내가 학생부에 그 녀석을 신고하려고 했을 때도, 담임이 적극 나서며 그 녀석을 방어해주었다. 오히려 피해자인 나에게 "공부도 못하는 놈이 공부 잘하는 애 인생 망치려고 작정했냐? 이 미친 개XX야."라고 말하며 발길질을 했었다. 난 지금도 그때만 떠올리면 이가 바득바득 갈리고, 지금도 절대 그 녀석과 선생님을 용서할 수가 없다. 내가 사람을 잘 믿지 못하고,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그 경험이 미친 영향도 적잖았다.



 만약 학교 2013이 현실을 똑바로 반영하였었다면, 변기덕 같은 아이들을 괴롭히는 것은 오정호 같은 일진이 아닌, 김민기 같은 공부도 잘하고, 등에 업은 힘이 상당히 센 아이일 확률이 더 높았을 것이다. 지금 학교 2013에서는 김민기나 송하경 같은 아이들은 이미지가 상당히 미화되어 있다, 그런 아이들이 학교 폭력을 일삼는 아이들이라고 누가 생각하겠는가? 겉으로 보기에는 성적도 높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아이들인데….


 이 이야기가 나의 선입관일지도 모른다. 내가 겪었던 학교 폭력의 대부분이 그런 경험이었기 때문에. 그러나 지금 '성적'만을 중시하고, 아이의 '인성'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교육 현장에서 공부를 잘한다고 하여 아이의 인성이 좋다는 말은 감히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이미 성적 지상주의가 학교 폭력을 낳았다는 말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지금 학교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공부 못하는 아이가 저지른 범죄는 범죄이지만,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저지른 범죄는 장난이나 실수다'는 착각에 빠져있기 때문이 아닐까.

 


성적 우수상의 이면, ⓒ노지


 윗글은 네이버 이웃 블로그 한 분이 블로그에 남겼던 글이다. '성적 우수상'이라는 것이 공부를 잘하고, 그만큼 노력을 했다는 것에 대한 보상이 될 수도 있다. 그래도 성적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성적이 우수하다면, 무조건 타의 모범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성적 지상주의에 불을 붙일 뿐이며, 아이들의 올바른 인성 교육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공부, 공부… 성적, 성적…'이라는 말만 듣는 아이들이 어떻게 바른 인성을 기를 수가 있고, 남을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가 있겠는가?


 '지속해서 남을 괴롭히는 아이는 공부 잘하는 아이가 많고, 지속해서 남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는 공부 못하는 아이가 많다'는 사실은 학교 2013이 보여주지 않는 학교의 불편한 진실이다. 우리가 이 불편한 진실을 인정하고, 마주 볼 수 있어야만 지금 학교에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를 해결할 길이 보일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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